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정의 유럽외교전] 바이든, 한국에도 독일에도 희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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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의 유럽외교전] 바이든, 한국에도 독일에도 희망될까
  •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0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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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선거유세 동안 "동맹의 복원" 강조...독일도 기대
독일, 미국과 이해충돌 잦아 '독자노선' 추구 오래돼
바이든 행정부 집권해도 독일 '독자노선' 중단되지 않을듯
반면 한국은 미군 문제에 관해 독일보다 '현상유지' 유리할 듯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11월 3일 실시된 미 대선의 윤곽이 드러났다.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이 제46대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 사실상 선출되었다. 남의 나라 대통령이지만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선거는 어느 나라에게도 초미의 관심사항이다. 고국의 뉴스채널을 틀면 어김없이 한미관계에 대한 미래예측으로 가득하다. 여기 베를린에도 독일의 수많은 매체가 미 대선의 향방을 지속적으로 방송했다. 유럽과 독일의 미래를 미국과 연결해 그 유불리를 점쳐보고 있는 것이다.

독일, 미군철수와 방위비협상 문제로 골치앓이

한국과 독일은 두 나라 모두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가에 따라 미국과 얽힌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미국 군대가 주둔한 상황에서 방위비 협상으로 인해 미국과 매우 불편한 상황에 놓여있다.

독일 주둔 미군 1만2천명의 철수가 12월로 예정되어 있다. 발등의 불이다. 러시아로부터 유럽을 지키기 위한 나토(NATO)군의 감축 배경에는 미국이 요구한 독일 방위비 2%(GDP기준) 달성 불가의 문제가 핵심사안이었다. 2019년 지출된 독일정부의 국방비 예산은 1.36%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독일주둔 미군 철수와 방위비 부담 압력은 어느 때보다 급박하고 위협적이었다.

독일내 일부에서는 미국이 동맹을 헌신짝 대하듯 한다고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해졌다. NATO군은 대러시아 유럽방위 목적으로만 운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했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NATO군은 미국의 전세계적 전략전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아프간주둔 철수가 일방적으로 발표되자 가장 곤경에 처한 것이 함께 아프간을 지키던 NATO군이다. 동맹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수많은 유럽 청년들은 사지에 몰려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NATO군이 당황할 수밖에 없고, 미국과 유럽 동맹간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 미국 주둔 규모. 독일은 9월에서 12월로 주독미군 감축이 연기됐다. 사진= 연합뉴스
전세계 미국 주둔 규모. 독일은 9월에서 12월로 주독미군 감축이 연기됐다. 사진= 연합뉴스

민주당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남다른 독일

독일내에서는 이러한 결정을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하게 됐으니 미국의 대유럽정책에도 큰 변화가 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NATO군의 재배치와 관련해서 이미 지난 7월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기류가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던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인들은 미군의 유럽주둔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반면 독일인들은 이제 철수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의견이 상당하다고 한다. 결국 주둔지인 독일 국민들은 나가주길 바라고 있으며, 파병국인 미국인들은 더 머물기를 바라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한미간 미군철수 문제와는 상황이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모습이다. 여전히 남북으로 분단된 상황의 휴전상태인 한국에서는 미국 군대의 주둔은 사실상의 무력충돌을 억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 국민들 다수는 남북간 평화협정이 체결돼 긴장이 완화된다하더라도 미군 철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또한 미국인들의 60% 이상이 미군의 한국 주둔을 지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 지지도는 미군의 일본 주둔보다 더 높은 것으로, 미군의 한국 주둔이 역내 긴장완화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양측 국민들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군 주둔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그래프= 연합뉴스
미군 주둔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그래프=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시기, 독일의 '독자노선' 추구 노골화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주둔 미군의 3분의1을 철수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이에 대해 독일 정치권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그 기저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이 원인이기는 하나, 독일의 '독자노선'이 가장 근본적인 배경이다. 

과거 민주당 정권이었던 오바마 대통령 시절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 시절 독일 대미 전략의 핵심이 바로 '독자노선'이다. 독일은 자국의 이익과 미국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미국의 협력자를 자처하기보다 중립적인 독자적 행위자가 되는 것이 자국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독일이 탈원전·탈화석 에너지 정책의 보완 장치로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협력을 고집한 것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세계 2위의 수출의존형(39%, 2019년 기준) 국가 경제구조 속에서 올해 독일의 최대 수출상대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됐다. 독일은 독자생존을 위해 NATO군의 주적인 러시아를 가까이 하고, 세계 무역질서의 파괴자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도 손을 잡고자 한다. 

독일의 독자노선, 변화할 가능성 높지 않아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 정권을 인수하게 되면 당연히 동맹체제의 복원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독일이 바라는 방향이다. 한동안 독일이 트럼프 대통령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지 않은 이유도 이런 기대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과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독일이 원하는대로 '과거로의' 복원이 이뤄질 수 있을까? 트럼프 행정부 시절을 '깡패 수퍼파워'로 규정짓고 있는 독일이 바이든 행정부와 상대해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독일의 이익을 찾을 수 있을까?

그 말은 독일이 원하는 것을 미국이 제공해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돌려 볼 수 있다. 독일은 에너지전환정책에서 기로에 서 있고 천연가스 에너지를 제공해 줄 곳은 유라시아에서 러시아 말고 생각해 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미국이 중국을 대신하는 교역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조건을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교역조건은 엄연한 '가격경쟁'과 '교역규범'에 관한 문제이다. 가격경쟁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유리할 가능성은 없고, 교역규범도 기존의 WTO 규범틀을 바꾸지 않는 한 미국이 중국보다 독일에게 유리할 수가 없다. 독일의 독자노선은 이미 그 걸음을 옮긴지 꽤 되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 할지라도 독일의 상황이 4년 전과 달라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완전한 복원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시진핑 중국주석. 사진=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시진핑 중국주석.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독자노선은 명확하지 않은 상황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미국 방위비 협상과 미군철수 문제도 독일과 비슷한 상황으로 돌아갈까?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큰 갈등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은 군사안보문제에 경제교역조건을 같이 올려놓고 협상을 저울질한 적이 거의 없다. 두 사안은 한반도에서 분명히 투트랙으로 운영되어 왔다. 반면 한중간 관계는 군사와 경제가 연결되어 그 애증의 관계가 교차되어 온 면이 강했다.

한국에는 철거해야 할 천연가스관도 없고,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독일과 미국간 관계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내 미군 주둔과 방위비 협상을 독일과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자는 선거유세 기간내내 동맹관계에 있어 신뢰를 강조해왔다. 과도한 방위비 협상은 어느 정도 완화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며,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감안할 때 주한미군 주둔 규모를 줄여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유럽 주둔 미군은 그 규모를 줄여서라도 재배치될 가능성이 높으나 주한미군은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방위비 요구가 트럼프 행정부와 같이 터무니없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집권은 독일보다 한국의 '현상유지(status quo)'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 필자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며 오피니언뉴스 베를린 통신원 활동을 겸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주로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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