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에 '합리적 대안' 알뜰폰…아이폰12 출시 계기로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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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에 '합리적 대안' 알뜰폰…아이폰12 출시 계기로 "특수"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1.11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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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는 필요 없고, 아이폰 쓰고 싶은 2030...알뜰폰 가입자 증가
LTE ‘11GB+일2GB’요금제, 알뜰폰 업체는 3만3000원대에 공급
작년4월 5G 출시후 가입자 9개월 연속 감소 '된서리'후 극복
5G대안으로 LTE에 집중.. 100여종의 LTE 요금제 나와
서울 종로구 서린동 광화문우체국을 찾은 시민들이 알뜰폰 구매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서린동 광화문우체국을 찾은 시민들이 알뜰폰 구매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KT엠모바일과 LG헬로비전 등 국내 알뜰폰 사업자들이 아이폰12 출시를 계기로 특수를 맞고 있다. 아이폰과 같이 공시지원금이 적은 기종을 쓰면서 5G를 쓸 필요가 없는 소비자라면 알뜰폰을 사용하는 게 통신비를 아끼는 선택이라는 호평 덕이다.  

정부 “알뜰폰 활성화 통해 국민 통신비 경감”

알뜰폰은 10년전 정부가 통신 서비스 시장 경쟁을 통한 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만든 서비스다. 알뜰폰 사업자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는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는 이동통신 3사에게서 망을 빌려 독자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도매로 망을 사용할 수 있다보니 이통사보다 낮은 가격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알뜰폰 대표 요금제 중 하나인 LTE ‘11GB+일2GB’요금제(매달 11GB 데이터 제공, 소진 시 매일 2GB 추가 제공)는 이통사에서 월 6만5000원이지만, 알뜰폰 업체에선 3만3000원대에 이용이 가능하다. 알뜰폰 사업자에 따라서 전용카드 할인, 지역 위성방송, 인터넷 등을 결합해 더 싼 가격에 이용할 수도 있다. 

정부는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우체국에서 알뜰폰을 구매하고 접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알뜰폰 업계를 지원했다. 하지만 “싸다”는 이미지로 인해 주로 통신 서비스 사용빈도가 낮은 고령층에서 경제적 이유로 알뜰폰을 선택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최근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변화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736만명에 달했다. 알뜰폰 가입자는 올 5월부터 7월까지 737만명, 734만명, 731만명으로 줄어들었다가 8월 735만명, 9월 736만명으로 다시 늘었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약정이 끝난 휴대폰에 알뜰폰 유심을 사용하는 방식을 찾는 젊은 고객이 늘었다”며 “최신 스마트폰을 자급제로 구매해 알뜰폰에 가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유심 가입자 10명 중 7명이 2040세대로 사용자층이 젊어졌다"고 덧붙였다. 

단말기 자급제란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 유통매장 등에서 공기계를 구입한 뒤 이통사나 알뜰폰 서비스에 가입해 사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아이폰12가 만든 '알뜰폰 특수' 

신형 아이폰 출시가 이런 변화에 속도를 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통적으로 아이폰은 이동통신사의 공시지원금이 낮게 측정돼 알뜰폰 가입자가 다른 기종 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기기는 제값을 주고 사되, 약정없는 싼 요금제를 택하는 소비였다. 이는 아이폰 12도 마찬가지다. KT엠모바일은 아이폰12가 출시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주일간 고용량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3종에 신규 가입한 일평균 가입자가 10월 대비 38%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8월 21일 갤럭시노트20 출시 이후 일주일간 신규 가입자가 전월 평균 대비 약 21% 늘어난 것보다 많은 수치다.

