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환율] 美대선에 따른 3가지 환율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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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환율] 美대선에 따른 3가지 환율 시나리오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1.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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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미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점쳐
트럼프 당선시 달러화 일시적 강세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선 당일 결정이 안나고 불복하는 경우”
NH증권 1125~1150원, 삼성선물 1120~1140원 제시
미 대선 첫 TV토론 맞대결 벌이는 트럼프·바이든. 사진=연합뉴스
미 대선 첫 TV토론 맞대결 벌이는 트럼프 후보와 바이든 후보.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미국 대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선 결과에 따라 원화 가치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승자와 패자만 있던 기존의 선거 시나리오와 달리 이번 대선은 특이하게도 세번째 경우의 수가 거론된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각각의 경우의 수에 따른 외환시장 예상을 제시했다. 

1년 7개월 만에 1127원 기록, 7개월새 12.44% 하락

지난 금요일(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3.7원(0.32%) 오른 달러당 1135.1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인 29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0.8원(0.07%) 오른 1131.4원에 마감해 지난 23일(1132.9원) 이후 3거래일 만에 다시 1130원대로 복귀했다.  

앞선 26일에는 달러원 환율이 서울외환시장에서 1년 7개월 만에 최저치인 1127.7원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3월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1285.7원을 기록했던 달러원 환율은 7개월만에 160원(12.44%) 하락한 셈이다. 

지난 10월 한달 간 서울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환율 변화 추이. 자료제공=우리은행
지난 한달 간 서울외환시장에서 거래된 달러원 환율 변화 추이. 자료제공=우리은행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투자자들이 지금은 누군가에 베팅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대선 결과 이후 상황을 고려해 기존에 있던 물량을 거둬들이면서 1130원대를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 세력이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에 투자했던 자금을 대선 이후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규모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물량을 회수하면서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 흐름이 일시적으로 조절됐다는 설명이다. 

그 밖의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 대선이 가까워면서 시장이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 점, 중국의 경기회복으로 위안화 강세와 맞물려 원화 강세 등의 기조는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유럽 코로나 재확산도 달러 약세를 가속화 

26일에 1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은 환율이 29일과 30일에 1130원대로 회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주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유럽국가에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빨라지면서 봉쇄조치가 발표됐다. 독일은 2일부터 한 달간 식당과 카페, 술집의 영업을 제한했고, 프랑스는 지난달 30일부터 전국의 식당, 술집 등 비필수 업종의 영업을 한 달간 제한했다.

권아민 NH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재정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0.874%까지 올랐고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628%을 기록해 미국과 독일 간 금리차가 확대됐다”며 “금리 차이에 따라 환율도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는 높고 독일 금리가 낮다 보니 자본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달러 강세와 유로 약세 흐름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권 연구원은 “장기국채 수익률은 경기 성장률을 반영한다”며 “유럽중앙은행의 추가 부양책에 대한 언급 등을 고려하면 경기 회복에 따른 상대적 속도 차이로 미국 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3일 남은 미국 대선, 3가지 시나리오 

시장에서는 이미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달러원 환율 예상 밴드를 1125~1150원으로 제시하며 “시장에서는 블루웨이브(대통령직과 상·하양원을 모두 민주당이 석권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이든 수혜 통화인 멕시코 페소, 캐나다 달러, 원화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트럼프 수혜통화로 불리는 러시아 루블은 부진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승리 시 지난 대선 개입 의혹을 받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강화돼 루블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판단이 환율에 이미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블루웨이브가 현실화되면 대선 후 의회의 협조로 추가 부양책 규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달러 약세는 가속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번 주 환율 예상 밴드를 1120~1140원으로 제시하며 “시장에서 보는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블루웨이브”라며 “바이든 당선 시 추가적으로 저점을 낮출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바이든 당선 효과가 환율에 선반영되면서 환율이 낮아진 측면이 있고 환율하락에 대한 부담감과 당국의 경계감 등을 고려할 때 속도나 레벨은 제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4년 전에는 힐러리도 싫고 트럼프도 싫다고 응답한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찍었다면 이번에는 두 후보 모두 싫다는 유권자들이 그래도 바이든을 찍겠다는 응답이 많다”며 “바이든 당선 시 11월 중에 환율이 1110원 때까지 내려가는게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달러화는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된다면 달러 약세 환경이 많이 상쇄될 것”이라며 “외교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중장기적 공약자체가 탈중국, 리쇼어링 등 중국에 나갔던 생산기지와 일자리를 미국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달러도 미국으로 들어오면서 달러 약세가 상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당선돼도 중국 위안화가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16년 트럼프 당선 때와는 중국 경제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권 연구원은 “2016년에는 중국의 펀드멘탈이 부진했고 외국인들이 중국 채권에 투자하지 않았다”며 “현재 글로벌에서 중국 경기가 가장 좋은 상황이고 위안화 채권수급으로 외국 투자자의 자금이 중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흐름은 중장기 방향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쌍순환 기조가 최소 5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위안화가 장기적으로 트럼프 당선에도 최근의 강세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지난달 29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내수 소비를 중심으로한 쌍순환을 강조한 바 있다. 

백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시 일시적으로라도 이번주에 원달러 환율이 반등해 1140원대를 기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패배에 불복할 수 있는 제3의 시나리오도 제시한다. 

전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선 당일 결정이 안 나고 불복하는 경우”라며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환율 상승 시도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이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 가치가 올라 달러원 환율이 오르면 축적된 매물이 쏟아지면서 환율 상승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외환시장에서는 그간 내국인의 외화예금 등이 늘어나고 기업도 코로나19 등에 대비하며 안전자산인 달러 보유량이 늘었는데, 낮은 환율에 비축한 달러를 환율이 오르면 환전해 이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상승 탄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백 연구원은 “대선 당일에 결판이 안 나면 다음 주 중에 우편투표가 중요하다”며 “늦어도 다음 주에는 중요한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의 우편투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시장이 판단할 근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996년 이후 플로리다 선거인단 승리자가 대선을 이겼다”며 “현재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 여론조사가 거의 박빙인 상황에서 트럼프에 대한 사회적 비판으로 ‘샤이 트럼프’들이 여론조사에 솔직하게 응답하지 않는 경향까지 더해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 시장은 어느 한쪽에 투자하기보다는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 주 일정

미국 대선이 치뤄지는 3일에는 미국 공급관리자협회(The Institute of Supply Management, ISM)가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를 발표한다. 9월 지수는 55.4였는데 시장에서는 10월 지수를 55.6으로 예상하고 있다. 

6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날 미국 10월 실업률도 발표된다. 전달 미국 실업률은 7.9%였다. 시장에서는 10월 실업률을 7.7%로 예상하며 고용시장의 완만한 개선을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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