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임을 깨닫고, 새해엔 경제체질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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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임을 깨닫고, 새해엔 경제체질 개선해야”
  • 정리=김인영
  • 승인 2015.12.31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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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원로들 “골든타임 놓치면 위험…구조개혁 단행하는 한해”
▲ 경북 경주 문무대왕릉의 일출 모습. 1일 병신년(丙申年) 새해 아침을 맞는 '해룡 일출제'가 열린다. /연합뉴스

 

병신년 새해 우리 경제의 화두는 위기다. 중국발 위기, 신흥국 위기, 산유국 위기 등 각종 위기론이 범람하고 있다. 어떤 형태든, 위기가 우리경제에 엄습해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 위기는 평상시에 하지 못하는 개혁을 단행해 경제체질을 강화할 여건을 마련한다. 이런 점은 우리사회의 원로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가 경제계 원로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요약한다.

 

윤증현 "위기에 대한 국민공감대 없는 게 위기"

"정치권이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지금이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못지않게 위험한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윤증현(69)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해 4월 총선으로 정치시즌이 본격 시작되면 경제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다 놓칠 수 있다"며 "국회가 주요 법안 처리에 빨리 협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월부터 이명박 정부의 두 번째 경제팀을 이끌었다.

윤 전 장관은 과거 경제위기와 비교한 현 경제상황에 대한 질문에 "위기 정도를 잴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표현을 쓰든 어려움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총체적인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위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위기 요소"라며 "정치권에서 위기라는 인식을 못하고 있으니 행정부가 국회를 설득하고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최대 장점으로 "한번 한다면 해내는 결기와 에너지"를 꼽았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사회적 갈등의 심화"를 거론했다.

박근혜 정부의 조세 정책에 대해서는 일침을 놨다. 윤 전 장관은 "증세없는 복지라는 것은 허구"라며 "선진국만큼 복지수준을 높이려면 조세부담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증세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필상 "마중물만 붓지 말고 펌프 고쳐야"

이필상(68)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지난 한 해 동안 정부가 추진한 경제정책을 두고 "고장난 펌프에 마중물 붓기였다"고 비유했다. 경기회복세를 끌어내기 위해 정부와 통화당국이 1년여 동안 많은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경제의 추동능력이 망가진 점을 도외시 하다보니 펌프에 물이 잠시 차오르는 듯하다가 금새 꺼졌다는 진단이다.

이 교수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려 하면 결국 길을 잃을 뿐이라며 난국을 헤쳐가려면 아무리 가시덤불 길이라 하더라도 정도(正道)를 걷는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정도를 가는 것은 고장난 펌프부터 고치는 일, 다시 말해 진정성 있는 구조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체제를 만들고, 금융이 성장성 있는 기업에 돈을 제대로 공급하고, 중소·벤처기업을 필두로 신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구조개혁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미 '만성위기'의 초입에 들어선 우리 경제가 제자리걸음은커녕 도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 출발을 준비하는 '유일호 경제팀'에는 성장률 목표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 상황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영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2006년 고려대 총장을 지냈다. 2013년 고려대에서 정년퇴임한 뒤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로 자리를 옮겨 '최고참 노교수' 신분으로 학부생을 상대로 화폐금융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김인호 "구조개혁 필수…쟁점법안 조속 처리해야"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올 들어 급감한 수출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30일 밝혔다.

김 회장은 인터뷰에서 "내년도 수출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나 환율 변화 등 외부요인을 탓하기보다 (기업들이)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반도체와 휴대전화, 화장품 수출이 는 것은 산업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 산업을 이루는 것은 바로 기업이기 때문에 수출을 늘리려면 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우리나라 수출 전망을 묻는 질문에 그는 "앞으로 수년간 세계 경기가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 수출이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특히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성장 둔화와 자급률 제고는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만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내년에 조금 올라가고 국제유가도 안정세를 보이면 내년도 수출은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16년도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지난 4년간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다음년도 경제를 밝게 전망해 왔으나 정작 해당 연도가 돼서는 여러차례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며 "최근 세계경제는 성장 모멘텀이 약화돼 하방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개각으로 바뀐 경제팀에 대해서는 "경제정책은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가 중요한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전 경제팀이 추진해 온 4대 구조개혁이나 대외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동개혁법, 기업활력법 등 쟁점 법안들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는 "오늘날 선진국, 개도국을 막론하고 전세계 국가들은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구조개혁은 이제 모든 나라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답변했다.

 

박승 "성장과실이 가계에 흐르도록 해야"

"우리나라 경기 침체의 본질은 성장 문제가 아니라 민생 문제입니다. 성장과실이 가계로 흐르도록 해서 가계 소득을 보호하고 소비도 늘리도록 해야 합니다."

박승(79) 전 한국은행 총재는 소득재분배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가계에 소득이 제대로 돌아가야 양극화 현상이 완화되고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펴온 '선(先) 성장 후(後) 복지' 정책을 성장과 복지가 같이 가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며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과거 산업화 시대의 틀에 갇혀 있다고 꼬집었다.

박 전 총재는 내년에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적으로 중국의 성장 둔화, 그리고 미국의 금리 인상,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 신흥국 긴축 등이 예상되고 투자, 소비, 수출의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요인 중 하나라며 정부에 적극적인 조치를 주문했다. 박 전 총재는 한국은행이 내년에 통화정책을 운용하기에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가계부채나 경기침체 문제를 생각할 때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결국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김제 출신인 박 전 총재는 노태우정부 시절인 1988∼1989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건설부 장관을 지내고 2002∼2006년 한은 총재로 일했다. 20년 넘게 중앙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학계와 관계를 두루 거친 경제석학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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