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잇따른 테러..이슬람 기피증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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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서 잇따른 테러..이슬람 기피증으로 번지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0.30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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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니스 성당서 참수 포함 3명 숨지는 테러 사건 발생
프랑스 내 반(反) 이슬람 정서 증폭...이슬라모포비아 확산 우려
터키 등 이슬람 국가 지도자들도 프랑스와 연대 선언
서구와 이슬람권 갈등 봉합 쉽지 않을 듯
프랑스에서 잇따른 테러가 발생하며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참수 테러가 발생한 프랑스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 사진=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잇따른 테러가 발생하며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참수 테러가 발생한 프랑스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프랑스 역사 교사의 참수 사건에 이어 프랑시 니스에서 또다시 이슬람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유럽 국가들에서 이슬람에 대해 공포를 느끼거나 혐오하는, 이른바 이슬라모포비아가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교사 참수 사건 이후 이슬람교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비난을 지속하던 이슬람 국가 지도자들 또한 이번에는 프랑스와의 연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슬람 국가 내부에서도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행위가 전체 이슬람 교도들을 기피하는 '이슬라모포비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가 공격당했다"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무슬림 남성이 흉기 테러를 저질러 한 명이 참수되고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수업시간에 이슬람의 선지자인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평을 보여준 프랑스 역사 교사가 참수된 지 2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끔찍한 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몇 시간 뒤에는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도 테러로 의심되는 공격이 발생했다. 당시 한 남성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행인들에게 무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용의자는 출동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옹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프랑스 정보당국의 주시를 받아온 한 남성이 트램 역근처에서 칼을 휘두르다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테러 사건에 프랑스는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프랑스 역사 교사의 참수 사건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슬람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설 것임을 쏟아낸 바 있다.

이로 인해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이슬람 국가 지도자들의 비난은 물론, 이슬람 국가 내에서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등 서구와 이슬람 문화권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듯 했다.

이후 잇따른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자, 이제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서 이슬람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것이다. 

중동 언론 알자지라는 "프랑스 내에서 반(反) 이슬람 정서가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평범한 이슬람 교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지역에서 반(反)이슬람 정서가 증폭되면서 이것이 이슬람 자체를 기피하거나 혐오하는 '이슬라모포비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니스 참사 직후 성당 주변 골목에서 한 이슬람신도는 "어떠한 이슬람교도들도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같은 공격은 이슬람에 대한 공포를 심어줄 뿐"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우려를 표했다. 

알자지라 역시 "프랑스 내 이슬람 교도들은 분노와 슬픔을 보이며 '이 테러가 자신들의 믿음도, 가치도 대표하지 않는다'고 규탄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무슬림 신앙위원회 또한 "피해자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애도하고 연대한다는 표시로 프랑스의 모든 이슬람 교도들에게 무함마드 탄생일 기념 행사를 모두 취소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슬람에 대한 강경 대응 발언에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냈던 이슬람 국가 지도자들 역시 잇따른 테러 소식에 우려를 표명했다. 

터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자행된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우리는 테러와 폭력에 맞서 프랑스, 특히 니스 주민들과 연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마크롱은 무슬림과 무슨 문제가 있냐"며 "정신 치료가 필요하다"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으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무차별적인 테러 행위에 대해 프랑스와 연대를 선언한 것이다. 

이슬람 맹주 격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애도와 함께 프랑스와의 연대를 선언했다. 

EU "프랑스와 함께 하겠다"

유럽 국가들 역시 프랑스와 연대하며 무차별적인 테러 공격에 대해 '충격적'이라며 프랑스와 연대를 굳건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29일 공동 성명을 내고 "테러 공격에 충격을 받고 슬퍼한다"며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에 대한 공격에 가장 강력한 언어로 비판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테러리즘과 폭력적인 극단주의에 맞서 지속해서 싸워왔다"며 "프랑스, 프랑스 국민과의 연대에서 우리는 단합해있고 굳건하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깊은 충격"이라며 "독일은 이 어려운 시기에 프랑스와 함께 하겠다"고 선언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테러와 증오에 대항해 단결하겠다고 했으며,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역시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옹호하는 공동 전선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프랑스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영국은 프랑스와 굳건히 맞서고 있다"고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테러와 폭력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악과 싸우기 위해 단결하라"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마음은 프랑스인들과 함께 한다"며 "미국은 우리의 오랜 동맹과 함께 하겠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후보 역시 "(아내인) 질과 나는 프랑스 국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모든 형태의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을 막기 위해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잇따른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구와 이슬람권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니스 테러 현장에서 희생자를 위한 촛불에 불을 밝히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잇따른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구와 이슬람권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니스 테러 현장에서 희생자를 위한 촛불에 불을 밝히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서구·이슬람 갈등 봉합 쉽지 않을 듯 

미국 및 유럽 국가는 물론 이슬람 국가 지도자까지 나서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행위에 강력히 규탄, 프랑스와 연대할 것을 선언했으나, 서구와 이슬람권의 갈등을 봉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이슬람 신도들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한 데 따른 이슬람 교도들의 프랑스 정부에 대한 반발이 여전한데다, 프랑스 정부의 움직임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프랑스인들은 역사의 흐름 속에 수백만명의 사람을 죽였다"며 "그 중 많은 사람이 무슬림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무슬림은 과거 대량학살에 대해 분노하고, 수백만명의 프랑스인들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화가 난 사람이 한 일에 대해 모든 무슬림과 그들의 종교를 비난했기에 무슬림은 프랑스인들을 처벌할 권리가 있다"며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인) 보이콧은 프랑스가 저지른 잘못의 보상이 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 글은 '폭력 미화'와 관련된 트위터내부 정책으로 인해 삭제됐으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랑스인들에 대한 극단적 폭력을 옹호하는 이 발언에 대해 서구국가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세드리크 오 프랑스 디지털 담당 장관은 "마하티르 계정을 즉각 차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트위터는 살인혐의 공범으로 소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역시 "터무니 없고 혐오스러운 발언"이라며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슬람에 대한 강경 대응을 '정치적 전략'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오는 2022년 4월 재선에 도전하는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국내환경에서 주의를 돌리게 하기 위해 이슬람에 대해더욱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알리 사드는 중동 언론 알자지라 기고를 통해 "마크롱의 이슬람 혐오적 접근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다루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가 리더가 오히려 이슬라모포비아를 부채질하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2018년 봄 주요 공공부문의 파업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1년 내내 연금개혁, 연료 가격 인상, 높은 실업률 등에 반대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프랑스 역사상 가장 긴 대중교통 파업도 일어나는 등 사회적 위기가 극심한 상황이라는 것. 

재선을 앞둔 마크롱 대통령은 이같은 내부 상황에서 눈을 돌리려 이슬람을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재선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이슬람 공동체를 공략하려는 것은 그의 정치적 결정으로 보인다"며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내 이슬람교도들의 차별을 다루는데 아무 노력을 하지 않고 이슬람 사회에 대해 비난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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