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주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저금리 기조에 맞춰 차입 규모를 늘려왔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채무상환 부담이 커졌다. 특히 신흥국은 부채 누적이 심해 기업 디폴트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12개월간 신흥국의 하이일드 회사채(고수익·고위험 채권) 디폴트 비율은 3.8%로 미국(2.5%)보다 높아졌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신흥국의 디폴트 비율(0.7%)이 미국(2.1%)의 3분의 1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부채 규모로도 확인 가능하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 신흥국 기업부채 규모는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5배 증가한 23조 7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기업부채 규모가 지나치게 커졌다. 18개 신흥국 중 GDP 대비 비금융 기업부채 비율은 홍콩이 226%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중국(161%)과 싱가포르(142%), 한국(104%) 순이다.
씨티그룹은 "내년에는 중국 기업들이 상환해야 할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나 부도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내년 3월로 예정된 중국 기업들의 이자상환 규모는 670억 달러로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월 평균의 2배로 늘어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초저금리와 더불어 양적완화 정책으로 지구촌에 막대한 돈이 풀렸다. 중국이 가장 많은 돈을 찍어냈고 다음은 미국 그리고 일본, 유럽 순으로 막대한 돈을 찍어내고 있다. 이러한 통화팽창 정책은 경제가 둔화될 때마다 마법처럼 경제를 되살리곤 했다. 시장 투자자들도 경기지표가 악화되면 의례히 추가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호재로 받아들이곤 했다.
그러나 마법 같았던 통화팽창 정책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 11월 중국 리커창 총리가 시중에 돈을 충분히 풀었는데도 실물경제에 돈이 돌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팽창 정책이 반복될 수록 돈의 유통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경제지표 중에서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상품과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손실의 시대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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