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예의 일본 연구] 결국 뒷걸음질...日 의대 '지역특별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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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예의 일본 연구] 결국 뒷걸음질...日 의대 '지역특별전형'
  •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16 17: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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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008년부터 의사수 부족 해결위해 시행
의대 진학시 '지역특별전형' 도입
장학금 지급후, 일정기간 특정지역 복무 방식
지역특별전형 부작용 발생...
日, 2022년부터 의대정원 감원 추진 키로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마찰을 빚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의료 서비스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료인 확보를 위한 공공의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중증외상외과 등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과에 진학하는 젊은 의료인의 수는 부족하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공공의대를 신설하여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진료과 전문의를 양성하고, 이들을 의료 낙후지역에 파견하여 지역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또 인구 1000명당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평균 의사 수 3.5명보다 67%정도 부족한 2.3명인 것을 근거로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되어온 의대 정원을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400명씩, 총 4000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의료계는 공공의료기관 처우를 개선해야지 눈에 보이는 의료인 수만 늘린다고 하여 의료 서비스 지역 불균형이 장기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해결책으로 의료비(의료수가)조정을 내세웠다. 지난 2014년도 OECD 의료비 통계를 보면, OECD 평균 의료비를 100이라고 할 때, 한국은 57로 평균을 훨씬 밑돈다. 의료비(정부 부담+개인부담)를 높이고 개인 부담률을 낮추면, 환자의 의료 부담비에 변동 없이 공공의료기관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이외에도 정부와 의료계간 오는 2028년 한국을 포함한 OECD 국가 평균 의사 수 예측치가 크게 다르다. 의료인들의 진료거부 사태는 일단 막았지만 의료인 수 확대와 현행유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간 갈등은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자료=보건복지부.
자료=보건복지부.

日 ‘지역특별전형’으로 의료 서비스 불균형을 해소 시도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의료 서비스 지역 불균형 해결하기 위한 공공의료인 확충에 대해 고민해 왔다. 일본은 지난 2004년 전후 ‘의사 명의대여’, ‘긴급 환자 수용 불능’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의사 부족과 진료과의 편재 그리고 의사들의 근무 과중이 표면화 됐다. 

특히 산과·소아청소년과·외과·마취과·응급의학과 등 특정 진료과의 의사 부족 현상도 같이 불거졌다. 일본 정부는 2008년부터 지역의사 및 필수 의료과 의사 확보를 위해 의대 정원을 역대 최대로 증원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시행한 대책은 기존 의대 체제에 ‘지역 특별전형(地域枠)’을 도입시키는 방식이다. 현재 일본의 의대 입학 전형은 ‘지역 특별전형’과 ‘일반 전형’으로 나뉜다. 

일본 전국에 설립된 의대는 약 80개다. 지난 2008년도에는 ‘지역 특별전형’을 도입하기로 한 대학이 33개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70개에 이르렀다. 현재는 ‘지역 특별전형’ 입학자는 의대 졸업 후, 임상 연수를 마치고, 순차적으로 지역의료 기관에 배치된다. 이 인원은 오는 2025년 1만 명이 넘을 전망이다. 

자료=일본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캡쳐, 번역=김보예칼럼니스트.
자료=일본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캡쳐, 번역=김보예칼럼니스트.

광역지방자치와 엮인 ‘지역 특별전형’

일본 의대의 ‘지역 특별전형’은 광역지방자치와 연계돼 있다. 지역의료대책협의회(地域医療対策協議会)와 광역지방자치가 장래 의료 수요에 대해 논의 한 후, ‘지역특별전형’을 설정(의사 수, 장학금 여부, 출신지 여부, 의무 복무 기한)한다.

대학은 광역지자체와 지역의료협의회에서 논의된 결과를 참고해 ‘지역 특별전형’ 인원을 선발한다.  올해  ‘지역 특별전형’의 모집 인원 수는 1679명이다. 장학금 지급 모집은 1070명으로 63.7%였다. 이 가운데 광역지방자치에서 지급하는 장학금과 연동된 모집은 1006명(59.9%)으로 ‘지역특별전형’은 광역지방자치와 강하게 엮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특별전형에서 도시가 아닌 지방 출신자 모집은 1102명으로 65%를 차지했고, 졸업 후 의무복무기간지정 모집은 1545명으로 92%에 해당했다. 의무복무 기간은 9년이 924명(59.8%)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7년(9.7%), 6년(6.7%)으로 많았다. 

그러나 의사 확보가 절실한 도서·벽지의 의무복무 기간은 4~6년이 가장 높다. 만일 복무 기간을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년이율 10%로 장학금을 반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 아키타현에 위치한 아키타 대학의 올해 모집 요강을 보면, 아키타현 출신 19명, 전국 5명으로, ‘지방특별전형’을 총 24명을 모집하였다. 장학금은 입학금과 생활비 월 15만엔(자택 통학자는 10만엔)이 최장 6년간 지급된다. 졸업 후 1년 6개월 이내에 의사 면허를 취득해야 하며, 취득 즉시 장학금 수여 기간의 1.5배의 반(즉 4.5년)을 지정된 공적 의료기관에서 근무해야 한다.

