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팬데믹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 트렌드 코리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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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팬데믹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 트렌드 코리아 2021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0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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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1 전망...팬데믹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은?
코로나19 로 더욱 빨라진 변화들...바이러스發 경제, V-nomics 시대의 전략 다뤄
언택트(온택트) 트렌드, 레이어드 홈,자본주의 키즈,N차 신상 등에 주목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김난도 교수. 사진=미래의 창 블로그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김난도 교수. 사진=미래의 창 블로그

 

 

[오피니언뉴스=강대호 칼럼니스트] 서점에 가면 2020년이 저물어 감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벌써 2021년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예측하는 책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책 중에는 10년이 넘게 매년 업데이트되는 책들도 보인다. 가까운 미래 예측이라 1년 안에 맞는지 안 맞는지 판명이 나는 판국에 오래도록 같은 시리즈로 출판되고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 있는 시사점을 주기 때문은 아닐까.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낸 ‘트렌드 코리아 2021’이 새해를 전망하는 대표적인 책 중 하나다. 소비자 관점에서 트렌드를 예측하는 이 책은 2008년부터 매년 이맘때면 나오고, 항상 베스트셀러를 차지한다.

이 책은 항상 그렇듯이 전년도인 2020년 ‘소비트렌드 회고’로부터 시작한다. 지난해에 예측한 것들이 올해 어떻게 펼쳐졌으며 또 어떻게 달랐는지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지만은 않는다. 예측과 다르게 진행된 것에 대한 겸허한 분석도 뒤따른다.

 

'트렌드 코리아 2021'.미래의 창 펴냄.
'트렌드 코리아 2021'.미래의 창 펴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매년 10가지 트렌드를 소개하는데 새로 나온 책에서 눈에 띄는 건 소개한 모든 트렌드가 코로나 사태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트렌드는 사회현상의 반영이기에 매우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의 첫 키워드이기도 한 브이노믹스(V-nomics)는 내년 전망을 예측하는 정확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바이러스(virus)의 V에서 출발한 단어로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의미다. 또한, V는 다양한 의미를 상징한다.

과연 V자 회복은 가능할까. 기존의 가치, 즉 Value는 어떻게 변할까. 혹은 언택트 트렌드의 진화는 어디까지인가와 같은 새로운 브이노믹스 패러다임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장기화할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전략을 제공할 것이라고 이 책은 예측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이 예측한 10가지 트렌드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레이어드 홈 트렌드는 2021년의 대한민국을 넘어 미래주택 공간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 사진=연합뉴스
레이어드 홈 트렌드는 2021년의 대한민국을 넘어 미래주택 공간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 사진=연합뉴스

 

레이어드 홈(Omni-layered Homes)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된 공간은 ‘집’이다. 더욱 가속화하는 집의 변화를 요약하면 공간과 기능이 여러 개의 층위로 분화한다는 점이다. 마치 이미지 프로그램 포토샵의 레이어처럼 분화하며 중첩되는 ‘레이어드 홈(layered home)’ 현상처럼.

삶의 근거지로서의 기본 기능이 확장하는 측면을 ‘레이어1’이라고 한다면, 직장·학교 등 외부 활동이 집에서 이뤄지면서 생기는 변화는 ‘레이어2’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직주근접·직주일치 현상의 강화로 집 근처에서 삶을 영위하는 이른바 ‘슬세권(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 경제’의 확산은 ‘레이어3’이다.

레이어드 홈 트렌드는 2021년의 대한민국을 넘어 미래주택 공간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이렇듯 변화하는 공간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역시 점차 변할 것으로, 미래 소비산업 변화의 요람은 집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자본주의 생리를 잘 이해하는 세대가 소비의 주체가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포켓몬 고 게임을 즐기는 모습. 사진=pixabay
자본주의 생리를 잘 이해하는 세대가 소비의 주체가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포켓몬 고 게임을 즐기는 모습. 사진=pixabay

