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경 칼럼] 지역화폐 논란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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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경 칼럼] 지역화폐 논란의 오해와 진실
  •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 승인 2020.09.1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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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연 보고서, 시의적절했으나 불완전한 결론내
지역화폐의 '지역적 단절'에 과도하게 초점 맞춰
'소상공인 보호'효과도 충실히 분석했어야
'소비자 후생 손실' 지적하며 직접지원 선호...구체적 대안은 뭘까
유승경 대안 부소장
유승경 대안 부소장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유승경]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에 대한 부정적 평가 보고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문지상에 보고서의 내용이 부분적으로만 소개되다 보니 그에 대한 평가가 다소 극단적이다.

시의적절했던 조세연 '지역화폐 보고서'

지역화폐는 2020년 기준으로 229개의 지자체가 발행했을 정도로 지자체의 인기 있는 역점 사업이 되었다. 따라서 지역화폐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평가가 필요하며, 그런 점에서 조세연구원의 보고서는 시의적절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 보고서는 긍정적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지역화폐의 목표에 대한 다소 불완전한 인식과 실증적 자료 부족 때문에 다소 불완전한 결론을 도출한 느낌을 준다. 이 글은 보고서를 간략히 소개하고 나름의 평가를 해본다.

해당 보고서는 지역화폐와 그 도입 목적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있다. 지역화폐란 “지역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재화로, 사용처와 사용 지역이 제한되어 있는 화폐”이며, (1)“소비의 역외 유출을 차단하여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2) “대형 마트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하여 지역 내 소상공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여러 지자체가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화폐는 단지 이름 그대로 지역만을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처도 한정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화폐가 아니라 “지역 소상공인 화폐”라고 부르는 것이 정책 목표에 더 부합할 것 같다. 그런데 보고서의 분석은 소상공인 보호 목적보다는 “화폐 사용의 지역적 제한”이 갖는 문제점에 치우쳐 있다.

'지역적 제한' 문제에 집중했던 분석의 한계

보고서도 지역화폐가 매출액을 대형마트로부터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로 이전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지역화폐를 도입하더라도 소상공인을 위해서 이미 발행되고 있는 온누리상품권 등을 대체하거나 단순히 현금을 대체하는 데 그칠 수 있기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소상공인으로의 매출 이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뿐, 그 사안에 대해서 더 이상의 이론적 검토와 분석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역화폐의 문제점을 “화폐 사용의 지역적 제한”에 큰 비중을 두고 분석했다.

화폐 사용의 지역적 제한이 갖는 문제점에 대한 보고서의 지적은 이론적으로 타당하다. 어떤 지자체가 ‘예산에 의해 지급된 돈’이 ‘해당 지역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돈의 사용처를 ‘자기 지역으로만’ 제한하고자 지역화폐를 도입한다면 그것에 찬성하는 경제전문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시도는 보고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한 나라 내부의 지역들이 마치 보호무역정책을 펴는 것과 같다. 한 지역이 자신들의 지출을 자기 지역에 한정하면서(수입 통제), 외부의 지출은 끌어들이려 한다면(수출 촉진), 선제적으로 행동한 지역은 처음에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타 지역이 똑같이 행동한다면 지역화폐 발행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애초의 이익은 사라지고 어느 쪽도 이익을 보지 못한다.

그 대신에 시장이 분단되어 전체 경제의 효율이 떨어진다. 지자체가 모두 독립된 주권을 가졌다면 이런 정책은 국가 전략의 차원에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단일 주권 국가 내에서 상호 재정 이전이 이뤄지는 지자체들 간에 이런 시도가 행해진다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바람직하지 않다.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분석한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대해 시의적절했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소상공인 지원효과'를 가볍게 다뤘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진= 여주시 보도자료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분석한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대해 시의적절했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소상공인 지원효과'를 가볍게 다뤘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진= 여주시 보도자료

소상공인 지원 효과는 깊게 분석안해

그런데, 지역화폐는 그 이름과는 달리 사용처의 지역적 제한만이 아니라 대기업 위주 경제체제에서 소외된 자영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에 강조점이 두어져 있다. 따라서 보고서는 지역화폐를 온전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 보호”와 관련한 이론적 검토와 실증적 검증에 더 초점을 맞춰야 했다. 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이 지역적 제한에 초점을 맞춘 분석에 의해서 부당한 평가를 받은 측면이 있다.

특히 보고서는 지역 화폐의 도입이 지역 경제에 미친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최근에 지역화폐로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사례는 분석에 포함시키지 못한 한계를 안고 있다. 이번 코로나 위기 때 지자체들은 자체적인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다. 재난지원금은 특수한 시기에 주어진 추가적 소득 지원이라는 예외성이 있지만, 사용처를 소상공인으로 한정한 것이 기존 지출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가적 지출로 이어져 소상공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사례는 지역화폐로 인해 빚어지는 지역 간 단절이라는 부정적 효과보다 소상공인 경제를 지원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보고서도 그러한 점을 놓치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지역 내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것이라면, 유사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온누리 상품권’ 등을 이용해도 달성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일리 있는 지적이다. “발행과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과 효율성의 측면에 볼 때, 단일 주체가 일관적으로 관리하는” 지불수단이 개별적으로 “관리 및 발행”되는 지역화폐보다 우월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화폐를 도입한 지차체들은 지역화폐가 온누리 상품권과 같은 전국적으로 관리되는 소상공인 지원 수단보다 소상공인 지원의 측면에서 더 우월하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상공인을 돕는 전국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은 없는가에 대한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

직접 지원이 더 효과적?...대안제시 부족 아쉬움

그 외에 보고서는 화폐 사용의 제한이 “소비자 후생의 손실”을 가져오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 지원금의 사중손실이 발생하는 점 등을 지역화폐의 단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단점으로 인한 손실의 규모를 한 해 226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그래서 보고서는 지역화폐를 통한 간접적 지원보다는 지역 내 사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이 더 나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지역화폐에 수반된 손실과 추가 비용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에 따른 비용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보고서는 지역화폐를 통한 소상공인 지원의 효과에 대한 검증을 충분히 진행했다고 보기 힘들다. 더욱이 지자체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대안적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보고서가 지역화폐의 실효성을 부정적으로 단정한 것은 섣부른 면이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조세연구원 보고서는 정당한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지역화폐가 가져올 수 있는 지역간 단절의 문제에 과도하게 분석의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소상공인의 보호 측면을 충분한 검토를 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 유승경은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부소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고등사회과학대학원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LG 경제연구원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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