LG헬로비전 또한 같은 기간 LTE 고가요금제 일평균 가입자 수가 10월 평균보다 31% 증가했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아이폰12 특수를 누리고 있다”며 “해당 요금제 가입자 80%가 2040세대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급제폰과 알뜰폰 유심을 결합하는 트렌드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이폰처럼 이동통신사의 공시지원금이 낮은 기종을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나 가전 유통매장, 대형 할인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공기계를 직접 구매한 뒤 알뜰폰에 가입하는 사용자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업계관계자는 "최근 자급제 단말 수요가 늘면서 플래그십 단말이 나올 때마다 알뜰폰 가입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폰은 자급제 단말 비중이 더욱 높아 알뜰폰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웃을 수만은 없는 알뜰폰 업계

그러나 이런 최근 추세에도 알뜰폰 업계가 마냥 기쁜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4월 가입자 810만명을 정점으로 이통 3사의 정책에 따라 가입자 증감이 교차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알뜰폰 업계 어려움은 이통사와의 체급차이에서 오는 구조적인 측면에 기인한다. 알뜰폰 업계는 2019년 4월 가입자 정점을 찍은 뒤 올해 5월까지 9개월 연속 가입자가 감소했다. 5G서비스를 앞두고 이통 3사가 가입자 확보를 위해 알뜰폰 가입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게 가입자 감소의 원인이라는 게 알뜰폰 업계의 분석이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알뜰폰 가입자를 이통 3사 가입자로 끌어오면 리베이트(불법 보조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알뜰폰 가입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에 알뜰폰 사업자 단체인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통신사들의 차별적 보조금 지급을 통한 알뜰폰 가입자 빼가기는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행위"라며 "이 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라"고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통사 계열의 알뜰폰 사업자로 아이폰12 신규 가입자가 몰리는 등 업계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 6곳의 알뜰폰 가입자(2020년 6월 기준) 점유율은 37.4%지만 매출액 점유율(2019년 기준)은 65.1%에 이른다. 독립계 알뜰폰사 38곳 가입자 점유율은 50.8%지만, 시장 매출 비율은 30.7%에 불과하다.

한국 알뜰통신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알뜰폰 사업자로 등록된 업체는 56개사다. 공식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집계하진 않지만 업계에서는 가입자 78만명을 확보한 KT 계열의 ‘KT엠모바일’을 1위 사업자로 본다. 2위는 LG유플러스 계열의 LG헬로비전이다. 

‘싸다→합리적 대안’으로...LTE택한 알뜰폰 

이통3사의 자본에 밀려 알뜰폰 업계가 선택한 전략은 ‘합리적 대안’이다. 소비자가 알뜰폰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는 저렴한 통신비 때문이다. 그러나 ‘저렴하다’는 이미지는 동시에 독이 되기도 했다. 이통 3사 통신망을 빌려 사용하기에 품질에 차이가 없고 로밍 등의 기능이 동일한데도  ‘통화 품질이 낮다’, ‘로밍이 안 된다’ 등의 오해가 쌓인 것이다. 

‘싸기만 하다’는 이미지를 벗고자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2018년 ‘알뜰폰’ 명칭을 바꾸는 공모전까지 열었다. 그러나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알뜰폰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쓰게 됐다. 

5G보급 확대를 앞두고 ‘싸다’에서 ‘합리적 선택’으로 인식을 바꾸려는 게 알뜰폰 업계의 전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5G에 있어서는 이통사의 공격적 마케팅에 당해낼 수 없다"며 "싼 게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5G가 아직 활성화 되지 않은 측면도 있고 경제적 이유로 알뜰폰을 선택한 고객이 많은 상황이라 5G의 대안이 될 수 있는 LTE 요금제가 주력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1위인 KT엠모바일의 경우 5G 요금제는 2종인 반면 100여종의 LTE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알뜰폰 업계에서는 다양한 LTE 요금제와 함께 사업자 특성에 따른 결합 상품을 제시한다. 국민은행은 금융 실적과 연계한 알뜰폰 상품을 출시했고 지역 사업자들은 인터넷과 케이블 TV 등을 결합한 상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도 알뜰폰 업계를 지원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과기정통부는 가입자 2300만명의 국내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서 자급제 단말기를 알뜰폰 요금제와 연계해 팔 수 있도록 허가한다고 밝혔다. 또한 서대문역 인근에 알뜰폰 단말기를 체험할 수 있는 알뜰폰 스퀘어도 같은날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과기부의 김남철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단순히 저렴한 요금제만으로는 이용자 선택을 받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며 “이통3사가 제공하는 수준의 다양한 부가서비스 혜택 제공, 단말기 공급기반 확충 등 서비스-단말기-유통망 등 생태계 전반을 개선하는 역대급 활성화 대책을 마련, 국민들의 통신비를 경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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