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바이든?] ②'경제는 트럼프'라던 월가, 왜 말 갈아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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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바이든?] ②'경제는 트럼프'라던 월가, 왜 말 갈아타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0.14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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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민주당이 대규모 재정 부양책에 더 적극적"
"바이든 세금인상 정책도 큰 악재 안돼...성장으로 상쇄 가능"
달러 약세 지속·유가 상승 등 '리플레이션' 전망도 나와
블루웨이브시 대선 관련 불확실성 해소된다는 기대감까지
민주당이 백악관은 물론 상·하원을 장악하는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서도 이같은 흐름을 반기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백악관은 물론 상·하원을 장악하는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서도 이같은 흐름을 반기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 대선을 둘러싸고 순식간에 뒤바뀐 흐름은 그동안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대해 인색했던 뉴욕 월가의 반응도 바꿔놓았다.

바이든 후보는 법인세 인상, 부유층 세금 인상 등 월가로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미 상·하원까지 싹쓸이하는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대두되자, 월가마저도 바이든 후보를 반기는 분위기다. 

블루웨이브는 불확실성 없애는 '호재'

바이든 후보는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인상하고, 개인 소득세 최고 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업친화적 정책과는 대조적이다. 기업들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고, 부유층의 세금을 인상하겠다는 바이든 후보의 공약에 대해 월가는 그리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여왔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최근 2주 사이다.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1차 TV 토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기', '막말' 등으로 혹평을 받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진 소식까지 더해졌다. 이후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물론 미 상원과 하원까지 민주당이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 가능성까지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월가의 시선이 180도 달라졌다.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불확실성'이다.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대선 결과 불복'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대선 결과 발표가 지연될 수 있고, 각종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등,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을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만들어냈던 것이다. 

반면 월가는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상·하원을 휩쓰는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이같은 불확실성은 낮아진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뉴욕의 대형은행인 UBS는 지난 12일 "지난 2주만에 시장의 이야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선거가 '결과 지연'이나 '각종 변수'에 노출되는 것이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싹쓸이하는 것보다 투자자들에게 더욱 불안감을 주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루웨이브는 美 경제에도 긍정적

시장이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을 반기는 것은 비단 불확실성 감소 뿐만은 아니다. 

극심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미 의회와 연방준비제도(Fed)의 대규모 유동성 투입 덕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는 추가적인 부양책의 투입을 기다리고 있으나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부양안 협상을 대선 이후까지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가, 이틀만에 이를 번복하는 등 '부양안'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할 경우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지난 1일 2조2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 수정안을 통과시킨 뒤, 백악관은 1조8000억달러까지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거부한 바 있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한다면 대규모 추가 부양책이 원만하게 통과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월가 내에서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블루웨이브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미 경제에 또 한번 대규모 연방자금이 투입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나타낸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미 경제 상황에서 또 한번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 장악시 미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투자노트를 통해 "2021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8%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만일 민주당이 상·하원 양원을 모두 휩쓸면 성장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블루웨이브는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후보가 내놓고 있는 법인세 및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정책 역시 시장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대규모 부양정책에 따른 경제 활성화는 기업 이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바이든 후보가 제안한 법인세 인상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재정부양책의 관점에서 볼 때 기업들은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세금은 그 중 일부분을 줄이는 수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 등 세금 인상 정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2022년 이후의 이야기인 만큼 현재 주식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UBS 애널리스트들은 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최우선 과제는 재정부양책 통과인 만큼 바이든 후보가 제시한 세금 인상 정책은 2021년이 아닌 2022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은 한동안 경기부양책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블루웨이브 가능성 이미 반영

시장은 이미 바이든 후보의 당선은 물론 블루웨이브 가능성까지 모두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시점인 1차 TV 토론 직후, 즉 9월29일 이후 13일까지 S&P500지수는 5.3% 상승했다. 

푸르덴셜파이낸셜의 시장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시장은 이미 블루웨이브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며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반드시 진보적, 혹은 시장에 악재적인 것이 아님을 투자자들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증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블루웨이브가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리플레이션(reflation)이란 경기가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물가가 오르되, 지나친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적절한 상태를 의미한다.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란 이같은 완만한 물가 상승에 대비해 장기 채권을 팔고 주식을 매입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최근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월가 트레이더의 장기물 채권에 대한 숏(매도) 포지션이 200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 "최근 시장에서 장단기 국채 금리(수익률) 격차가 커지는 수익률 곡선(일드커브) 스티프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채권 시장에서도 블루웨이브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은 가격과 수익률(금리)이 반대로 움직인다. 

단기 금리는 미 연준의 저금리 기조 속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장기 국채 금리(수익률)은 이달 들어 꾸준히 상승, 수익률 곡선도 가팔라지고 있다.  

민주당이 대규모 재정 지출을 원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게 될 경우 시장에 국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공급이 늘어나니 가격은 떨어지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금리)는 상승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국채 시장에서는 사상 최저 수준이던 장기 국채 수익률이 지난주 급격히 상승했다"며 "이것은 일부 투자자들이 더 빠른 경제성장, 더 높은 인플레이션, 그리고 정부 지출 확대 등을 이미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시점인 1차 TV 토론 직후, 즉 9월29일 이후 13일까지 S&P500지수는 5.3% 상승했다. S&P500 지수 그래프.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시점인 1차 TV 토론 직후, 즉 9월29일 이후 13일까지 S&P500지수는 5.3% 상승했다. S&P500 지수 그래프.

달러화 약세 기조 이어질 듯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는 대체로 달러화 약세로 이어진다. 실제로 달러인덱스는 현재 93포인트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까지만 하더라도 100 부근에서 움직이던 달러인덱스는 5월 이후 줄곧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 9월 들어 소폭 상승하는 듯 했지만, 9월말 이후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블루웨이브는 달러 약세를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대규모 재정부양책과, 저금리 기조, 그리고 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 약화는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잭 판들 글로벌FX 책임자는 "미 대선에서 블루웨이브와 백신 개발 과정에서 등장하는 희소식이 달러화지수를 2018년 저점까지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고, 백신 개발이 지연되는 등의 변수가 필요한데, 현 시점에서는 그러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블루웨이브가 유가 상승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미국 대선이 유가와 가스 가격 강세 전망을 꺾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후보는 2035년까지 전력부문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4년간 2조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할 경우 미국의 석유 및 가스 산업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세금이 부과된다면 생산비용은 배럴당 최대 5달러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회복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추 인허가 제도를 강화하거나 탐사 범위를 제한한다면 공급이 긴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유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 달러화 약세 흐름도 상품가격 상승 가능성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트럼프 대통령을 17%포인트까지 앞질렀다는 결과도 나왔다. 

13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여론조사 전문기관 오피니엄리서치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유권자 2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7%가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40%를 17%포인트 차로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CNN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인 16%포인트보다도 더 벌어진 것이다. 

가디언은 "주요 경합주에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 중 일부가 반(反) 트럼프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며 "바이든 후보는 부동층에서 5%포인트의 지지를 더 얻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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