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예칼럼] 소년을 위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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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칼럼] 소년을 위로해줘
  • 지예
  • 승인 2015.12.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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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피곤한 시대…사랑으로 감싸고, 칭찬해줘야 한다

 

작년이었던가, 혹은 재작년이었던가 가물가물하지만 이런 노래가 인터넷에서 화제였더랬다. 여자들이 원하는 이상형인 '그런 남자'에 대한 노래다.

 

'말하지 않아도 네맘

알아주고 달래주는

너무 힘이 들어서 지칠때

항상 네 편이 되어주는

 

한번 눈길만 주고갔는데

말없이 원하던 선물을 안겨다 주는

..

키가 크고 재벌2세는 아니지만

180은 되면서 연봉 6천인 남자'

(bro-그런남자 / 가사 중에서)

 

그리고는 후렴구에 이렇게 말한다 - 그런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아하하. 물론 이 노래의 반대 버전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은 여자가 남자들에게 요구하는 조건들이 비교적 다양한 것이 현실.

그렇다. 남자들은 불쌍하다. 그런데 한국 남자들은, 더 불쌍하다.

 

1절 가사를 보자면 이해심많고 배려심 깊은, 여자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남자에 대해 말한다.

그렇다.

여자들은 이런 남자를 좋아한다. 예전부터 그래왔다. 남자와 여자는 사고방식과 언어 소통 방식이 조금 다르다. 게다가 두 남녀는 약 20-30년을 서로 다르게 살아왔다. 이건 취향을 떠나서 다르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서로 말도 안되게 잘 통한다고 느낀다면? 분명 한 쪽이 상대방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거기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언젠가 들통나버리고 말 것이다! 서로 괴로워지는 일이니 초반부터 다름을 인정해야한다.)

 

어떤 여자들은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남자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관심이 없거나 혹은 세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은 잘못되었다!

 

남자들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 연애를 하고 싶은 여자라면 이 사실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이것은 절대적인 진리이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말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남자들이 알아주길 기대하며 삐치는 일이 없어야한다. 그 남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 남자들이 그러하다. 물론 그 중에는 타고난 센스(이건 여자한테 뿐만 아니라 동성의 남자에게도)를 지녔거나 혹은 후천적 경험이 많아서 (연애 경험들 혹은 누나들 틈에서 자랐다던가) 비교적 여자의 속마음을 잘 알아채는 남자들도 더러 존재한다.

 

내 주변을 보자면 보통 누나가 있는 남자들이 여자들과 잘 친해지고 소통을 잘 하는 편이다. 이 말은 즉, 다른 형제자매가 있는 남자들보다 연애를 잘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어릴 적부터 누나가 있는 남자들은 서열상 누나 아래에 있게 된다 (집안 분위기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남자들은 아니마(Anima : 남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여성적 요소)가 비교적 더 많아지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누나가 많은 집안에서 큰 남자들이 어릴적 로봇보다 인형을 더 많이 가지고 놀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그 환경이다!(맙소사, 이게 십 몇년후 연애에 큰 도움이 될줄이야!) 비슷할 것 같지만 여동생이 있는 남자는 아주 다르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가 있다. 여동생에게 태어난 순서로 서열상 위인 '오빠'는 그녀에게 가부장적으로 지시할 수 있다. 물론 동생을 지키기 위하여서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형태가 몸에 밸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런 남자가 아니라면 여자들은 '말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의 관점에서) 혼자 삐친 여자는 남자를 괴롭고 피곤하게 만든다. 한 두번은 사랑하니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 후엔? 돌이킬 수 없을지도. 그러니 대화하시라. 그가 사회생활이나 다른 이유로 대화하기 힘든 상태라면? 애교라는 무기가 있지 않은가! 최대한 부드럽고 친절하게 당신의 마음이 이렇다고 이야기하면 된다. 오히려 이렇게 말해주는 당신에게 고마워하지 않을까. 자, 여기까지는 그저 '남자'들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남자들이 왜 불쌍한지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겠다.

 

여자들은 남자를 이해하기 위하여 이런 류의 글을 읽고 자신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다. 사랑받기 위하여 스스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여자를 이해하며 자신을 멋진 모습으로 가꿀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랑받기 위하여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근데 한국 남자들의 과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좀전에 가사를 살펴본 '그런 남자'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키가180은 되면서 '연봉 6천인 남자' ...!!

오마이갓.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쩌고 하는 건 노력할 수 있다. 키는 거기까지 안컸어도 살빼고 옷 잘입으면 비율로 커버될 수 있다. 근데 연봉 6천? 그렇다면 마흔 전에 연애를 못할 수도 있다는 건가....

 

과연 저 여자는 어떤 여자이길래 이런 남자를 원하는 것일까? 그리고 여자들은 왜 요구하는 것이 다양할까? 그렇다면 남자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일까?

 

결국 저 노래에 나오는 여자의 생각은 이런 거다. 1절에 나오는 이해심 많은 남자와는 연애를 하고, 2절에 나오는 연봉 6천인 남자는 신랑감이라는 소리다. 물론 1절과 2절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남자는 분명 있다. 그러나 모든 여자가 그런 남자를 만날 수는 없다. 결혼은 현실이고, 이제는 '취집'이라는 말이 너무도 흔한 시대가 아닌가.

몇년도 기준인지는 기억 안나는데, 평균 남자들이 결혼할 때 드는 비용이 1억2천이라고 한다. 남자들은 대학에 졸업하여 군대에 다녀온다. 그리고는 20대 중 후반에 보통 사회초년생이 된다. 과연 그들이 30대 초반에는 제대로 결혼을 할 수나 있을까? 저 조건을 충족시킬 수나 있는 것일까?

