[인터뷰] "외부 전문가가 나서니 채용 비리 없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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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부 전문가가 나서니 채용 비리 없어졌어요"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1.19 18: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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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경험 풍부한 중장년 전문가들, 공기업· 은행등 인재 채용에 면접관으로 나서
김광수 중장년고용협회 부회장 "투명한 인재 채용, 차별없는 면접으로 의뢰한 기업들 대만족"
"공공기관 채용시 고위관계자 압력 행사? 이들은 '채용 압력'을 포기했다"
"입사지원자, 면접시 절실함 보여야...진정성과 경험, 열정도 중요"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본인의 단점을 말해보세요”, “최근에 불합리한 일이나 비상식적인 일을 봤을때 어떻게 느꼈는지 말해보세요”

최근 공공기관과 대형 시중은행등 공공성 강한 기업들 사이에 외부 면접관을 활용한 채용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수년전부터 채용비리로 골머리를 앓아온 이들 기업들이 찾아낸 고육지책이 외부 전문가들을 통한 채용방법. 처음엔 `비리 근절`의 목표였는데, 요즘 '제대로 된 인재'를 뽑았다며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국내에서 대표적으로 채용 업무를 외부에서 맡아서 해주는 곳이 한국중장년고용협회다. 2014년 9월 설립한후 지금까지 100여개 공공 기업과 은행들의 외부면접관 업무를 맡아서 해주고 있다. 퇴직한 중장년들의 은퇴후 직업을 제시하는 일을 목적으로 설립됐던 중장년고용협회는, 중장년이 갖고 있는 풍부한 직무경험을 기업들 채용시스템에 활용하고 있는 것. 

김광수 한국중장년고용협회 상근부회장은 "젊은이들이 아직도 채용비리나 채용시 부당한 차별대우를 걱정하지 않을까 싶은데, 외부 면접관을 통해서 채용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만큼, 요즘 공공기관이나 은행들의 인재채용은 그야말로 깨끗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나선 김 부회장은 "과거에는 지역구 국회의원, 기관장들이 채용 비리의 창구가 되기도 했었죠. 기관 내부 인맥이 채용 비리의 주요 루트였던 과거도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단계별로 서로 다른 외부 평가위원이 들어가서, 설사 어떤 공공기관에 지원자를 합격시키려고 해도 서류전형, 필기전형, 2~3차례에 걸친 면접전형 마다 서로 다른 외부 평가 위원이 부정에 참여해야 합니다.  거기에 저희는 기관측에 실제 면접 위원의 3배수 명단을 제출합니다. 그중에 일부가 뽑혀서 면접위원이 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부정이 발생하긴 어렵습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금융, IT, 건축, 환경, 보건, 제조업 등 각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가진 중장년층에게 면접관련 교육을 진행해 관련 자격증을 수여하는 일을 한다. 또 교수 등 전문가와 협업해 필기시험 문제도 출제한다. 이를 바탕으로 배출된 인력을 위주로 현재 약 150여명의 면접 위원들을 확보했다. 이들을 전국각지의 공공기관과 은행, 사기업 등이 신입과 경력사원을 공개 채용할때 필기시험감독관, 면접위원 등으로 파견한다.

지난 2018년 인사혁신처가 기관별로 따로 있던 인사규정을 대신하는 ‘공정 채용 가이드북’을 만들면서 면접위원 구성시 외부위원을 50%이상 위촉하도록 한 규정이 협회 활동의 기폭제가 됐다. 지금까지 농협, 서울교통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한국거래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교직원공제회, 한국표준협회, 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전력, 한국남동발전 등이 인재채용에서 협회소속 면접위원들을 활용했다. 

배근수 협회 전략기획본부 이사는 "채용 면접의 핵심은 대답만 잘 하는 응시자인지, 진정성이 있는 실력자인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라며 "오랜 회사 근무경험을 갖고 면접관 교육까지 받은 면접 위원들이 새로운 면접 질문을 발굴해 면접시 적용하고, 채용면접을 의뢰한 회사에 맞는 인재를 찾아내려 합니다"고 강조했다.   

김광수 한국중장년고용협회 부회장(가운데)이 외부 면접관 제도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배근수 전략기획본부 이사, 오른쪽은 유관선 교육이사. 사진=오피니언 뉴스
김광수 한국중장년고용협회 부회장(가운데)이 외부 면접관 제도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배근수 전략기획본부 이사, 오른쪽은 유광선 교육이사. 사진=오피니언 뉴스

“이제 과거와 같은 채용비리는 없다고 봐야 해”

채용비리는 정말 사라졌을까.

김광수 협회 부회장은 "모두 각기 다른 외부 위원이 들어가기에 모든 사람에게 손을 쓰는 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더욱이 면접 등의 평가에서 평가 위원이 준 점수 중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고 합산해 평균 내는 방식으로 등수를 내기 때문에 입사를 위해 압력을 행사하는 건 더 어렵습니다. 젋은 취업준비생이나 갓 입사했다가 경력직으로 새 직장에 응시하려는 분들은 이제 정말 안심해도 됩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배 협회 전략기획이사는 "요즘은 공공 기관이나 공공성이 큰 기업 관계자들은 혹시 자신들이 채용에 조금이라도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비쳐질까봐 극도로 몸을 사립니다. 한마디로 '채용 압력'을 포기했다고 보면 됩니다"고 전했다. 

