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1분기 '반도체 빅사이클說'..."주기 짧아져" vs "사이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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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1분기 '반도체 빅사이클說'..."주기 짧아져" vs "사이클 없어졌다"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1.16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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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SK하이닉스대표 "2년에서 1년으로 메모리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다"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 과점으로 사이클 주기 1년으로 짧아져"
"3분기 중 서버 업체 재고 소진", "내년 5G폰 보급확대로 D램 수요 증가"
2021년 1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시작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2021년 1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시작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국내 증권가에서 2021년 1분기에는 메모리 사이클이 돌아온다는 분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내년까지 메모리 제조사가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시점에 데이터 서버를 운영하는 기업의 재고는 줄어들어 반도체 업황의 상승 전환이 시작될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 반면 AI 등 새로운 기술이 수요를 창출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반도체 사이클은 나타나기 어렵다는 예측도 있다. 

반도체사업에는 수급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반복하는 사이클이 있다. 주문제작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싸이클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그러나 제품의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의 상승하락 사이클이 업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가격 사이클이 발생한다. 자료=유안타증권

최근 사이클을 보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메모리 가격이 하락했다. 2016년부터 2018년말까지는 서버와 데이터 센터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슈퍼사이클’이라 불리는 가격 폭등기를 겪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DDR4 8GB 고정거래 가격(업체간 거래가격)은 2018년 9월 8.19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제품의 지난달 평균 가격은 2.85달러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1990년대 이후 메모리 가격 하락기를 1996년~1998년, 2000년말~2001년, 2007년~2008년말, 2011년~2012년, 2015년~2016년, 2018년말~2019년말까지 총 여섯차례로 본다. 일반적으로 가격 하락기는 1년 6개월에서 2년간 이어졌다. 

‘2년→1년’ 짧아진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최근 업계에서는 그간 1년 6개월 혹은 2년 주기였던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1년으로 짧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분석이 맞다면 마지막 사이클 하락 국면인 2019년 말에서 1년이 지난 올해 말 또는 내년 1분기는 새로운 상승 사이클이 시작하는 시점이다. 공급측면에서 제조사의 상황과 수요측면에서 고객사 수요와 재고량 변화도 내년 1분기 사이클 도래설에 힘을 더하고 있다. 

지난 4일 3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이석희 SK하이닉스대표는 "2년에서 1년으로 메모리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다"며 "기술 개발, 불확실성에 따른 보수적인 투자 집행으로 인한 꾸준한 공급 증가율 감소, SCM 관리 고도화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SCM(Supply-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은 수요예측, 자재구매, 생산과 물류 등 매출과 이익을 내기 위한 기업의 경영 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제조와 판매 전 과정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회사 운영에 반영하는 노하우가 축적되다 보니 시장 수요 이상의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등의 사태를 막아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짧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재윤 유안타 증권 반도체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1년으로 줄었다고 본다”며 “독과점 현상이 주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D램의 경우 1980년대에는 수십개의 제조사가 있었다. 현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사가 과점형태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 

이 연구원은 “제조사가 많을 때는 호황 때 공급능력을 크게 늘려 다운사이클이 길 수밖에 없었다”며 “3사가 과점한 현재는 이 사이클이 짧아졌다”고 분석했다. 

줄어드는 고객사 재고 

D램 생산업체들의 보유 재고 추이와 전망. 자료=신한금융투자

수요측면에서 데이터 서버 고객사의 재고도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는 PC, 메모리, 콘솔 게임과 더불어 데이터 서버가 중요한 수요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초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수요 증가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서버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축적했다”며 “3분기 중에는 관련 재고가 소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이번 3분기 말에서 4분기초까지 SK하이닉스의 재고 수준은 2주 미만 수준”이라고 밝혔다. 고객사의 재고는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3.5주를 재고의 적정 수준으로 평가한다. 재고가 4~5주 이상 쌓이면 메모리 공급 초과로 반도체 가격이 떨어진다. 

공급감소와 수요 증가가 만나는 2021년 1분기

메모리 사이클이 1년 주기로 짧아졌다면 올해 말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라야 한다. 그러나 지난 9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서버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13~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주문업체가 반도체 재고를 정상화하는 데는 최소 1~2분기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는 서버 D램 주문량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빅4(Big 4)'로 불리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서버D램 고객사가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몰라 당장 데이터 센터에 투자를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도 "D램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올라갈 여력이 없다"며 "올 4분기에 PC D램 가격이 3분기보다 10% 이상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 4분기까지 이어지는 공급과잉이 내년 1분기에는 끝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D램 비트그로스(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공급 증가량)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올 초 20% 내외에 육박했지만 올해 갑자기 발생한 매크로(코로나19) 영향에 예상 대비 부진했다"며 "이 같은 수요에 내년에는 이연 수요까지 더해져 기저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올해 D램을 구입하지 못한 업체가 올해 충족하지 못한 수요를 내년에 몰아서 구매하면서 D램이 공급대비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더욱이 올해는 제조사들이 투자를 줄여 생산능력도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과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조치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D램 설비에 각각 49억달러(약 5조8000억원),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자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21%, 38% 줄었다. 설비투자가 가장 많았던 2018년 보단 각각 40%, 47% 적은 수치다.

이재윤 유안타 증권 반도체 연구원은 “D램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량은 가시적으로 크게 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면 낸드의 경우 공급이 늘어난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반도체 연구원 역시 지난 11일 “모바일 수요 회복과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중심 서버 분야 강세요인이 합쳐져 D램 업황이 2020년 말부터 턴어라운드(업황 상승 반전)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낸드 플래시의 경우에는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수요 대응과 증설 영향으로 D램보다 공급 과잉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내년 반도체 업황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부문은 5G 스마트폰 보급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반도체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정성공 옴디아 수석연구원은 "내년 5G폰 보급으로 스마트폰 출하량이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D램 시장에서도 화두"라며 “내년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이 13억대 중반을 기록해 D램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5G 폰을 출시한 후 애플이 출시한 첫 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가 출시 첫날 사전주문 200만대를 기록하며 연내 판매량이 8000만대를 넘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더한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억제된 스마트폰 소비심리가 3분기부터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올해 수요가 내년으로 이연돼 내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을 높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는 5G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가 기존 반도체보다 가격이 비싸 마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반도체 사이클은 사라졌다”는 분석도

한편 박재근 한양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반도체 사이클이 점차 짧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과거와 같은 사이클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결국 사이클이라는 건 공급과 수요의 언밸런싱인데 요즘은 새로운 수요가 계속 창출된다”며 “코로나로 비대면 비즈니스가 성장해 서버를 이용한 클라우드 시장이 커질 것이고 AI를 이용한 사업이 확장하면서 성장세가 가속화되면 이제 예전같은 반도체 사이클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AI기술 확대로 과거와 다른 D램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료=현대차증권

박 교수는 “새로운 수요는 늘 더 빠른 데이터 처리와 고용량을 요구한다”며 “수요는 있는데 요구하는 속도를 처리할 반도체가 없다면 업황이 다운턴(하강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능 향상이 뒷받침 되면 다시 업황이 좋아질 수 있어서 이제는 1년이나 2년 같은 주기적 사이클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사이클 실종’은 발생할 수 있다. 박 교수는 “현재 AI가 요구하는 연산은 소프트웨어로 처리하는데 앞으로 데이터 처리 용량이 증가하면 데이터 센터 수요가 더 늘어난다”며 “이런 수요에 대해 클라우딩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메모리뿐만 아니라 CPU, GPU도 더 필요하다보니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도 사이클을 예측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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