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국내 작가 키워야 한국미술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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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산책] 국내 작가 키워야 한국미술이 산다
  •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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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러온 언택트 사회, 미술업계도 찬바람
온라인 경매시장 중심 거래 이뤄져
미술업계, 국내 작가 발굴로 돌파구 마련해야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미술 시장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1차 시장인 화랑들을 그로키 상황에 몰아넣었고, 2차 시장인 경매(옥션)사가 시장의 중심에 자리잡게 했다.

경매는 특정 작가의 작품 한 점을 두고 가격이 매겨진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개인이나 법인들이 보유중인 작품들이 대거 경매에 나오면서 원로 작가 및 미술사에서도 비중있는 작고(作故) 작가들의 작품이 호당 10~20만원대로 폭락하고 있다. 생존 작가 중에서는 이우환, 박서보, 작고 중에서는 김환기 등의 작품은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동양화는 말 그대로 ‘폭망’한 상태다. 

서구에서의 미술 시장은 1차 시장과 2차 시장 구분이 뚜렷하다. 컬렉터가 최초 화랑에서 작품을 구입하면 이 작품은 통산 15~20년 뒤 주로 소위 3D(사망, 이혼, 파산)의 원인으로 2차 시장인 경매 시장에 나오게 된다.      

화가들의 세계인 화단(畫壇)도 집단화, 서열화, 하청 제도가 뚜렷해졌다. 협업이 필요한 조각, 설치, 조형물 시장 뿐만 아니라 회화 장르도 경쟁력 있는 작가들은 소위 ‘공장’에서 작품을 생산한다. 뚜렷한 브랜드를 가진 작가는, 최초 드로잉이나 아이디어 정도만 내고 피고용 작가들이 밑 작업부터 시작해서 마무리 작업까지 마친후 서명만 한다. ‘조영남 사태’도 이러한 취약한 미술 생태계 구조에서 빚어진 사건이다.

올해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사태로 국내 화랑가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인터넷 경매 시장이 미술시장 불황의 새로운 출구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사태로 국내 화랑가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인터넷 경매 시장이 미술시장 불황의 새로운 출구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르별 양극화 또한 뚜렷하다. 88올림픽 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미술 시장은 동양화(한국화)가 대세였다. 지금 동양화는 몰락하고 서양화가 시장의 중심에 자리잡은지 오래되었다. 전통 묵화인 동양화에서 출발했으나 채색을 가미한 몇몇의 채색 화가와 서양화로 갈아탄 이들만이 화업을 이어가고 있다. 동네마다 성업하던 동양화와 관계 깊은 서예 학원도 석양 뒤로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경매 회사들이 화랑 전시 이력이 일천한 일부 젊은 작가들을 프로모션하면서 이들 작품가가 당대를 호령했던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생존 작가이더라도 병고 등으로 작업을 중단한 원로급들은 이러한 경매 시장의 행태에 속수무책이다. 

화랑가 또한 국내 작가 배제 현상은 뚜렷하다. 미술품 컬렉션 진입 세대인 경제력을 갖춘 30~40대는 해외 체류 및 다양한 여행 경험으로, 아예 국내 작가 작품들은 컬렉션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일부 기획력 좋은 신생 중소형 화랑들은 이러한 고객 취향에 맞추어, 해외 시장에서도 채 검증되지 않은 외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화랑 사업은 호흡이 길다. 2세로 경영권을 넘기면서 자체 컬렉션을 자녀들에게 상속하고 싶어도 수십년전 구입 가격 대비 높은 현 시세를 적용하는 과세 당국의 방침 때문에 이도 쉽지 않다. 

화랑은 자신들이 전시를 열어 컬렉터들에게 판매한 작품이 높은 가격으로 평가되면 고객에 대한 애프터 써비스를 다하는 것이다.

화단의 중진 및 중견 또는 원로급 작가들을 발굴한 경험이 풍부한 통인화랑(대표 이계선)은, 작업을 지속할 작가들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전시 작가를 선정한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이더라도 중도에 작업을 포기하면 그 작가의 작품을 산 컬렉터는 높은 가격은 고사하고 유통 자체를 시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인화랑은 1974년 첫 전시를 가지고 1975년 설립되었다. 1976년,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그림 어디있느냐’고 반문하는 해프닝도 있었던 서양화가 박서보의 묘법(描法) 시리즈 작품은 최소 억 단위이다. 통인화랑은 고미술품을 주로 거래한 통인가게에서 유래한다. 2024년이면 설립 100주년이다.   

선 화랑은 최근 미술관 급에서나 소화가능한 대작 중심으로 작업하는 중견 여성 화가 이정지를 초대해 전시를 가졌다. 평양고보 출신의 이호현 회장과 황해도 출신의 고 김창실 대표 부부가 1977년 설립한 선화랑은 80년대 당대 정치패권을 쥔 대구경북 출신이 대세인 화단의 균형 조절 역할도 했다.   

미술 시장은 공산품과는 확연히 다른 시장 원리가 작동한다. 공산품은 수요 예측후 투자및 공급에 나선다. 미술품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확보한 작가의 등장은, 존재하지 않던 시장도 새롭게 창출한다. 필자가, 수요자인 컬렉터보다는 작가 중심으로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는 2020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취소된 것도 경매 시장이 미술품 거래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트페어는 말 그대로 미술품 장터이다. 중소형 또는 지방 화랑, 전시장을 갖지 않은 기획사들도 짧은 기간이지만 대형 화랑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작품을 팔 수 있으나 이 기회마저 박탈된 것이다. 경매 회사 또한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 거래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메이저 화랑중 경매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국제갤러리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는 미술계 입문 12년차의 미술 현장 전문가이다. 쌍용자동차 기획팀, 삼성자동차 기획팀 등 자동차회사 기획 부서를 거쳤고, 홍보 대행사를 경영했다. 상업 갤러리를 경영하면서 50여회의 초대 전시를 가졌고, 국내외 300여군데의 작가 스튜디오를 탐방하였다. 각 언론에 재계 및 산업 칼럼을, 최근에는 미술 및 건축 칼럼을 기고해 왔다. 저서로는 <삼성의몰락>, <현대자동차를 말한다>, <이건희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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