자본주의 키즈(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약진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광고·투자·재무관리 등 자본주의적 요소 속에서 익숙하게 입고 먹고 보고 배우고 자란, 그래서 자본주의 생리를 잘 이해하는 세대가 소비의 주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 소비로부터 행복을 구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광고를 ‘이용’할 줄 알고 PPL에 관대하며, 재무관리와 투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공산주의의 몰락을 경험한 기존 세대와 달리, 이들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이면서 동시에 반(反)자본주의에 대한 선망을 품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무작정 물질주의적이거나 충동적이지 않다. “행복은 충동적이지만, 걱정은 계획적으로” 할 줄 아는 이들은 새로운 경제관념으로 무장한 채, 브이노믹스와 그 이후를 이끌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중고마켓은 그냥 쓰던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가 아니라 MZ(Money friendly generatioin)세대의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다. 벼룩시장에서 중고서적을 고르는 모습. 사진=pixabay
중고마켓은 그냥 쓰던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가 아니라 MZ세대의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다. 벼룩시장에서 중고서적을 고르는 모습. 사진=pixabay

N차 신상(Heading to the Resell Market)

“당근하다”가 하나의 동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방탄의 멤버, RM에게 중고바지를 팔았다는 사연이 한때 SNS를 도배했다. 이제 중고마켓은 그냥 쓰던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가 아니라 MZ(Money friendly generatioin)세대의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다고.

취향의 공유는 물론이고 새로운 재테크 수단까지 중고마켓이 뜨는 이유다. 이른바 리셀(resell)은 단지 기존 ‘중고제품 거래’의 맥락을 넘어선다고. 최근의 명품 열풍과 래플·드롭과 같은 한정판 마케팅 등 새로운 구매 행태를 설명하는 키워드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의 소유물을 단지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자산, 나아가서는 더 높은 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투자로 재인식하며, 구매의 새로운 동기로 삼는다고. 다시 말해 사용하던 상품은 이제 중고가 아니라 N번째 새 제품, 즉 ‘N차 신상’이 되는 것이다. 리셀은 옴니채널-세포마켓의 계보를 잇는 거래와 유통의 새로운 한 축으로 발전해나갈 것으로 예측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이 확산하면서 언택트 분야는 반사이익을 얻었다.사진=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이 확산하면서 언택트 분야는 반사이익을 얻었다.사진=연합뉴스

 

휴먼터치(‘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

코로나 이후 가장 조명받은 트렌드는 ‘언택트(untact)’다. 사람끼리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언택트를 넘어, 이제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는 의미의 온택트(ontact)라는 용어도 등장하고 있다.

물론 언택트·온택트화하는 소비도 많아지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어쩌면 그럴수록 사람의 온기가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아닐까?

휴먼터치란 어떻게 하면 조직관리와 경영의 많은 국면에서 최대한 사람의 숨결과 감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트렌드다. 상품개발·마케팅·서비스·영업·고객관리 전반에서 인간적 요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휴먼스케일과 스토리를 가지 상품개발, 고객과의 직접 소통을 추구하는 마케팅,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가슴 뭉클한 메시지를 통한 고객관리 등은 휴먼터치의 주요 방법이다. 디지털 셀링에서 소셜 셀링으로 이행하는 이 시점에서 휴먼터치는 ‘진실의 순간(MOT)’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밖에도 일상으로 들어온 운동(#오하운, 오늘하루운동), 고객만족 경험의 극대화(CX 유니버스) 등도 2021 눈여겨봐야 할 트렌드로 꼽았다.

사실 ‘트렌드 코리아 2021’을 비롯한 미래 예측 서적을 예언서로 신봉할 거까진 아니다. 첨단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다룬다고 해서 혹은 소비자 트렌드를 다룬다고 해서 지금 세상에 전혀 없는 그 어떤 것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런 분야에 관심 가지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알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을 다룬다. 다만 비전문가가 이해하기 쉽게 구획정리를 잘 해서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도 이 책들을 독자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있다면 단 몇 초 뒤에 벌어질 일도 예측하지 못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벌어질 다양한 경우의 수를 예측이란 이름으로 대비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든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번은 읽어볼 만하다. 서점에서 잠깐 훑어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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