협회 소속 면접위원들이 보는 피면접자는 한번에 600~700명에 이를때도 있다. 서울,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경우 한번에 뽑는 최종 선발인원은 30~40명이지만, 서류전형에서 1만여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리고 최종 면접대상자로 추려지는 숫자가 600~700명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블라인드 채용으로 대부분 공공기관 입사지원서에는 사진, 출신지, 가족관계, 학력, 생년월일 등의 기재란이 없어졌다. 지원서류 평가 위원은 지원서 제출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필기와 면접은 또 다른 면접위원이 담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김 부회장은 "블라인드와 NSC를 중심으로 채용방식이 변경된 후에는 공공기관에서 이제 과거와 같은 채용비리의 빈틈이 사라졌다"고 자신했다. 김 부회장은 한국전력을 다녔고, 엠파트너스컨설팅 대표를 지냈다. 서경대학교 겸임교수로도 활동중이며, NCS기반 채용컨설팅, HR 컨설팅에 전문가다. 직무전문면접관 1급 자격증을 갖고서 직접 외부 면접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배근수 이사도 삼성생명 교육팀장, 에듀윌 HRD부문 이사, (주)시대취업지원센터 센터장을 지냈다. 직무전문면접관 1급, NCS 채용면접관 1급 자격증을 갖고서 직접 채용면접 현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나이, 학벌, 성별에 따른 차별도 있을 수 없어"

국내에서 채용과정에서 잡코리아, 인크루트 등 채용 대행 업체와 함께 필기, 면접 등에 참여하는 면접위원을 파견하는 일을 하는 곳은 10여개 정도다.   

이런 외부 면접관 방식이 활용되면서 채용시장에서 일어난 중요한 변화 한가지는 학벌과 성별에 따른 차별이 현저히 줄었다는 점이다. 

배 이사는 "외부 면접관들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질문을 통해 면접의 형평성이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며 "예를 들어 피면접자당 면접시간을 똑같이 하고, 같은 질문을 던져 답을 들으려 합니다. 누구에게는 전공을 물어보고, 또다른 누구에겐 취미를 물어보는 식으로 하면 이미 형평에 어긋나는 것"라고 말했다.

블라인드 서류심사에다 면접 질문도 동일하게 하다보니, 고졸 지원자와 박사학위 소지자를 면접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김 부회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년 동안 직무를 경험한 지원자와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공부에 집중해 직무 경험이 없는 지원자가 NCS를 기반으로 해서 직무 관련 질문을 받으면 고졸 지원자가 수준 높은 답변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죠. 이렇다보니 채용시 학력에 따른 차별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물론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해당 직무를 위해 노력한 부분인 건 분명한데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고 상황을 전달했다.

한국중장년고용협회의 김광수 부회장은 "이제 공공기관이나 은행에서 채용비리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사진= 오피니언뉴스
한국중장년고용협회의 김광수 부회장은 "이제 공공기관이나 은행에서 채용비리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사진= 오피니언뉴스

이런 면접 현장에서 출신학교 등 학력과 성차별적 요소를 포함한 질문으로 답을 유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첫번째 대목이다.  

김 부회장은 “만일 블라인드 방식의 자기소개서에 군에서 병사로 근무한 경험을 쓴다든지, 지하철 2호선 서울대 입구역에서 내려 동아리 활동을 자주했다는 식으로 표현하면 지원자에겐 탈락 사유가 됩니다. 면접 위원은 여성 지원자에게 결혼, 출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 등을 물어봐서도 안됩니다”고 설명했다.

말은 쉽지만 생각보다 면접에서의 상황은 훨씬 까다롭다. 요즘 젊은 지원자들은 차별에 매우 민감하게 생각한다. 가끔 피면접자는 면접후기를 채용을 하려는 회사의 홈페이지에 올려서 불만을 쏟아내기도 한다. 때문에 많은 공공기관들은 아예 면접에서 감사팀 직원을 배석시켜 이런 질문을 하는지를 감독하기도 한다. 

질문이 틀에 짜여져 있는 면접 특성상 여러차례 면접 경험을 한 ‘N수생’들이 유리할 수도 있다. 

김 부회장은 “요즘은 블라인드 방식이기 때문에 나이가 많거나 여러차례 지원한 게 전혀 흠이 되지 않는다”며 “경우에 따라 대기만성형 인재도 있을 수 있기에 면접관들은 피면접자의 언변보다는 답변 내용에 집중하도록 훈련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틀에 짜여진 질문 속에서 지원자의 진정성을 찾는다 

형평성과 공정성이 화두다 보니 피 면접자의 잠재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없지 않다. 면접 방식과 질문이 구조화(질문 내용이 형식화하는 것) 된다는 게 협회 측의 어려움이고, 지원자는 자기만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협회의 유광선 교육담당 이사는 "이런 상황에서 지원자들이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고 말한다. 

유 이사는 “면접에 응하는 지원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거나 질문을 미리 예상해서 좋은 답변을 준비해오는 경우가 대다수 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진정성, 절실함과 간절함, 열정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 요소를 발굴하기 위해 교수진과 전문위원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합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취업을 원하는 지원자들이 면접에서 보여줘야할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들은 우선순위로 ▲절실함 ▲진정성 ▲경험 ▲열정 등을 꼽았다.   

배 이사는 "무엇보다 입사를 하려는 절실함이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지원자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려 해야 합니다"라면서 "사실 경험도, 열정도  말로는 변별이 안되고, 진정성을 확인하기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원자는 절실함을 보여줘야 합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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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용 2020-11-20 06:09:16
면접관으로 보람도 느끼겠습니다. 앞으로 각종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 같습니다 소개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