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담보'로 떠안은 소녀와 사채업자 이야기...힐링무비 '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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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담보'로 떠안은 소녀와 사채업자 이야기...힐링무비 '담보'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10.0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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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채업자가 소녀를 떠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가족처럼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세사람...일본 영화 '어느 가족' 떠올라
삐삐, 서태지,CD플레이어 등 90년대 감성 녹아있어...웃음과 눈물 '보증'
75만원을 갚지못한 여인의 딸을 담보로 데려오면서 일어난 해프닝을 다룬 영화 '담보'.사진=네이버영화
75만원을 갚지못한 여인의 딸을 담보로 데려오면서 일어난 해프닝을 다룬 영화 '담보'. 사진=네이버영화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채권자에게 채권의 확보를 위해 제공되는 수단 또는 장차 타인이 입게 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한 보전'. '담보'의 사전적 의미다. 

평범한 영화 타이틀로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 단어 ‘담보’. 심지어 그 담보가 사슴 눈망울을 닮은 소녀일 줄이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많은 가족이 해체에 직면하고 있다. 어려울수록 가족을 중심으로 뭉쳐야 하지만 가족의 존재는 때로 서로에게 크나큰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해체된 가족이 또다른 가족의 이름으로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이 떠올랐다. '담보' 역시 가족과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한 소녀가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두 아저씨와 함께 살게된 승이.따뜻함 보살핌 속에 미소를 되찾는다.사진=네이버영화
두 아저씨와 함께 살게된 승이. 따뜻함 보살핌 속에 미소를 되찾는다.사진=네이버영화

"제 이름은 담보가 아니라 승이예요"

1993년 인천 뒷골목. 채무자들을 찾아가 이자를 받아내고 돈 갚으라고 독촉하는 일로 하루를 보내는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 그들이 다니는 회사는 중국 국적의 불법체류자들이 돈을 쉽게 빌리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사채로 급전을 마련하는 것을 노리는 곳이다.

두석과 종배는 어느 날 75만원을 갚지 않고 도망다니는 여인 명자(김윤진)에게 돈을 받으러 갔다가 9살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데려간다. 아이를 찾기 위해선 명자가 돈을 가지고 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하지만 불법체류자로 추방될 처지인 명자는 큰아버지에게 승이를 맡겨달라는 말만 남기고 떠난다. 

어쩔 수 없이 승이를 떠안은 두석은 큰아버지에게 승이를 보내지만 큰아버지는 술집에 승이를 팔아 버리는데...천신만고 끝에 승이를 다시 찾은 두석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승이를 입양한다. 두 아저씨의 보살핌 속에 승이는 성인으로 잘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날 두석은 승이 엄마 명자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승이와 함께 명자를 찾아간 두석에게 명자는 승이를 잘 키워준것에 고마워하며 승이가 친아버지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친아버지를 만나고나서 승이는 두석에게 전화해 처음으로 아빠라고 부르며 "데리러 오라" 부탁하지만, 그 날 이후 두석은 실종되고 만다.

두석의 사고 이후 10여년 동안 종배와 승이는 두석을 찾아 헤매고.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가족의 정으로 맺어졌던 세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될까.

담보로 데려왔지만 결국 따처럼 키워준 두석.승이 엄마로부터 승이 아빠를 찾아주라는 부탁을 받고 둘을 만나게 해주는데. 사진=네이버영화
담보로 데려왔지만 결국 따처럼 키워준 두석. 승이 엄마로부터 승이 아빠를 찾아주라는 부탁을 받고 둘을 만나게 해주는데. 사진=네이버영화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극장가 녹여...90년대 감성도 볼거리

어디선가 비슷한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찾아보니 '국제시장', '히말라야','그것만이 내 세상' 등 주로 감동적인 힐링 무비를 제작한 JK필름의 2020년 작품이다. 또한 영화 '하모니'로 많은 관객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안겼던 강대규 감독이 연출을 맡아 또한번의 가슴뭉클한 스토리를 이어간다. 

예능, 드라마, 영화까지 종횡무진하는 배우 성동일은 주로 서민의 애환을 대변하던 중년 가장 역할을 맡아왔는데 이번엔 까칠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사채업자 ‘두석’을 맡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악역 전문 배우로 알려진 김희원은 두석에게 늘 혼나면서도 궁시렁거리는 엉뚱한 후배 종배 역할을 맡아 성동일과 자연스러운 케미를 선보였다. 

앞서 개봉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박소이는 이번 영화에서는 300대 1의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승이’ 역으로 캐스팅돼 깜찍한 연기로 시종일관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는 연기를 보였고 두 아저씨의 보살핌 속에 잘 자라난 성인 ‘승이’ 역은 하지원이 맡아 극적인 반전을 이끌었다.

90년대를 배경으로하는 영화답게 '삐삐'로 연락을 주고받는 장면, CD 플레이어, 서태지 콘서트 등 그당시 트렌드와 문화를 보여주며 깨알 재미를 제공한다.

'하모니'의 두 주인공이었던 김윤진과 나문희가 각각 명자와 승이 할머니로 출연한다. 김윤진은 우정출연으로, 강대규 감독의 부탁으로 흔쾌히 출연에 응해준 나문희는 특별출연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오토바이 사고가 나면서 신원불명 상태로 요양원에 들어간 두석과 재회한 승이. 자신을 몰라보는 두석을 껴안으며 승이가 말한다. "이젠 아저씨가 내 담보야." 

담보로 데려온 아이가 영화 마지막에는 자신을 키워준 아저씨를 담보로 떠안겠다고 말하는 장면. 가족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케하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다. 담보가 아니라 혹인 것 같았으나 오히려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해준 것처럼 두식은 승이에게서 떠날 수 없는 존재임을 의미한다. 

제발 해피엔딩이길 바랬던, 해피엔딩이 아니었다면 가슴 아릴 듯 부녀의 정이 끈끈해 보였던 영화  '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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