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멋쟁이 희극인이었던 박지선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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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멋쟁이 희극인이었던 박지선을 기억하며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04 15:09
  •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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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희극인박지선
희극인은 자신의 눈물을 양념으로 남들을 위한 웃음을 제조하는 걸까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표현입니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려합니다. 제작자나 당사자의 뜻과 다른 '오진' 같은 비평일 수도 있어 양해를 구하는 의미도 담겼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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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대중에게 웃음을 주던 개그우먼 박지선의 짧은 생애를 돌아보며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애도를 보낸다

개그우먼 박지선이 사망했다. 11월 2일 오후부터 뉴스 포털의 연예면은 물론 사회면까지 그녀의 마지막 선택을 경쟁적으로 다루고 있다. 대중을 사랑하고 대중에게 사랑받고 싶어했던 한 대중 예술인의 죽음은 뉴스가 되었다. 박지선은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대중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그런 식으로 건네고 말았다.

연예인의 죽음을 다루는 미디어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잔인했다. 가족과 경찰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박지선의 마지막 순간은 대중의 알 권리를 핑계로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단독을 좋아하는 조선일보가 다른 미디어들이 자살을 암시하는 메모라고 표현했던 것을 넘어서 그 내용까지 기사로 써 버린 것이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 원인 통계’에 의하면 자살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 중 5위를 차지한다. 주요 질병으로 인한 사망 다음 순위이다. 자살의 사회적 의미를 이야기하기보다는 가십 다루듯이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도 그래야 하지만 다만 대중 예술인이었던 그녀에게 보내는 우리네 마지막 관심의 표현을 조금은 인간적으로 하자는 말이다. 그래야 우리에게 웃음과 기쁨을 줬던 박지선에 대한 마지막 예의 표시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많은 이에게 웃음을 주고 떠난 박지선을 나의 방법으로 기억하고자 한다. 그것이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을 향한 나의 추모 방법이다.

박지선은 여러 행사에서 즐겨 찾던 진행자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선은 여러 행사에서 즐겨 찾던 진행자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은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은 그녀가 트위터에 올린 자기소개이다. 그렇다. 그녀의 정체성은 천상 희극인이었다. 박지선은 2007년 KBS 공채 22기로 데뷔했다. 그녀의 공생애는 그렇게 개그우먼으로만 살다 떠났다.

박지선의 개그콘서트 데뷔 코너는 ‘3인3색’이었다. 다른 여자 동기 2명과 함께 한 이 코너로 그녀는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확실히 알렸다. 하지만 박지선은 이때부터 못생긴 여자 역할 전문 개그우먼이 되었다. 실제 출연한 코너 대부분이 외모와 관련된 개그였고, 비슷한 콘셉트의 ‘오나미’와 같은 코너에서 엮이곤 했다. 하지만 내게는 연기를 잘한 개그우먼이기도 했다. 특히 아줌마 연기는 대한민국 최고 중 한 명이었다.

박지선은 상복도 많았다. 그녀는 데뷔한 2007년에 KBS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2008년에 우수상, 2010년에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개그콘서트에서 사상 최초로 KBS 연예대상에서 신인상, 우수상, 최우수상을 모두 받은 개그우먼이기도 하다. 상복이라 표현했지만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진 게 아닌 본인의 노력과 대중의 사랑으로 얻은 영예일 것이다.

박지선은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했고 교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그녀는 이점을 개그의 소재로 쓰기도 한다. 때로는 그녀의 외모와 학력을 비교하는 자학 개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자신을 웃음 소재로 사용했지만 타인을 웃음 소재로 삼지는 않았다. 어쩌면 박지선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좋은 기운을 주는 좋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개그콘서트를 모니터하고 있는 박지선(오른쪽)과 오나미. 사진=박지선 트위터
개그콘서트를 모니터하고 있는 박지선(맨 오른쪽)과 오나미. 사진=박지선 트위터

KBS에서 개그콘서트가 사라지기 한참 전부터 박지선은 활동 무대를 여러 곳으로 확대했다. 그녀의 밝은 기운을 필요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았다. 그곳에서 박지선은 주로 웃음을 주는 역할을 맡았지만 때로는 그녀의 명석한 두뇌와 경험이 번뜩이는 순간들도 많았다. 또한 노래도 잘 불러서 ‘복면가왕’이나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에서 의외의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재주 많은 박지선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를 부르는 무대가 많았다. 각종 제작발표회나 팬클럽 행사 등 그녀의 덕후 기질과 긍정 바이러스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런 부름을 사양하기 시작했다고.

“저는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긴 얼굴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잖아요.” (박지선의 생전 인터뷰에서)

대중에게 자기의 매력을 찾아보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전파한 박지선이었다. 이렇게 자존감 높았던 그녀는 대중이 알지 못한 어떤 아픔을 홀로 겪고 있었나 보다. 희극인은 자신의 눈물을 양념으로 남들을 위한 웃음을 제조하는 걸까.

“저는 남을 웃길 수 있다는 게 제일 행복해요. 앞으로도 어떤 선택을 하든 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겁니다.” (박지선의 생전 인터뷰에서)

대중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 자기 치부까지 드러내 보이던 박지선. 대중의 웃음에서 자기 행복을 찾았던 박지선. 이토록 웃음을 사랑했던 박지선은 그녀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간 걸까.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 사진=박지선 인스타그램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 사진=박지선 인스타그램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을 보내며

연예인들이 죽음을 맞이하면 어쩌면 생전에 받았던 관심보다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특히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렇다. 그런 죽음은 평소 친분이 있든 없든 많은 연예인이 SNS로 슬퍼한다. 팬이었든 아니었든 많은 대중이 SNS로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이를 그대로 옮겨 적는 연예 미디어들은 기사들을 추모사처럼 쏟아낸다.

하지만 아무리 인터넷이라도 애도의 실제 온도는 느낄 수 있다. 만약 그것이 진정한 애도였다면 말이다. 그래서일까 박지선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대하는 동료들의 황망한 모습이 더욱 안타깝고 슬프게 느껴진다.

코미디계에 눈에 띄는 한 획을 그은 개그우먼 박지선이 세상을 떠났다. 앞으로 코미디에서 못생김을 연기하는 코미디언을 보게 된다면 대중은 어쩌면 그녀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모두가 못생겼다고 놀렸지만 언제부터인가 못생겨 보이지 않던 박지선을 우리 대중은 그리워할 것이다.

박지선은 1984년 인천에서 태어나 2020년 세상을 떠났다. 향년 35세였다. 멋쟁이 희극인이었던 박지선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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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웅 2020-11-22 21:45:28
저희를 개그로 항상 웃겨주신 멋진 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니 당황스럽고 마음도 슬프네요.. 아쉽지만 그래도 하늘에서도 저희를 웃겨주세요!

이지유 2020-11-22 01:34:33
이 소식을 알게 되고 루머인줄 알았는데 아니라니 충격이네요.
개그콘서트 볼 때마다 웃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봤었는데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안타깝습니다. 하늘에선 편안하게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경준 2020-11-11 20:41:47
이런 멋진 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다니 너무 안타깝네요. 부디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바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멋진 삶 오래오래 기억하겠습니다.

김강민 2020-11-11 15:28:01
개그콘서트 어릴 때 많이 봤던 프로그램이고 박지선님 진짜 재밌게 온가족 모두를 웃겨주시던 분이신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다니 유감입니다 ㅠㅠ 부디 편히 쉬시길..

박지은 2020-11-10 23:53:29
항상 재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떠나셔서 안타깝고 당황스럽고 슬프네요.. 하늘에서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