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정의선 회장 앞에 놓인 현대차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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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정의선 회장 앞에 놓인 현대차의 과제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0.10.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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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마침내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장이 됐다. 2018년 9월 현대차그룹의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으니 정확히 2년 1개월만에 그룹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된 것이다.

정몽구 회장의 건강 문제, 그리고 미래자동차 경쟁 시장이 한치 앞도 모를 정도로 트랜드가 급변하자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그룹 내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2010년 이후 언론에 오르내린 대기업 후계자 중 가장 높은 경영 역량을 인정받았던 인물 중 한 명이다.

실제로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던 시절에도 그는 기아차 임직원들로부터 줄곧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메모에서 드러났듯이 정계에서도 CEO로서 검증된 역량을 인정받았던 경영자였다. 

부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가 주도했던 성과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그 중 피터 슈라이어라는 글로벌 톱 디자이너를 기아차의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직접 노력한 사례는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고급승용차 시장 공략을 위해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개발과 차별화된 콘셉트 구상은 현대차의 이미지를 탈바꿈하는 데도 기여했다. 

최고의 인재가 가고 싶은 회사 만들어야

CEO가 되기까지 정의선 회장은 분명 기업의 이미지를 한 단계 올려 놓았고 글로벌 업계를 주도한 외국인 임원들을 영입하여 업무 혁신을 주도,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그룹을 대표하는 CEO로서 그에게는 앞으로 더 많은 과제와 도전이 남아 있다. 정몽구 회장이 남겨놓은 업적 그 이상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은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첫째, 인재 채용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고의 인재들이 가고 싶어 하는 우선순위 기업은 아니다. '군대 못지 않은 현대차'라는 말이 한때 취업준비생들에게 퍼졌을 정도로 현대차의 이미지는 아직도 유연성, 자율성과 다소 거리가 있다. 우수인재들은 연봉보다 수평적인 문화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탈제조업과 같은 조직문화 혁신이 요구된다. 

둘째, 자동차 산업은 여타 산업과 비교할 때 기술융합 현상이 가장 빈번하고 다양한 산업 내 선도 기업과의 네트워크 또는 생태계 전선을 구축해서 경쟁해야 하는 가장 복잡다단한 산업 중 하나이다. 자율주행차와 모빌리티 플랫폼을 주도하기 위해 우버 등 차량 공유 기업,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 IT 기업, 심지어 콘텐츠 기업들이 미래차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18년 7월 모빌리티 서비스라는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기술과 콘텐츠가 결합한 첨단 제품으로 이미 진화하는 미래차 경쟁에서 한발 늦게 뛰어들었다.

일본의 도요타가 아마존, 중국의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기업인 디디추싱 등과 생태계를 구축해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한 데 비해 현대차의 구체적 대응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셋째, 좀 더 선제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올해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에서 발표한 2019년 글로벌 연구개발 투자기업 순위에 따르면 현대차는 69위에 머물러 있다. 폭스바겐, 다임러, 도요타,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에 4~5%의 예산을 투입하지만 현대차는 아직도 매출 대비 3% 미만의 예산을 연구개발 투자에 투입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만의 개념설계 역량이 요구된다

자동차 산업은 앞서 언급한 대로 기술 복잡도가 가장 높고 소비자의 변화와 경쟁강도가 제일 극심한 분야이다. ▲자율주행 ▲전기차 ▲커넥티드카 ▲모빌리티 플랫폼 ▲융복합 ▲차량공유 ▲그린카 등 신조어가 빈번하게 나오는 산업 역시 자동차 산업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경쟁 상대는 기존의 GM, 도요타, BMW 등에서 애플, 구글, 우버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네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에서 발간한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의 경쟁력 보고서를 살펴보면 최근 3년간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기업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특히 구글이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경쟁력 1위를 차지한 점, 인텔과 바이두 등 타 산업에 속했던 기업들이 경쟁력 상위 10위 안에 진입한 점은 정의선 회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소이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자동차의 트렌드를 완성차 및 전통 부품업체에서 ICT기업, 소프트웨어기업들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기술역량 축적도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미래차 콘셉트에 대한 재점검, 이른바 자동차 개념 자체를 색다르게 전환할 수 있는 개념설계 역량을 수립해야 현대차그룹의 생존 그리고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KISTEP이 2018년 분석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내연기관, 스마트카, 그린카 분야의 기술력이 모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황에서 10년 후인 2030년 현대차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와 브랜드로 각인될까?

그룹 CEO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정의선 회장의 경영 역량 2막이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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