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먼저야"...美 리더십 혼란, 부양책·무역현안에 어떤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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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먼저야"...美 리더십 혼란, 부양책·무역현안에 어떤 영향?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1.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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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인 정권 인수 박차, 트럼프 불복에 당분간 리더십 공백 예상
코로나19 경기부양책 협상 및 무역 분쟁 등 각종 현안 해결 지연될 듯
WTO 사무총장 선출 연기되면서 이 역시 바이든 과제로 남겨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권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을 시사하면서 당분간 리더십 공백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뒷모습.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권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을 시사하면서 당분간 리더십 공백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뒷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권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선거로 인해 미뤄졌던 각종 경제현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게 되는 내년 1월20일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을 유지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할 것을 시사하는 등 정권 인수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약 두 달여간 미국을 이끄는 리더십의 공백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따른 각종 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경기부양책, 어떻게 되나?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경제 현안은 바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집행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롬 파월 연장준비제도(Fed) 의장은 "추가 경기부양책이 절실하다"고 수차례 언급해왔다. 

당초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대선 이전에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키기 위해 협상시한까지 정하는 등 애를 썼지만, 이렇다할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고, 민주당이 상·하원을 싹쓸이하는 블루웨이브를 달성할 경우 민주당의 계획대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으나, 상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지면서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과 함께 상원 선거가 치러졌고, 그 결과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100석 중 48석을 확보했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알래스카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공화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내년 1월5일 치러지는 조지아 상원의원 2석 결선 투표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해야 50 대 50석으로 무승부가 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민주당에 한 표를 행사할 경우 51 대 50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지만, 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에서 상원마저 민주당에게 넘겨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같은 상황을 지적하며 바이든 당선인이 1월 취임한 이후에도 당분간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NYT는 "야당이 될 공화당은 경제와 시장에 미칠 상당한 피해를 막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겠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약속했던 대규모 지출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연준이 경기 회복에 있어서 지배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물론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고, 공화당이 바이든 당선인의 경기부양책을 받아들일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지만, 이 모든 것들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것. 

이는 2011~2016년 오바마 행정부와도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고 NYT는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9년부터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펼쳤으나 2011년 초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이같은 정책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연준의 도움으로 확장 정책이 이어지긴 했지만, 미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고용시장을 비롯해 실물경제가 회복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 NYT의 설명이다. 

NYT는 "실업률이 5% 이하로 떨어지기까지는 6년 이상 걸렸다"며 "연준은 금융시장을 끌어올리는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일반 미국인들이 혜택을 받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 역시 연준의 한계를 강조하며 미 의회가 경제에 직접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네이선 시트 PGI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부양책 측면에서 볼 때 블루웨이브 시나리오에 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트럼프가 승리하고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는 시나리오에 비해서도 부양책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다만 상원이 충분한 부양책을 수용하거나, 바이든 당선인이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한다면, 경기부양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계무역 시스템'도 혼란 불가피

무역 현안과 관련해서도 리더십의 공백이 큰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무역 시스템이 가장 혼란스러운 국면을 통과하고 있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이를 빠른 시일 내에 회복시킬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항공기 보조금을 둘러싼 EU-미국 분쟁 등 중요한 무역 분쟁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선출됐다고 단순히 해결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바이든 당선인은 다자주의를 지향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등 미국 국내 문제 해결이 우선적으로 요구되고 있어 혼란스러운 무역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연합(EU)는 9일 미국산 제품에 대한 40억달러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9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EU는 10일부터 트랙터, 냉동조개, 보드카, 여행가방, 연어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보잉 항공기에 대해서는 15%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조지W.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유럽의 에어버스가 EU로부터 불법 보조금을 받는다며 제소한 것을 시작으로, 양측간 무역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에 접어들면서 더욱 악화됐다. 

미국은 지난해 에어버스가 불법 보조금을 받았다는 WTO의 판결에 따라 프랑스산 와인과 이탈리아산 치즈, 영국산 캐시미어 등 유럽산 제품에 75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WTO가 보잉 역시 불공정하게 정부 지원을 받았다고 판결, EU의 손을 들어주면서 EU 또한 보복 관세에 나서는 것이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EU는 오늘 우리의 권리를 행사하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우리에게 부여한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다자주의를 더욱 추구한다면 양측의 무역갈등이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새 무역정책이 최소한 내년 3월까지는 자리를 잡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복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피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부 장관은 "미국이 보복관세 부과를 철회할 준비가 됐다면 우리도 언제든지 우리의 관세 부과를 유예하거나 철회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개선의 여지를 남겨뒀다. 

바이든 무역분쟁 해결 여부에는 의견 엇갈려

전문가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바이 아메리카'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무역분쟁이 단기간 해결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운동 당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를 외치며 "불공정한 보조금으로 미국 제조업을 약화시킨 국가들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바이든 후보의 '바이 아메리카' 공약은 그가 트럼프에 비해서는 인간적이지만, 무역분쟁이 지속될 것을 의미하는 부분"이라며 "중국과도 무역분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리즘의 종말은 트럼프 행정부가 남긴 가장 오래 지속될 유산 중 하나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분별한 관세 정책에 대해 분노해온 만큼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당선인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보좌관들은 그가 이것을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한다 하더라도 무역정책은 새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대선과 스위스의 코로나19 확산으로 WTO 사무총장 선출이 연기됐다. 사진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나이지라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대선과 스위스의 코로나19 확산으로 WTO 사무총장 선출이 연기됐다. 사진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나이지라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오른쪽). 사진=연합뉴스

WTO 사무총장 선출도 영향받을 듯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최종 라운드에 진출해 이목이 집중됐던 WTO 사무총장 선출 역시 미국 리더십 공백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WTO 사무총장 최종 라운드에 오른 후보는 유명희 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다. 앞서 지난달 28일 회원국 최종 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 후보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았으나, 미국이 유 본부장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승리할 경우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WTO 회원국들에게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바이든 후보의 경우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다. 

여기에 WTO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며 회의가 연기된 점 역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WTO 사무국은 성명을 내고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회의를 연기한다"며 9일로 예정됐던 일반이사회 회의를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WSJ는 "WTO 사무총장 임명과 관련해서도 난관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이 나이지리아 후보에 대한 지지를 보류하고 있고, WTO 역시 새 지도자 선출을 연기하면서 이것 또한 바이든 당선인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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