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반도체M&A 1천억불...삼성전자는 무얼 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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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 반도체M&A 1천억불...삼성전자는 무얼 노릴까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1.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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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자일링스 인수로 데이터 센터 서버 등 경쟁력 강화
절대 강자 인텔의 경쟁력 약화, 삼성전자와 TSMC의 성장으로
"삼성전자, 향후 자율주행차와 AI 반도체 겨냥한 M&A 있을 수도"
"NXP사·글로벌파운드리사도 눈여겨 볼만"
지난해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진행된 M&A(기업 인수합병) 규모는 1040억달러(117조4000억원)가 넘는다. 국내 업계중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을 인수한 SK하이닉스와는 달리 삼성전자는 이 와중에도 조용하다. 가용 현금 113조원을 쥐고서 어떤 M&A를 노리고 있을까.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업체 AMD는 자일링스(Xilinx)를 인수한다고 발표, 이어지는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에 또 한번 균열을 일으켰다. 인수 규모는 350억달러(약 39조 4000억원) 수준이다.

코로나19 감염사태로 전산업계가 거의 올스톱되다시피한데 비해 유독 반도체 업계는 대형 M&A가 많았다. 같은 달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플래시 사업부를 9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인 미국 엔비디아가 400억 달러에 영국의 ARM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의 위기와 경쟁자의 성장

전문가들은 이런 반도체 업계의 움직임과 관련, PC CPU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인텔의 영향력 축소를 가장 큰 배경으로 꼽고 있다.

최영산 이베스트증권 반도체 연구원은 “인텔이 그동안 CPU를 독점하면서 기술 발전 속도가 느려졌다”며 “앞으로 헤게모니가 CPU(중앙처리장치)에서 GPU(그래픽처리장치)와 FPGA(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로 넘어갈텐데 기술적, 사업적 경쟁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FPGA는 반도체 회로를 프로그램하듯 설계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이다. 원하는대로 회로를 다시 구성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올 3분기 인텔의 x86 CPU(중앙처리장치) 점유율은 77.6%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AMD는 22.4%를 차지했다. AMD의 점유율이 지난 분기 대비 4.1%p, 전년 대비 6.3%p 올라선 것이다. 

반도체 공정 개발에서는 인텔이 AMD에 뒤진다. 지난해 AMD는 7나노(㎚) CPU를 출시했다. 인텔은 지난 2분기 7나노 CPU칩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신형 칩 출시가 늦어지면 CPU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에 영향이 생기고 있다.  

팹리스 업체(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AMD의 CPU칩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사와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사가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7나노급 반도체 생산 공정을 갖춘 곳은 TSMC다. AMD의 7나노 CPU 점유율 확대는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는 TSMC의 수주 증가로 이어지는 셈이다. 지난 8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7.4%의 점유율을 기록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2분기보다 점유율이 1.4%포인트 하락한 반면, 대만 TSMC로 점유율 53.9%로 1위를 차지했다. TSMC는 전년동기 대비 21% 급성장했다.  

리사수 AMD CEO가 자사의 GPU 마이크로아키텍처 RDNA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AMD
리사수 AMD CEO가 자사의 GPU 마이크로아키텍처 RDNA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AMD

박재근 한양대 교수(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 학회장)는 “인텔이 CPU에 강하다보니 그간 CPU 산업을 위주로 성장했다”며 “그러나 인텔의 CPU 사업 자체가 메모리나 GPU에 비해 성장률이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텔이 시스템 반도체에서 7~8년 전부터 낸드 플래시 사업에 진출했고 중국 대련에 생산기지까지 마련했지만 수율이 낮아 적자가 이어졌다”며 “결국 이 사업부문을 SK하이닉스에 매각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엔비디아의 GPU사업이 CPU 영역을 침범하고 AMD도 자일링스를 인수해서 덩치를 키워 인텔을 추격하고 있다”며 “그래서 인텔에서 적자보는 메모리를 털어버리고 CPU부문에 더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AMD의 성장은 국내 업계 호재