 

만일 본인이 정말 열심히 산 결과, 그런 조건 충족을 시킬 수 있다고 치자. 그렇지만 누군가는 또 이렇게 말할 것이다. (혹은 속으로)

 

'서툴러.', '재미없어!'

 

당연하지! 실컷 연애할 나이에 스펙 쌓고 돈만 번 남자가 무슨 재미가 있겠어?

 

여자의 DNA 속에는 자신과 자신의 아이를 굶기지 않고 보호해줄만한 - 예전같으면 사냥을 잘할 것 같은 강한 남자를 원하는 유전자가 들어있다.

 

강한 팔뚝, 큰 키, 시야를 멀리보는 눈, 재빠른 몸짓이 예전에는 그런 조건이었다고 치자. 지금은? 그게 다 경제적인 능력이다. 거기에 사실 로맨스까지 있으면 금상첨화. (그러나 요즘은 여기까진 사치이고 성격 잘맞고 유머코드가 비슷해도 상급으로 쳐주긴하지만.)

 

내 주변에 결혼을 꼭 하고 싶어하는 사람중에, 나이가 좀 많이 많은(?) 분들이 계시다. 연봉 6천이 안되느냐고? 그렇지 않다. 6억도 넘는다. 집, 차는 물론!피부과 시술에 주 2회 운동도 빼놓지 않는다! 준비는 끝났다....고? 미안하지만 여자들 눈엔 그렇지 않나보다. 연봉 얼마에, 어디 몇 평 짜리 집.... 그런 '조건 충족'을 해주기 위하여 남들 놀 때 열심히 달려왔다. 그러니 여자를 어떻게 만나고, 연애를 어떻게 하는 지 모르고 산 것이다. 누가 이 분들의 삶을 위로해 줄 것인가? 누가 이 분들의 삶을 보상해 줄 것이냐는 말이다....!

 

​목수정 작가님의 <야성의 사랑학>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한국 남자들의 매력이 바닥이라면 그들에게 매력 대신 높은 연봉과 번드르르한 스펙만을 요구한 여성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이력서에 결코 적히지 않는 내용, 그들만의 멋진 향기를 남자들이 가질 수 있도록 자극하고 유발하는 것, 그것은 동시대를 사는 여성들의 의무다.

이 시대의 남자들이 이력서에 채울 내용을 장식하는 데만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하고, 그 밖의 삶의 영역, 사랑의 영역, 문화의 영역에서 완전히 백치일지라도 그것만으로도 어디나며, 너그럽게 장식용 남편으로 받아주는 일은 한국여자들이 자신의 삶에서 저지르고 있는 최대의 실수다."

 

개인적으로는 '제 2의 아빠'같은 남자를 만나느니, 나랑 내 새끼 밥은 안굶기고 같이 고생하더라도 맘이 잘 맞는 남자를 만나겠다.

 

한 달에 한 번, 나에게 명품백을 선물해주는 남자보다- 하루에 한번 나와 눈을 마주치며 내가 해주는 아침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 나와 영화보고 맥주를 마셔도 풍족한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을 말이다. 그 존재만으로도 부자가 된 기분이 느끼게 해주는 비싼 남자를! 아, 물론 내가 옳다는 게 아니다. 나중에 엄청 고생하며 '어린 시절 난 허세꾼이었군. 역시 믿을 건 돈 밖에 없어.' 라며 이 글을 쓴 나 자신을 책망할지도 모른다. 그냥 개인적 가치관의 차이이다. 정답은 없다.

 

나중에 나와 나의 아이를 보호해주고 편안함을 선사해줄 경제적인 풍족함을 가진 남자가 좋다면 그런 남자를 만나면 된다. 대신 그가 연애적 센스가 부족하다며 '재미없다'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에게 로맨스를 가르쳐주면 될 것 아닌가!!!

 

어릴 때부터 남자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남자들은 생물학적으로 여자들보다 성욕이 강하고 자주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남자들의 그런 욕구가 꽤나 불편할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 욕구가 때론 너무도 강해서, 남자들은 말도 안되게 노력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하기 싫은 일도 하게 만들고, 먹기 싫은 것도 먹게 되며, 저도 모르게 약속도 하게 된다. (흐흐). 그렇다. 남자들 역시 여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시대의 여자들이 요구하는대로.

 

그런 남자들에게 이 시대는, 이 나라는 요구사항이 너무 너무 다양하고 또 넘친다. 물론 요즘 여자들은 남자 못지 않게 스펙을 쌓고 동등하게, 혹은 더욱 노력한다. 하지만 아직도 남자들에게 바라고 요구하는 여자들이 조금 더 많은 게 현실.

 

남자들이 피곤한 시대이다.

남자들은 피곤할 수 밖에 없다.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한 것 같다. 남자들을 사랑으로 감싸주어야 한다, 그들을 칭찬해주어야 한다.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들의 노력은 과연 칭찬받을 만하지 않은가! 이것은 나아가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굳이 이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만) 인정해주고 알아주는 분위기가 된다면, 아마 그들은 더욱 노력할 것이다.

 

원래 남자란 여자를 만족시키는 것에 가장 큰 만족을 느끼기 마련이니까.

그러니,

소년을 칭찬해줘! 소년을 위로해줘!

 

(Ps. 근데 아무리 스펙스펙하더라도, 결국 내가 좋으면 좋다는 게 함정!!!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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