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여는 중국 소비자...中 내수시장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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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여는 중국 소비자...中 내수시장 살아난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9.16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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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소매판매 지표, 작년 12월 이후 첫 반등
화장품·자동차 등 고른 업종에서 소비 회복 나타나
중국 내수시장 활성화는 국내기업에도 '희소식'
고용시장 회복은 여전히 과제
중국의 8월 소매판매가 지난해 12월 이후 첫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은 지난 9월5일 중국 우한에 위치한 한 쇼핑몰에 고객들이 붐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8월 소매판매가 지난해 12월 이후 첫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은 지난 9월5일 중국 우한에 위치한 한 쇼핑몰에 고객들이 붐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국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신호가 나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전세계 국가들이 경기침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 회복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지만,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기업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中, 8월 소매판매 지난해 12월 이후 첫 증가

지난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2조9273억위안(약 509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5% 늘었다. 당초 블룸버그통신은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예상한 바 있으나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며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중국의 월간 소매판매가 전년동기대비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코로나19 영향을 받기 이전인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일부 경제지표에서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시그널이 등장했으나, 가장 중요한 '소매판매' 지표가 반등하지 않았다.

중국 소비자들이 아직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으나, 이날 반등에 성공하면서 중국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 또한 다소 높아졌다.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서는 최근 몇 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국의 쇼핑몰과 레스토랑, 체육관들이 다시 붐비고 있다"며 "공공장소 중 가장 마지막으로 다시 운영을 시작한 영화관 역시 관객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WSJ가 인용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8월 마지막 10일간 영화관 입장 관객수는 전년동기의 90% 수준으로 회복됐다. 

철도와 항공 이용 고객도 늘었다.

WSJ는 "9월 신학기를 앞두고 마지막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늘었다"며 "코로나19 영향이 확대되기 이전 수준과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코로나19가 여전히 세계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국내 여행으로 계획을 바꿨다"고 언급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연 분야도 다양했다. 통신기기(25.1%)를 비롯해 화장품(19%), 귀금속(15.3%), 음료(12.9%), 일용품(11.4%), 자동차(11.8%) 등 고른 업종에서 증가세가 이뤄졌다. 

래리 후 맥쿼리그룹 이코노미스트는 "8월 소매판매 데이터를 보면 억눌린 소비자 수요가 8월 이후 풀리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회복하는 中 내수시장, 국내기업에도 긍정적

중국의 소매 판매가 코로나19의 영향력이 가시화된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중국 정부의 '내수 강화' 정책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중순환' 경제 전략을 내건 바 있다. 이중순환은 국내에서 생산과 분배, 소비를 순환시키는 '내부순환'을 중심으로 하고,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은 지속하는 '외부순환' 전략이 이를 보완하는 구조다. 경제학자들은 내부순환이 중심으로 이뤄지는 만큼 내수 중심의 경제 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WSJ는 "8월 소매판매 개선은 중국 내수 회복의 추가 증거"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내수 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기업들의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중국경제의 조기 회복배경 및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중 수출 중 중국에서 최종 소비되는 비율, 즉 귀착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대중 수출 중간재(68.7%) 가운데 재수출되지 않고 중국에서 소비되는 비중은 43.8% 수준. 최종재와 중국 내수로 흘러간 중간재를 합하면 대중 수출 가운데 75.1%가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계장비 분야와 운송기기의 경우 중국 내수 귀착률이 각각 90.6%, 8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내수 시장이 활성화될수록 국내 수출기업들의 기회도 많아진다는 뜻이 된다. 

한은은 "중국 경제의 회복 흐름은 우리나라 대중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소비 건설 투자 등 내수 중심의 회복은 기계장비나 운송기기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대중 수출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 IT기업에 대한 규제강화, 중국 정부의 기술자립 노력 등이 반도체 등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대중 수출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中 경기 낙관론 확대...고용시장 회복은 과제

소매판매 부문에서 회복이 확인되면서 중국의 경제회복에 대한 낙관론도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8월의 흐름이 9월에도 이어진다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푸링후이 대변인은 "8월 경기 회복 추세가 9월까지 이어진다면 3분기 GDP는 2분기 3.2%에서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딩솽 스탠더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 역시 "3분기 성장률은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인 약 6%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은행인 ANZ 역시 당초 1.8%로 예상했던 GDP 연간 성장률을 2.1%로 상향조정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이 위험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에버브라이트은행의 베니람 리서치 본부장은 "중국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경제를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8월 경제지표는 완전한 회복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것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3분기 전체 데이터를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고용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8월 기준 도시 실업률은 5.6%로 전월대비 0.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도시의 고용시장을 반영하는 수치이기 때문에 정확한 고용 상황을 묘사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실업자들 중 신규 대학 졸업생의 비중은 전월에 비해 높아져 여전히 고용시장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루이스 쿠지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아시아 경제 책임자는 "중국 경제는 회복에 있어서 가장 약한 고리만 남겨두고 있다"며 "중국의 고용이 더 크게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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