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해부] ①열흘만에 65조원 팔렸다..소비심리 살아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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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 해부] ①열흘만에 65조원 팔렸다..소비심리 살아나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1.11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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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쇼핑행사 광군제서 열흘간 65조원 판매...지난해 기록 뛰어넘어
일부 부유층은 명품 구매 나서...저렴한 생필품 위주의 쇼핑객도 늘어
미·중 무역분쟁 계기로 미국 제품 덜 사겠다는 중국인들 많아
중국 소비지표 개선은 아직...다음주 소매판매 지표 주목해야
11월11일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의 소비심리 회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월11일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의 소비심리 회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최대의 쇼핑 행사가 시작됐다. 

11월11일, 1이 넷이 모여 '싱글의 날'이라고도 불리는 중국의 광군제가 막을 올렸다. '광군'은 나뭇잎이 없는 앙상한 막대기를 뜻하는 말이다.

중국 최대의 쇼핑 플랫폼을 운영하는 알리바바는 연인이 없어 외로울 때는 쇼핑을 통해 위안을 삼는다는 취지의 '광군제'를 쇼핑 이벤트로 기획했는데, 이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중국 최대의 행사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독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전세계 경기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가운데, 광군제의 성과가 중국의 소비심리 회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꽤 객관적인 지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예년보다 길어진 광군제..열흘간 65조원 매출

올해 광군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집중됐다. 코로나19로부터 가장 빨리 회복하고 있는 중국에서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지표에서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중국의 소비심리 개선은 유독 더디게 진행돼 일부 비관론자들은 중국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지적하기도 했다. 

광군제 판매액을 보면 중국의 소비 심리는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는 저장성 항저우에 마련된 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언론행사에서 "지난 11월 1일부터 11일 0시30분(현지시간)까지의 거래액이 총 3723억위안(약 63조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알리바바 광군제 총 거래액은 약 2684억위안(약 45조70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는데, 이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초당 구매 상품량이 순간 58만3000건까지 치솟아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예년에는 11월11일 하루 동안 광군제 행사를 진행했으나, 올해는 지난달 말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하면서 광군제가 예년보다 길어졌다. 알리바바와 아마존닷컴은 11월11일보다 3주 앞선 10월21일부터 사전예약을 진행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예년을 뛰어넘는 소비자 수를 기대하고 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지난해 광군제 쇼핑에 참여한 소비자 수는 5억명이었으며, 올해 목표는 8억명으로 예상했다. 

컨설팅업체인 올리버와이만 조사 결과 중국 소비자의 86%가 지난해 광군제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을 지출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한 이들은 15% 미만이다. 

달라진 소비 패턴...명품과 생필품 둘 다 늘어

올해는 명품 상품의 구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린 소비 심리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된데다,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이를 명품 구매로 대신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리버와이만의 숀 센 전략 담당가는 "지난 6개월동안 중국의 부유층은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많은 이들이 해외여행 대신 명품 제품의 구매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소비자들은 약 7700억위안(약 130조원) 규모를 명품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세계 명품소비의 약 3분의 1에 달하며, 명품을 구매하는 가구는 연간 평균 7만위안(약 1170만원)을 명품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차이나의 마이클 노리스는 "계속되는 봉쇄조치로 인해 중국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입하는 모습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또다른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데다,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부유층들은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맞이해 명품 구매에 나서고 있는 반면 또다른 이들은 보다 저렴한 생필품 위주의 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부는 명품 소비를 통해 소비욕구를 분출하고 있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더 저렴한 상품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오바오몰과 징동닷컴 등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타겟으로 삼고, 더 저렴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전자상거래 시장을 더욱 성장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는 전자상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온라인 소매 매출은 5조1500억 위안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했다.

중국 소비자 대다수 "미국 브랜드 안산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진 점도 중국 소비자들의 움직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앨릭스파트너스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66%는 이번 행사 기간 동안 외국브랜드보다 자국 브랜드 상품을 더 많이 구입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62%인 대다수는 '애국심'을 이유로 자국 브랜드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51%가 이같은 대답을 한 바 있다. 

특히 중국 소비자의 과반이 넘는 57%는 미국 제품에는 돈을 덜 쓰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39%는 유럽 브랜드에 대한 지출을 삭감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데이비드 가필드 선임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미국 제품들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아왔으나, 중국 소비자들이 점점 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는 지정학적 흐름이나 무역 분쟁의 영향을 넘어선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지표 개선은 아직..다음주 소매판매 지표 주목 

중국의 경제는 코로나19의 회복과 함께 빠르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유독 소비 부문의 개선은 뒤처졌다. 지난 9월 소매판매액은 전년동기대비 3.3% 늘어 시장 전망치(1.8%)를 훌쩍 뛰어넘은 바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개선을 확인할만한 지표가 없었다. 

지난 10일 발표된 중국의 소비자물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0월 중국의 소비자 물가가 0%대로 떨어지면서 11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5% 상승에 그쳤는데, 이는 경제학자들의 전망치(0.8%)보다 낮은 것이다. 특히 지난 9월 1.7%, 지난 8월 2.4% 올랐던 것과 비교하더라도 부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돼지고기를 포함한 식품 물가의 하락이 낮은 물가 상승률을 이끌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것은 부진한 가계 소비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돼지고기 가격은 그동안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따른 공급부족으로 고공행진을 보여왔으나, 지난달에는 수입이 늘면서 가격이 2.8% 떨어진 바 있다. 

특히 농수축산물과 에너지가격을 제외한 핵심 CPI 인플레이션은 10월 0.5%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동월대비 2.1% 하락, 9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상보다 낮은 물가 상승률은 경제 전문가들이 중국의 소비가 코로나19에서 회복할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부진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징양 첸 HSBC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핵심 CPI의 약세를 설명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전반적인 수요 약세로 인해 많은 소매업체들과 기업들이 가격을 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중국 최대 쇼핑행사인 광군제 뿐 아니라 다음주 발표될 소매판매 지표도 중국에서의 소비심리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추가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며 "소매판매 지표는 9월 성장세로 돌아서긴 했지면 여전히 뒤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첸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회복의 길은 매우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CPI는 앞으로 몇달 안에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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