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논픽션은 이런 것, ‘수수께끼의 독립 국가 소말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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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논픽션은 이런 것, ‘수수께끼의 독립 국가 소말릴란드’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03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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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다카노 히데유끼著
수수께끼 독립국 소말릴란드, 내전종식후 민주주의 이뤘으나 아직 미승인국가
논픽션 매력 보여주는 책...현지에 뛰어들어 동화된 작가의 인간적 매력 느낄 수 있어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그것을 재미나게 쓴다”가 모토인 논픽션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사진=Buzzfeed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그것을 재미나게 쓴다”가 모토인 논픽션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 사진=Buzzfeed

[오피니언뉴스=강대호 칼럼니스트] 난 요즘 ‘논픽션’의 매력에 빠졌다. 논픽션(nonfiction)은 글자 그대로 픽션(fiction, 소설, 시, 희곡 등)이 아닌 모든 것을 말한다. 허구가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표현력을 가미해 쓴 문학 장르다. 이 범주에 르포르타주, 여행기, 전기, 일기, 수필 등이 포함된다.

이번 추석 연휴에 읽으려고 준비한 책들도 주로 논픽션이다. 그중에서도 동아프리카 어느 나라에 관한 책을 제일 먼저 읽게 되었다. 일본의 논픽션 작가인 ‘다카노 히데유키’가 쓴 ‘수수께끼의 독립국가 소말릴란드’가 그 책이다.

이 책은 저자 소개부터 호기심이 일었다. 다카노 히데유키는 대학 시절 ‘탐험 동아리’ 활동을 했다. 책에도 동아리 출신들의 도움을 받는 내용이 나온다. 나도 탐험가가 되고 싶은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저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 꿈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실제 탐험가에 가깝다. 서남 실크로드를 취재하기 위해 중국에서 출국 도장도 받지 않고 국경을 넘는 모험을 벌인다. 이후 공식 국경 검문소를 피해 미얀마 북부 소수 민족 지역에 잠입한다. 그 과정에서 미얀마에 대한 반정부 독립 투쟁을 벌이던 게릴라와 동행도 한다. 이후에도 중동과 아프리카 여러 분쟁 지역에 잠입 취재한다. 물론 이 모든 활동은 논픽션 저작물로 탄생시킨다.

‘수수께끼의 독립 국가 소말릴란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어떤 소문을 접한다. 아프리카 동부의 소말리아에는 내전을 틈타 독립을 주장하는 한 지역이 있는데 ‘소말릴란드’라는 그 나라는 평화롭고 질서도 있고 민주주의 국가의 틀도 갖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소말리아는 영화 ‘블랙호크 다운’의 실제 사건이 일어난 오랜 내전의 나라로 유명하다. 특히 ‘아덴만’은 해적으로 악명을 떨치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분쟁과 갈등으로 혼란스러워 보이는 그 나라 안에 외부 세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평화로운 독립 국가가 존재한다는 거다.

이런 소문이 논픽션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가서,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을 하고, 그것을 재미나게 쓴다”가 그의 모토이기 때문이다.

수수께끼의 독립국가 소말릴란드. 글항아리 펴냄.
수수께끼의 독립국가 소말릴란드. 글항아리 펴냄.

소말리아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는 책

‘수수께끼의 독립국가 소말릴란드’는 소말리아 안의 자칭 독립 국가 소말릴란드를 취재하고 소문의 진위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소말릴란드’뿐 아니라 독립이나 자치를 주장하는 소말리아의 여러 지역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소말리아라는 나라의 현실이 왜 그런지 조금은 이해하게도 된다.

소말리아는 ‘소말리’ 사람들의 나라라는 뜻이고 영토는 (이 책이 쓰인 2013년 현재) 세 지역 혹은 독립 국가나 자치 국가로 나뉘어 있다. 수도 모가디슈를 중심으로 하는 ‘남부 소말리아’, 북동부 해안을 따라 자치 국가인 ‘푼틀란드’, 그리고 북서부의 독립 국가를 주장하는 ‘소말릴란드’이다.

