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착각에 빠뜨린 日銀의 기습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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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착각에 빠뜨린 日銀의 기습 발표
  • 김인영
  • 승인 2015.12.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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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완화 총량 유지하되 보완조치…日증시, 폭등했다가 급락

 

일본 중앙은행이 위험자산과 장기국채의 매입 규모를 확대하는 등 현재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보강키로 했다.

일본은행은 18일까지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간 80조 엔(약 771조 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는 현재의 대규모 금융완화책을 유지하기로 하는 동시에 이를 "보완하는 조치"를 찬성 다수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일본은행은 장기국채 매입을 늘려 현재 평균 7∼10년인 국채 만기까지의 잔여 기간을 내년부터 평균 7∼12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설비투자와 주택 투자를 촉진하려는 조치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해석했다.

또 2013년 4월 대규모 금융완화를 발표한 이래 연간 3조 엔(약 29조원) 규모로 유지해온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를 내년 4월부터 3천억엔(약 2조9천억원)늘리기로 했다. 추가 매입 대상은 적극적으로 설비와 인력에 투자하는 기업의 주식 등이다. ETF는 원금을 손해볼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아울러 금융기관에 융자을 촉진하는 '대출지원제도'를 2017년 3월까지로 당초 예정보다 1년 연장하기로 했다.

금리 하락을 재촉하려는 일본은행의 이번 조치로 최근 9년만에 금리를 인상한 미국과 일본간 금융정책 방향의 차이는 더욱 뚜렷해지게 됐다.

닛케이 인터넷판은 이날 결정에 대해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금융 시장의 동향에 입각해 보다 원활하게 금리 하락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풀이했다. 더불어 일본은행은 "수출·생산 면에 신흥국 경기 둔화의 영향이 보인다"면서도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기존의 경기 판단을 유지했다.

▲ 금융완화 보안책을 발표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 총재 /연합뉴스
구로다 총재의 깜짝쇼에 착각한 도쿄 시장

일본은행(BOJ)의 금융완화 보완책 발표에 이날 도쿄 증시가 장중 5분 만에 3% 가까이 치솟았다가 급락하는 등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도쿄 증시의 닛케지수는 일본은행 발표 직후 전날 대비 2.66% 치솟은 19,869.08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추가 조치가 미미한 수준이고 실질적으로 자산 매입 규모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자 시장이 실망하면서 주가는 다시 급락해 닛케이주가는 전날보다 1.90% 떨어진 18,986.80에 장을 마쳤다.

엔화 환율도 크게 요동쳤다. 엔화 환율은 이날 12시51분 달러당 123.56엔까지 치솟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1.41% 하락했다.

시장이 요동친 것은 금융완화 보완책에 대한 착각 때문이다. 당초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일본은행이 기존 금융완화책을 유지하겠다는 발표만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돌연 ETF 매입 규모 증액과 장기채 매입을 언급하자 시장은 이를 금융완화 확대로 이해하면서 증시와 환율이 폭등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채 만기 확대와 ETF(상장지수펀드) 매입 범위 확대 등의 조치가 보완적인 것으로 자산 매입의 원활화 등을 위한 것"이라며, ”경제의 하강에 대응하는 추가 완화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본은행이 지난해 10월에도 자산매입 규모를 예고 없이 늘렸던 전적이 있는데다 구로다 총재가 '깜짝 쇼'를 좋아한다는 평가가 이 같은 급등세에 불을 붙였다.

시간벌기용…내년 4월 추가완화 가능성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보완책은 '시간 벌기'의 측면이 강하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금융완화의 본질인 국채 매입의 규모가 늘어난 것이 아니며, 시장에 유통되는 국채가 줄어들면서 금융완화 한계에 가까워지자 고육지책을 내놓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은 보강책의 일환으로 EFT 매입 규모를 연간 3천억엔 증액키로 했으나 이는 증시 불안 대책으로 금융 기관에서 구입한 주식을 매각하기 위한 것이다. 내년 4월부터 재개되는 보유주식 매각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2002년 11월부터 금융기관들로부터 주식을 매입한 뒤 2007년 10월부터 이를 매각하기 시작했으나 국내외 금융 환경을 고려해 매각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일본은행은 내년 4월부터 시작해 2026년 3월말로 끝내는 보유주식 매각 규모는 연간 3천억엔으로, 새로 사들일 ETF 규모와 일치한다.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는 모양새였지만 전체 자금 공급량(연간 80조엔)은 변하지 않는 셈이어서 추가완화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미 결정된 일본은행의 보유주식 매각으로 증시에 미칠 악영향을 막는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번 보강책의 효과는 미지수이지만 일본은행에 대한 비판을 막는 목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물가가 일본은행의 생각대로 상승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본격적인 추가 완화를 해야하는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탄(東京短資) 리서치의 가토 이즈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장기국채 매입을 늘려 현재 평균 7∼10년인 국채 만기까지의 잔여 기간을 내년부터 평균 7∼12년으로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해 내년의 국채 매입을 촉진하기 위한 기술적인 조정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내년에 국채의 대규모 상환이 예정돼 있어 일본은행은 연간 80조엔의 자금 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채 매입 총액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매입 국채의 잔여 기간을 장기화하게 되면 더 긴 만기의 채권 매수를 늘릴 여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가토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시장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속셈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시이 준 미쓰비시 UFJ 모건 스탠리 증권의 수석 채권 전략가도 일본은행이 내년부터 국채 매입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뜻밖이지만 효과 크지 않다

일본은행이 기습 발표한 금융완화 보완책은 금융시장에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금융완화의 본질인 국채 매입 규모가 늘어난 게 아니고, 시장에 유통되는 국채가 줄어들면서 정책이 한계에 다다르자 고육책을 내놓은 것뿐이라는 혹평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도 없지는 않다.

노무라 증권의 마쓰우라 히사오 수석 전략가는 이날 열린 증시 전망 설명회에서 일본은행이 상장지수펀드(ETF) 연간 매입 범위(현재 3조엔)를 3천억엔 가량 증액하기로 결정한 것은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에게 일정한 안정감을 가져다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행이 설비 투자와 인력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들의 주식을 편입한 ETF를 매입하는 보완조치를 취한 것은 "정부의 정책을 보강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부와 일본은행이 연계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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