한편 AMD가 성장하면서 인텔이 CPU부문에 더욱 집중하는 현재의 상황은 파운드리 업계 전체와 삼성전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반도체 생산공정을 갖춘 회사지만 AMD는 설계 전문업체이기 때문에 AMD의 점유율 증가는 파운드리 업체에게는 곧 추가 수주를 의미한다. 특히 7나노급 공정은 현재 삼성전자와 TSMC만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반도체 연구원은 "현재 TSMC는 업계의 압도적 1위인 상황에서 생산능력이 주문을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라며 "반도체 생산공정이 없는 AMD 성장의 혜택은 당장은 TSMC에게 집중되겠지만 곧 파운드리 업계 전반의 호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인텔이 현재 최신공정 반도체 생산에서 성과를 못내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AMD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물량을 맡길 수도 있다"며 "AMD도 GPU 생산 등에서 삼성전자와 거래 관계에 있는 만큼 향후 삼성전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AMD 성장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산 연구원은 “인텔의 공정기술 전환 속도가 느려지는 덕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주량이 늘어날 수 있다”며 “경쟁사인 AMD 제품을 대만의 TSMC사가 독점 생산하는 있는 만큼, 인텔은 삼성전자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인텔이 삼성전자에 7나노 CPU 등 위탁생산 수주량을 늘릴 경우 시장 점유율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메모리와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 부문 비중 조절에도 긍정적이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 비메모리 매출액은 반도체 부문 매출의 24%였다. 

또한 최 연구원은 “인텔의 데이터센터용 CPU, GPU 시장점유율을 AMD가 가져가게 되면, SK하이닉스가 AMD에 납품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각변동 속 삼성전자의 선택은

이처럼 인텔의 영향력 축소와 AMD의 약진은 반도체 업계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정중동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전자장비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한 후 이렇다할 대형 M&A를 추진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 연구원은 “AMD나 엔비디아를 보면 팹리스업체를 인수하는게 트렌드”라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산에 집중하고 팹리스에 강하지 않다보니 인수해도 별다른 시너지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재근 교수는 “삼성전자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업계 1, 2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M&A시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독과점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며 “시장점유율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인텔 메모리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SK하이닉스에 비해 삼성전자는 다른 입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퀄컴이 지난 2016년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를 440억 달러(약 50조원)에 인수하려다 중국 경쟁당국이 승인해주지 않아 위약금을 내고 인수를 포기한 사례가 있다. 당시 퀄컴은 미국, 유럽연합, 한국, 일본 등 양사 합병으로 시장에 영향을 받는 9개국의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8개국은 승인했으나 중국 상무부는 끝내 승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독과점 이슈와 별개로 새로운 시장 진출은 위한 삼성전자의 M&A는 충분히 시도될 수 있다. 박 교수는 향후 자율주행차와 AI를 반도체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들며 이 분야 선점을 위해 반도체 업계들이 활발한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것도 향후 자율주행 3단계가 될 때 차량에 들어갈 AP(중앙처리장치)를 적용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며 “기술력이 있어도 업계 히스토리가 없으면 지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동차 전장 업체를 인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향후 자동차 업계와 반도체 업계가 협력 관계를 맺으며 관련 M&A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재윤 연구원은 "결국 삼성전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려해봐야 한다"며 "결국 비메모리 사업부 성장이 가장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그런 측면에서는 삼성전자에겐 NXP社와 글로벌파운드리社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TSMC와 기술력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수백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수천 개 제품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파운드리 반도체 업체인 글로벌 파운드리사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파운드리 업계 시장 점유율 3위 업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파운드리사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도 확대하고 글로벌파운드리사가 확보한 고객과 제품군을 통해 생산 제품군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그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삼성전자 내부 부품 소싱측면에서 수직 계열화 성격이 강한 이미지였다"며 "NXP사를 통해 자동차 전장 산업에도 진출할 수 있고 NXP제품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생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자산(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장기 정기예금 등)은 113조4000억원으로 1969년 창립 이후 최고액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뒤에 본격적인 M&A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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