‘지역특별전형’의 선발 방식과 지역 정착률

‘지역특별전형’으로 선발은 ▲구별 선발 방식과 ▲거수 선발 방식으로 나뉜다. 구별 선발 방식은 지역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을 각기 다른 입시와 모집 요건으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거수 선발 방식은 일반 전형으로 선발하고 이 가운데에서 지역 특별전형 희망자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구별 선발방식에는 선행형과 구별형이 존재하며, 거수 선발 방식에는 사전형과 사후형이 존재하다. 

‘지역 특별전형’ 중, 장학금이 지급되는 경우를 살펴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모집 정원의 충족률은 76%였다. 선발 방식 별 모집 정원 충족률은 구별 선발이 89%, 거수 선발이 60%다. 졸업 후, 의무 복무 이행률은 구별 선발이 93%, 거수 선발이 82%로 나타났다. 

이탈률(포기)을 줄이기 위해서는 입학기 전부터 ‘지역 특별전형’에 대한 취지와 의무 사항에 대한 명확한 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22년부터 일본 정부는 각 광역지방자치의 장래 의료수요를 더욱 정확하게 추계하여, ‘지역 특별전형’에 대한 모집 요건을 한층 구체적으로 기재 할 예정이다. 

더하여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난 후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의료 낙후지역 출신자 확보에 힘쓸 예정이다. ‘지역 특별전형’에는 출신지역 요건이 필수 항목 중 하나로 기재된다. 실제로 의료 서비스 낙후 지역의  출신자가 ‘지역 특별전형’으로 입학할 경우, 약 80%가 40년간 지속하여 낙후 지역에 정착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日 지역특별전형 선발 과정 

자료출처=일 의회. 의료종사자 수요에 관한 검토회 제 24회 의료수요분과회 자료 3 (2018.11.28), 번역=김보예 칼럼니스트.
자료출처=일본 후생노동성. 의료종사자 수요에 관한 검토회 제 24회 의료수요분과회 자료 3 (2018.11.28), 번역=김보예 칼럼니스트.

‘지역 특별전형’의 이탈과 붕괴

그러나 ‘지역 특별전형’으로 의료 서비스의 불균형을 해결하고자 한 일본 정부의 노력은 예상과 달리 큰 성과를 아직 내지 못하고 있다.

만 35세 미만 의료인(의사·치과의사·약사)의 밀집도를 보면, 의료인이 많은 도시는 일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의료 낙후지역은 여전히 의료 서비스 지역불균형을 낳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 특별전형’ 제도의 붕괴가 일어난 것이다.

‘지역특별전형’으로 입학하여 의무 이행 이탈률이 가장 높은 시기는 본과 4학년이다. 이어서 졸업 후(의사 면허 취득 후), 1~3년 사이에 이탈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생노동성에서 이탈 이유를 조사한 결과 ‘희망하는 진료와 불일치(지리적 요인)’가 가장 많았다. 지역 기피현상이 이탈을 초래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본과 4학년 때 판견 된 지역을 구체적으로 통보 받는데, 지원자의 예상보다 낙후된 지역 파견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 특별전형’은 몇 가지 문제점 새로이 야기시키고 있다. 첫 번째는 의사 부족 지역의 강제 파견과 두 번째는 지역 특별전형에 대한 학력 차별, 마지막으로는 의료 질의 저하이다. 

후생노동성은 ‘지역 특별전형’ 입학자에게는 이탈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의도심사회(医道審議会)등의 자료에는 ‘지역 특별전헝 이탈자는 도의적 책임은 남는다’고 기재하고 있다. 

현실은 ‘지역특별전형’으로 입학하여 장학금을 반환 후, ‘일반전형’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역특별전형’을 포기하고 자퇴 후, 의대에 재입학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특별전형’은 입시 문제와 기준이 다른 ‘구별 선발 방식’으로 입학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전형 의대 진학생에 비해 성적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만연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지역특별전형에 성적이 뒤처지는 학생이 선발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편견이 만연해 있는 것은 졸업 후, 새로운 의술을 배우기 힘든 도서·벽지 병원에 묶어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더불어 이러한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일본의 의료 수준이 저하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료=일본 후생성. 번역=김보예 칼럼니스트.
자료=일본 후생성. 번역=김보예 칼럼니스트.

日, 결국 2022년부터 의대 입학정원 감원추진 까닭은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 1000명당 OECD 평균보다 의사 수가 부족하지만, 가파른 의사 증가률로 인하여 오는 2028년 이후에는 과잉공급 현상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의견도 있다.  

일본은 의료 과잉공급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오는 2022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 감소를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도 증가율을 무시한 채 현재의 의사 수 부족만 강조해선 안 될 것이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한 예측이 선행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제안하고 있는 ‘공공의대’ 제도는 장학금 수여 혜택과 의무 복무기간(10년)이 주어진다는 면에서 일본의 ‘지방특별전형’과 상당히 유사하다. 

일본의 사례를 볼 때, 의사 수를 늘려 의료 서비스 지역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것은 현실 가능성이 부족한 정부의 바람에 그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어 의대 증원·공공의대 신설 법안이 원점에서 재논의 될 경우, 일본의 ‘지방 특별전형’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까지 고심해야, 필수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는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박사학위 논문을 집필하면서 일본어 번역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 한일관계와 관련한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 인문학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며, 대중들과 소통해 나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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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2020-10-11 00:18:23
일본이 경험하고 있는 의료분야를 잘 설명해서 감사합니다. 우리 나라도 협의하여 좋은 대책이 나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