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MIC 제재,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엔 '일단 호재'...장비업체엔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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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MIC 제재,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엔 '일단 호재'...장비업체엔 '악재'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0.09.28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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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강도로 수혜를 받는 기업은 DB하이텍일 가능성↑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 4분기에 최저점 찍고 내년 1분기에 반등할 듯
미국이 자국 파운드리 산업 육성하면 장기적으로는 '도전' 직면할 수도
중국 상해에 위치한 SMIC  공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양소희 기자] 미국의 SMIC 제재 발동이 구체화되면서 일부 파운드리업계에는 반사이익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도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반도체 장비 수출 업체에는 곧바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에 이어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발동한다고 28일 밝혔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25일 컴퓨터 칩 업체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SMIC에 특정 민감한 기술을 수출하기 전에 반드시 허가 면허를 받아야 한다"고 공지했다.  

SMIC로 수출하는 반도체 장비가 중국의 군사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 제한조치의 근거로 작용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컴퍼니에 따르면 SMIC의 반도체 제조 설비 50%가 미국에서 온다. 또 SMIC에 관련 장비를 공급하는 3대 업체는 ASML, 램리서치, KLA-텐코다. 이 중 ASCL은 네덜란드 업체지만 장비의 레이저 기술에 미국 업체들의 기술이 이용돼 수출 제한 영역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생산된다"며 "SMIC의 첨단 기술확보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반도체 육성 전략 차질 빚을 수도

SMIC는 중국이 반도체 육성 정책을 추진한 이후부터 꾸준히 키워오고 있는 파운드리 산업체의 핵심이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018년부터 반도체 산업 육성에 집중해왔다. 

SMI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5위 자리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3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SMIC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까지도 SMIC에 대해 "2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15년간 법인세를 면제하겠다"며 육성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미국이 SMIC에 대한 제재를 이어갈 경우 화웨이도 추가 타격을 받을 뿐 아니라 중국의 반도체 산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SMIC와 파운드리 분야 경쟁을 벌이고 있는 DB하이텍·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화웨이 제재' 때와 마찬가지로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이중 DB하이텍은 SMIC와 함께 파운드리 전문 기업이기 때문에 수혜 폭이 더 클 전망이다. 이날 DB하이텍은 8.9% 급등하며 기대감을 증명했다. 삼성전자도 0.52% 올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쪽이 아닌 시스템 반도체 쪽에 비중을 두는 모양새라 수혜 강도 측면에서는 DB하이텍보다 덜할 전망이다.

직접적인 수혜 시기도 지금 당장은 아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사들인 반도체 물량이 이미 있기 때문에 가격 하락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4분기까지는 약세가 지속돼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 업체들의 실적이 언급되는 기대만큼 좋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 관련 종목의 매수 시기에 대해서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V자 반등을 보일 가능성이 큰데, 반등 시기가 내년 1분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들에게 SMIC 제재건은 우울한 뉴스다.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SMIC로의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체적으로 미국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하는 업체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파운드리 업계, 장기적으로는 '도전'에 직면할 수도

국내 파운드리 업체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종호  교수는 "단기적 반사이익은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파운드리 경쟁이 더 녹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SMIC 견제를 시작으로 자국의 파운드리 산업 육성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발표 당시 반사이익 효과가 언급됐을 때부터 "상식적으로 미국이 한국을 키워주려고 중국을 제재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미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중국의 반도체 부문 영향력 제한을 위해 이런 기조를 이어왔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최근 자국 반도체 기업에 16조7000억원의 보조금을 10년 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특정산업군에 공장 건설을 위한 보조금을 투입하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업계 점유율은 47%에 달하지만 대부분 외주를 맡기고 있어 실제 생산능력은 12%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15%다. 이런 상황에서 SMIC 제재는 중국 제재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국의 파운드리 산업 육성을 위한 방법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이번 제재 조치가 미국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역시 중국의 반격으로 인한 타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보고서에서 “미국의 SMIC 제재가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정책을 지연시키겠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정책을 바꾸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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