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팽창의 한계… 손실의 시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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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팽창의 한계… 손실의 시대 왔다
  • 한용주 컬럼니스트
  • 승인 2016.01.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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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가격하락 위협…세계경제에 충격

한용주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저금리 기조에 맞춰 차입 규모를 늘려왔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채무상환 부담이 커졌다. 특히 신흥국은 부채 누적이 심해 기업 디폴트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12개월간 신흥국의 하이일드 회사채(고수익·고위험 채권) 디폴트 비율은 3.8%로 미국(2.5%)보다 높아졌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신흥국의 디폴트 비율(0.7%)이 미국(2.1%)의 3분의 1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부채 규모로도 확인 가능하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신흥국 기업부채 규모는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5배 증가한 23조 7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기업부채 규모가 지나치게 커졌다. 18개 신흥국 중 GDP 대비 비금융 기업부채 비율은 홍콩이 226%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중국(161%)과 싱가포르(142%), 한국(104%) 순이다.

씨티그룹은 "내년에는 중국 기업들이 상환해야 할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나 부도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내년 3월로 예정된 중국 기업들의 이자상환 규모는 670억 달러로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월 평균의 2배로 늘어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초저금리와 더불어 양적완화 정책으로 지구촌에 막대한 돈이 풀렸다. 중국이 가장 많은 돈을 찍어냈고 다음은 미국 그리고 일본, 유럽 순으로 막대한 돈을 찍어내고 있다. 이러한 통화팽창 정책은 경제가 둔화될 때마다 마법처럼 경제를 되살리곤 했다. 시장 투자자들도 경기지표가 악화되면 의례히 추가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호재로 받아들이곤 했다.

그러나 마법 같았던 통화팽창 정책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 11월 중국 리커창 총리가 시중에 돈을 충분히 풀었는데도 실물경제에 돈이 돌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팽창 정책이 반복될 수록 돈의 유통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경제지표 중에서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장기간 반복된 투자로 인한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과도한 부채 때문이다. 공급과잉은 수년 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어 왔지만 세계 각 국가들이 구조조정보다는 투자확대 정책을 고수해 왔다. 그로 인해 공급과잉이 더욱 악화되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일로였다. 각국 마다 적자기업이 늘어났고 이제 기업의 디폴트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위험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주요 정책과제로 기업경쟁력 제고를 제시하면서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합병과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 등 공급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철강, 교통, 에너지, 통신 등 전 영역에 걸쳐 정부주도의 기업합병을 추진하는 한편, 3년 연속 적자기업의 시장 퇴출을 추진하고 철강, 구리, 시멘트 국유기업들의 감산과 감원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주도의 공급개혁으로는 공급과잉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공급과잉 해소는 고사하고 오히려 부실공룡기업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 대출로 연명해온 한계기업의 부도가 속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의 연쇄부도는 부채가 많은 기업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수많은 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신용경색이 발생한다.

세계는 장기간 통화팽창으로 자산가격의 거품을 만들고 키워왔다. 이제 리커창 총리의 말처럼 돈이 잘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 구간에 들어왔으며 통화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제 원자재 상품가격은 이미 거의 반 토막 수준으로 하락하여 투자손실을 초래했다. 뒤이어 자산시장인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도 가격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자산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부채상환 압력이 더 커지고 이로 인해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는 부의 마이너스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더구나 지난달부터 시작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세계 자산시장의 가격거품 붕괴를 촉진시킬 것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미국 경기회복이 신흥국에 호재가 아니라 악재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주식시장보다 부동산시장의 가격하락이 더 큰 위협이다. 부동산시장은 한번 공급과잉이 되면 공급과잉이 개선되지 않고 계속 악화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부동산시장의 거품규모가 과거 어느 부동산시장보다 커서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전 세계가 공조한 통화 팽창정책이 이제 한계에 왔으며 빚을 늘려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상품과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손실의 시대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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