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데 질주만 한 혜민스님의 경제학
상태바
[권상집의 인사이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데 질주만 한 혜민스님의 경제학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0.11.16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혜민스님은 2010년대 초반부터 대한민국의 멘토와 같은 존재로 급부상했다.

종교인임에도 화려한 학위와 함께 미국 대학에서의 교수 경력은 단숨에 그를 화제에 올리기 충분했으며 2012년 1월 출간한 서적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불과 1년 1개월만에 200만부 판매를 돌파했고 스테디셀러로 사랑을 받아 국내에서만 300만부 판매를 돌파하는 경이적 기록을 수립했다.

그 이후 그는 활발한 방송 강연과 토크 콘서트를 열며 대중의 사랑을 폭넓게 받았다. 종로구 인사동에 마음치유학교를 연 후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정서적 치유를 위해 모든 힘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서적 핵심 내용인 ‘당신은 소중해요. 힘들면 멈춰도 괜찮아요. 더 가질 필요 없어요’라는 메시지는 국민들에게 위로와 힐링의 절정을 이루는 교훈이 되었다.

멘토 답지 않았던 그의 가벼운 언행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모든 이의 애정과 사랑을 받았던 혜민스님이 건물주 논란과 함께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섰다. 결국 혜민스님은 다시 부처님 말씀을 듣고 수행에 정진하겠다며 외부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의 사과 이후 인터넷 상에서는 ‘종교인은 건물주가 되면 안되느냐, 종교인을 부자라고 공격해서는 곤란하다”라는 그를 적극 옹호하는 발언도 뒤따랐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종교인이 건물주라는 이유로, 그리고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공격해서는 곤란하다. 다만, 그 동안 그가 보여준 언행의 앞뒤가 다르다면 이는 대중의 비판과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올해 3월, 홍석천이 ‘착한 임대료를 응원합니다’라며 다음 건물주 응원주자로 혜민을 지적했을 때 그는 ‘건물주가 아니라 건물에 세 들어 살고 있다’는 가짜 해명을 내놓았다. 

대학이나 기관에서 그에게 강연 요청을 했다면 그가 얼마나 고액의 강연료를 받고 다니는지 알 것이다.

고가의 강연료가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그는 늘 청렴한 모습, 소유에 관해 집착하지 않는 모습을 대중에게 강조해왔다. 그러나 앞뒤가 안 맞는 그의 언행은 인터넷 상에서도 화제가 되었고 종교인으로서 실제 그의 모습은 무엇이냐에 대한 논란도 점차 커져 나갔다. 

2013년 5월 강재현 시인의 시를 자신의 어록으로 뒤바꿔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2015년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의 삶이 풍요롭지 못하면 정치 이야기나 연예인 이야기밖에 할 말이 없게 된다’는 메시지를 작성, 정치 및 사회적 이슈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성숙한 대중을 어리석고 삶이 빈곤한 사람인 것처럼 매도하여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6년에는 자신의 북 콘서트에서 ‘조수미씨는 콘서트에서 드레스를 몇 번이나 갈아 입던데 자신은 동대문에서 만원 주고 빨간 목도리 하나 둘렀다’며 검소함을 표현, 당시 참석한 많은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2011년 자신의 SNS에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가능한 이유는 책 인세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발언을 기록한 적도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데 그는 왜 멈추지 않았을까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책 인세 때문에 가능하다는 그의 황당 발언 이후 인터넷에서는 그를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의 언행과 실제 생활의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는 이런 사실에 눈을 감았다. 그는 지난 7년간 지상파 3사와 종편, tvN 등을 포함 다양한 프로그램에 수십 차례 출연, 소유의 집착을 버리라고 강조했다.

tvN ‘온앤오프’는 대중연예인들의 일상을 담는 방송이다. 혜민스님은 여기에 출연해 대중과의 소통, 자신의 일상생활을 공개하는데 초점을 두었는지 모르겠지만 방송에서 보여준 그의 일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도승, 종교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 도심의 자택, 맥북과 에어팟으로 사업에 몰두하는 모습은 그가 우리에게 강조한 메시지와는 간극이 꽤 컸다. 

대중이 그에게 무소유가 아닌 ‘풀(Full) 소유’, ‘무한 소유’라고 비판하는 이유는 그가 경제적 논리에 집착해서가 아니다.

대중에게는 힘들면 멈추고 그러면 비로소 소유의 집착에서 멀어지며 소소한 행복이 보인다고 한 그가 뒤에서는 끊임없이 더 많은 방송 출연과 강연을 통해 명성을 얻고 또 다시 자신의 메시지를 사업화하며 경제 실전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혜민스님은 최근 방송에서 자택공개를 통해 건물주 논란이 일자 참회의 뜻을 밝히며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학이 아닌 종교학에 주력해 달라는 대중의 요구 

혜민스님은 대중에게 참신한 교훈을 주었던 종교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건물과 사업에 주력하는 그의 일상을 대중은 원하지 않는다. 그가 꾸준히 방송이나 강연을 통해 재물에 집착하는 이들의 어리석은 면모를 냉철하게 꼬집은 점을 대중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경제학보다 종교학 서적을 다시 들고 정진하겠다는 그의 발언을 이번에는 진심으로 믿고 싶다.

방송사 역시 출연자에 대한 꼼꼼한 검토를 선행해야 한다. 혜민스님의 경솔한 발언은 2011년 이후 최근까지 계속 인터넷에서는 확산되어 왔지만 방송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사회 멘토로 혜민스님을 초대, 그의 메시지를 확산시켰다. 혜민스님의 명성과 부를 가속화시켜 그를 시대의 스승으로 포장한 방송사도 이번 혜민스님 논란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못하다. 

과거 혜민스님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관해 ‘속세에 찌들었다’는 한 사용자의 주장에 감정적인 반응을 보여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유튜브 채널, 마음치유학교에서 남녀 주선 프로그램 등 정서적 치유와 어울리지 않는 유료 프로그램 운영 등 그는 경제적 이익에 너무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제 대중은 그에게 멈추면 비로소 무엇이 보이는지 진지하게 묻고 있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