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트렌드] 편의점까지 '걸어서 배달'...배달 전성시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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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트렌드] 편의점까지 '걸어서 배달'...배달 전성시대라고?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10.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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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에 이어 CU,세븐일레븐 등 '1㎞ 배달' 시작...걸어서 배달해드려요
억대 연봉? 보험도 없이 비가오나 눈이오나 달리는 라이더들의 세계
자영업의 무덤이라던 '치킨집'...비대면 언택트시대에 매출 증가세
GS리테일이 19일 일반인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딜리버리 앱을 정식 론칭했다. /GS리테일 제공
GS리테일이 19일 일반인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딜리버리' 앱을 정식 론칭했다. /GS리테일 제공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어릴적 동네 시장에서 물건을 배달해주는 가게는 쌀집과 떡집 그리고 중국집이었다. 쌀집 앞에는 늘 녹슨 자전거가 세워져 있던 기억이 난다. 

그중에도 가장 기다려지는 배달은 뭐니뭐니 해도 짜장면 배달이었다. 모처럼 아버지가 짜장면을 시켜먹자고 하면 신이 났다. 주문은 늘 내가 맡았다. 전화로 중국집에 짜장면을 주문하고 오매불망 배달아저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저씨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철가방을 들고 대문으로 들어오셨다. 

코로나19 시대, 지금 가장 분주한 곳은 어디일까. 주문이 폭주하는 배달앱과 거리를 누비는 라이더들이 아닐까. 집콕생활이 길어지고 감염 우려로 바깥생활을 피하다 보니 나의 일용할 양식을 가져다 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날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배달앱은 지난 5월엔 수수료 인상 문제로 큰 해프닝이 벌어지기도했다. 공공 배달앱 개발로 독과점을 막자는 의견이 대두되자 수수료 인상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또한 억대 연봉 부럽지않다는 소문에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중에 라이더 생활을 시작하는 이들도 속속 생겨났다. 각양각색, 요지경에 분주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배달 세상이지만 그 속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편의점 딜리버리를 시행하고 있는 편의점 CU.사진=CU제공
편의점 딜리버리를 시행하고 있는 편의점 CU.사진=CU제공

편의점에서 집까지 걸어서 배달...'편의점 딜리버리'

코로나19 시대, 가까운 거리에서도 배달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편의점 업계는  '동네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리된 음식이나 음료 배달과 달리 편의점 앱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배달기사가 걸어서 배달해 준다.

GS25는 지난 8월 업계 최초로 도보 배달 서비스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를 내놨다. '우딜'은 오프라인 점포 GS25, GS더프레시 등을 중심으로 반경 1.5㎞ 거리까지 도보로 배달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상품을 배달하는 기사는 '우친'(우리동네 딜리버리 친구)이라 이름붙였다.

 CU도 '근거리 도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10월 말까지 서울권 CU점포 1000여곳에 순차 도입하고, 11월에는 전국 점포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마트24와 세븐일레븐 역시 편의점 도보 배달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도보 배달'은 신개념 배송 플랫폼으로 배달기사의 부족으로 배송이 지연되거나 주문이 취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 편의점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배달앱이다. 게다가 건강한 다리만 있으면 배달 기사로 등록할 수 있어서 '우친' (GS25)으로 등록하고 시간 날때마다 운동삼아 배달일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나 노년에 소일거리를 찾는 이들이 도전해 볼만한 일자리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7월 배달 노동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서울시 종로구 손해보험협회 앞에서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 현실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배달 노동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서울시 종로구 손해보험협회 앞에서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 현실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달 라이더 연봉 1억 시대? 보험도 없이 생계 위해 달린다
2020년 3월 기준 '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는 5400만 개에 도달했다. 이는 남한 인구를 넘는 숫자로 배달앱을 이용하는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시대,유일하게 배달 플랫폼 만이 호황을 누리는 듯 보인다.

배달을 담당하는 라이더들 역시 연봉이 1억원대를 기록한다는 소문이 한때 퍼졌었다. 하지만 1억원이라는 수입 계산은 하루 16시간씩, 단 30분도 쉬지 않고 1년 내내 일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개인사업자인 라이더는 모든 비용, 즉 기름, 엔진 오일, 오토바이 대여료, 수리비, 보험료 등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고액연봉은 과장된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쉴새없이 움직여야하는 일이다보니 육체적 한계에 부딪치게 되고 콜을 받고 배달을 마칠 때까지 최대한 신속하게 마쳐야 하기 때문에 늘 불안하고 초조하다. 비가 오는 날은 배달료가 갑절로 늘어나지만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라이더 유니온' 등 관계자들은 기본 배달 수수료를 4천원으로 책정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주장한다. 종합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료를 현실화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륜차 종합보험의 연간 보험료는 대략 8백만원 정도 되며 라이더가 20대에 운전 경력이 전무하다면 1천만원이 넘어간다.

그동안 배달 플랫폼 종사자는 현행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 6일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배달 서비스' 관련 협약식을 열고 합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합의문 중에는 배달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플랫폼 기업이 사실상의 '고용자' 입장에 있음을 인정하고, 종사자를 '노동자'의 지위로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번 협약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실질적인 노사 관계임을 인정하기로 것이다.

1020세대의 아르바이트로만 여겨졌던 배달 서비스는 이제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생계형 직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세로 돌아섰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세로 돌아섰다.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의 무덤? 오히려 치킨집 매출은 증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배달과 테이크아웃 위주의 치킨집은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도 ‘자영업자의 무덤’으로까지 불렸던 치킨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음식점에 찾아가 먹는 것은 꺼리지만, 배달 또는 테이크아웃으로 음식을 주문하면서 생긴 결과다.

‘BHC'는 상반기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약 30%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BBQ'는 10평 내외의 아담한 공간을 갖추고 포장과 배달에만 집중하는 ‘비비큐스마트키친(BSK)’이라는 소자본 배달 특화 매장을 선보였다.  

치킨집은 창업시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데다 소자본으로도 차릴 수 있기에 대표적 창업 아이템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실직과 조기 은퇴 등으로 직장을 떠난 이들이 치킨집 창업에 뛰어들면서 그야말로 '치킨게임' 같은 양상을 보여왔다. 

따라서 최근의 매출 신장세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여전히 창업에 신중을 기하도록 조언한다. 이미 포화된 시장인데다가 코로나19 시대의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분간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매출은 포장이나 배달 위주로 이어질 것이다. 손님과 직접 접촉을 하지 않는 비대면 주문이 증가하면서 한편으로는 인건비를 절약하고 손님을 마주할 때의 피로도는 낮아지겠지만 그들의 만족도와 불만사항은 더욱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음식을 주문할 때 배달앱의 리뷰를 참조한다. 여기에 '사장님'의 성실한 답변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한다.

맛과 서비스에 이제는 주문자와의 소통까지 신경써야 하는 '팔방미인'을 요구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시 자영업은 쉽지 않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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