소말리아는 우리의 가문과도 같은 여러 ‘씨족’으로 나뉜 씨족 중심 사회이다. 세 지역 역시 씨족이 정부 운영의 중요한 요소 혹은 단위가 된다. 국회도 씨족 인구 비례로 뽑고 군대 편성도 씨족 단위로 한다. 이권도 씨족끼리 나누지만 다른 씨족과의 합종연횡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각 씨족의 이익에 따른 계약 관계가 그들을 움직이는 주요 동력이다. 그래서 다수 씨족이라고 해서 언제나 권력을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소말리아의 수도이기도 한 모가디슈는 테러와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푼틀란드는 인도양과 아덴만 연안의 해적 활동 본거지로 알려졌다. 그런데 세 지역 중 유독 소말릴란드만 평화와 질서가 유지되고 있었다.

소말리란드 여인들이 자국의 국기 색깔의 의상을 입고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소말리란드 여인들이 자국의 국기 색깔의 의상을 입고있다. 사진=위키피디아

혼란의 소말리아에서 소말릴란드만 평화로운 이유

저자가 실제로 확인한 결과도 소말릴란드는 독자적으로 내전을 종식시키고, 복수정당제와 보통선거에 의한 민주주의 국가를 실현하고, 20년 이상 가까이 그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소말릴란드는 소말리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다른 나라로부터는 아직 인정받지 못한 미승인 국가이다.

‘수수께끼의 독립국가 소말릴란드’는 소말릴란드가 평화로운 이유는 물론, 푼틀랜드에서 해적이 발호하고 남부 소말리아에서 전란이 종결되지 못하는 이유를 소말리 특유의 전통과 연결하면서 풀어간다.

유목민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약탈과 싸움에 익숙했던 이들은 화해할 때 “어느 쪽이 먼저 손을 썼는지”와 그 원인을 따지지 않는다. 대신 “얼마만큼의 피해가 있었는가”를 따져서 “사람 하나를 죽이면 백 마리의 낙타를 유족”에게 배상하는 등 일종의 ‘정산’을 하는 게 전통이었다고.

그러나 소말릴란드의 내전 피해는 워낙 커 낙타로는 계산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을 내놓으면서 해결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전통을 살린 방식인 씨족 원로들의 중재와 화해로 해결한다.

(원로 회의는) 마치 법원과 같다. 소말리의 전통은 정말 깊다. 단지 옛날부터 이 규칙을 준수하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에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것도 전통 중 하나다. 즉 두 차례의 내전은 소말릴란드의 씨족에게 ‘전례 없던 것’이었던 셈이다. (중략) 그 결과 “디야(배상금)는 지불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446쪽)

믿기지 않지만 그렇게 소말린란드는 내전을 종식하고 독립 국가를 선언했다. 물론 외부 세계에서 인정하지도 않고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명백한 독립 국가로 기능하고 있음을 그 지역을 수차례 방문한 저자의 취재와 저술로 확인시켜 준다.

 

소말리랜드.사진=wikivoyage.org
소말리랜드.사진=wikivoyage.org

논픽션의 매력을 보여주는 책

이 책의 매력은 저자가 직접 목격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무척 유쾌하게 서술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눈으로 직접 보는 듯한 묘사들이 논픽션 전문 작가로서의 능력이 돋보이기도 했다. 작가가 현지에 녹아드는 인간적 매력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저자의 땀방울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그렇다. 현장에 오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많다. 그리고 자신의 희망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실을 씁쓸하게 맛볼 때도 있다. (366쪽)

직접 현지에 뛰어들고 위험을 무릅쓴 탐험 정신 때문이었을까 ‘수수께끼의 독립국가 소말릴란드’는 2013년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한다. 서점 직원들이 뽑은 ‘올해의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책’ 논픽션과 에세이 부문 1위도 차지했다.

상을 받은 이유처럼 내게는 논픽션 문학의 진수를 보여준 좋은 책이다. 아주 먼 곳에 있는 소말리아와 그 안의 자칭 독립 국가 소말릴란드라는 나라를 궁금하게 만들고 인터넷에 그 나라의 현재를 검색해 보게도 했다. 책 내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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