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차라리 당신과 춤을 추겠다’...서양화가 김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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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산책] ‘차라리 당신과 춤을 추겠다’...서양화가 김영미
  •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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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인베이전과 K팝 비교
K팝 다음 'K아트' 해외 진출 가능성 높여
김영미 드로잉, 한국화 선 묘사에, 남성적 필치 더해져
오는 31일까지 합정역 리 서울(Lee Seoul) 갤러리서 작품전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 서양화가 김영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세상의 혼란을 역설적으로 인간의 외피적 형태인 인체와 그 움직임에 주목, ‘차라리 당신과 춤을 추겠다’는 몸짓의 메시지를 내보낸다. 

미국 시장에서 하나의 인디 장르에 불과했던 한류라 불리우던 K팝이 지금은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과 비교되고 있다.

브리티시 인베이젼은 1960년대 중반 비틀스를 중심의 영국 대중음악의 미국 진출 현상을 말한다. BTS가 비틀스와 다른 점은, 패션이나 춤 등을 따라하는 ‘보는 음악’이다. 

와이비에이(yBa·young British artists)는 1980년대 말 이후 나타난 젊은 영국 미술가들을 지칭한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프리즈(Freeze)'라는 타이틀로 기획된 전시를 기점으로 1950년대 팝아트이후 영국 미술이 현대 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였다. 

브리티시 인베이전과 yBa의 상관 관계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동적 문화인 공연 중심의 대중 문화가 그 확장성으로 인해 정적인 문화, 즉 시각 예술로 확대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BI와 yBa 사이 간격은 20여년의 차이가 있다. BTS, 블랙핑크를 중심한 K팝의 확장은 비틀스를 능가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초광속의 IT사회이다. 

7 Stars BTS, oil on canvas. 90.9*72.7.
7 Stars BTS, oil on canvas. 90.9*72.7.

K팝의 등장을 예견하였고, 곧 이어 등장할 K아트의 선두에 서 있을 이가 서양화가 김영미이다. 그녀는 2015년 7월 중국 상하이에서 ‘그것이 인생이다(c'est la vie)' 전시 타이틀로 '동작이 있는 사람들', '움직임이 있는 사람들', 2018년 상하이 전시에서는 '집시 댄서', '댄서' 작품을 선보였다. 

김영미 스튜디오에는 인체 스케치에 대한 작업량이 엄청나게 쌓여있다. 10여년전 갤러리스트로서 처음 만났을 때의 기록이 있다. 당신의 작품 메세지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인간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생노병사’인지를 재차 물었다. 죽음은 아니라고 했다.

움직이는 사람들 1 Movwment 1, oil on canvas. 108.3*78.3. 2015.
움직이는 사람들 1 Movwment 1, oil on canvas. 108.3*78.3. 2015.

김영미가 유한적 존재인 인간의 몸을 통해 삶의 근본을 탐구할 수 있는 이유는 30여 년 동안 인체를 탐미해 왔기에 가능하다. 그녀의 인체 작품은 눈으로 훑어내고, 머리로 읽어내며, 가슴으로 품어내었다.

인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이상으로 우리 자신이며 본질이다. 캔버스 속에서나마 생기 넘치는 힘찬 동작은 인간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당초 그림 그리기는 가족으로부터 오는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의 탈출 방법이었다. 세른 세살에 한국화 작품으로 가진 첫 독일 전시이후 본격적인 서양화 작가로 변모한다. 문화 충격을 흡수하는 방법이었다.

김영미는 12년간, 군사 정권 시절 직장인 고려대학교 아세아 문제 연구소를  다니면서 사회 현실에 눈뜨게 된다. 민주주의 가치의 훼손과 권력 집단이 가져오는 폐해에 대해 목도하게 된다. 이 때의 사회적 경험으로 동물을 매개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인간을 표현하였다. 의인화된 동물은 인간 세상에 속해서 독립된 관찰자가 되었다.

Dancer, oil on cardboard. 157.5*109.5. 2018.
Dancer, oil on cardboard. 157.5*109.5. 2018.

김영미 드로잉은 한국화 수업 과정에서 익힌 선 묘사에, 남성적인 필치가 가해져 페인팅 영역과는 또 다른 작품 세계를 구축한다. "인체는 골격, 근육, 피부로 이루어져 있다." "인체는 사람이 가진 손 끝 지문이 다르듯이 다 다르다."고 말한다. 맞닥뜨리는 날 거 그대로의 드로잉 작품들은 그 자체로 작가의 시그니처이기도 하다.

김영미는 화려한 색감과 강렬한 화면 구성에서 출발했으나 우직하고 두텁고, 단순히 마티에르의 질감을 거칠게 할 목적으로 덧칠하지 않았다. 색을 지우고 다시 덧칠하는 행위는 완고하게 무언가 중간색으로 누르고 있었다.

수년전부터 이러한 특징이 대상을 동물에서 반인반수(半人半獸)를 거쳐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이 과정을 통해, 가볍고 밝게 변했다. 서있거나 앉아있는 정적인 인간은 움직이는 인간으로 변했다. 표현주의적 기법 역시 변화되었다.   

인생과 작품에서 중년과 중견에 들어선 작가는 10월 20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인사동에서 합정역 메세나폴리스로 옮겨온 리 서울(Lee Seoul) 갤러리에서 전시를 가진다.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는 미술계 입문 12년차의 미술 현장 전문가이다. 쌍용자동차 기획팀, 삼성자동차 기획팀 등 자동차회사 기획 부서를 거쳤고, 홍보 대행사를 경영했다. 상업 갤러리를 경영하면서 50여회의 초대 전시를 가졌고, 국내외 300여군데의 작가 스튜디오를 탐방하였다. 각 언론에 재계 및 산업 칼럼을, 최근에는 미술 및 건축 칼럼을 기고해 왔다. 저서로는 <삼성의몰락>, <현대자동차를 말한다>, <이건희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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