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제재에 국내IT산업, '반사이익' 있을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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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제재에 국내IT산업, '반사이익' 있을까 없을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9.15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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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미국의 화웨이 제재 시작
화웨이측, 부품 재고 확보했으나 불확실성 상당
삼성전자는 버라이즌 5G 통신장비 수주 등 이미 시장 점유율 키우고 있어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가 15일부터 발효된 가운데 이에 따른 영향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가 15일부터 발효된 가운데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15일부터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발효됨에 따라 반도체 업계의 큰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관련기업들이 미 제재로 인한 반도체 수출 감소보다는 스마트폰과 5G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불확실성 직면한 화웨이..이미 인재 수백명 떠나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15일부터 미국 소프트웨어나 장비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사전 승인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제재안에 따라 전세계 모든 반도체 기업들은 이날부터 미국 기술을 일부분이라도 활용했다면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제품을 팔 수 있게 됐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사실상 미국의 '화웨이 고립작전'이 펼쳐진 셈이다. 

이에 화웨이 측은 부품 재고를 싹쓸이하다시피 해오면서 당분간 필요한 부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것이 주요 외신의 평가다. 

일본의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핵심 반도체부터 디스플레이, 카메라 렌즈 등 화웨이에 필수적인 부품들이 수급 위험에 처해 있다"며 "화웨이는 이를 대비해 2018년 말부터 모든 종류의 칩 재고를 비축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등 전자부품 재고도 제대로 확보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용 화물기를 띄울 정도로 부품 확보에 안간힘을 써왔다. 현재까지 확보된 부품은 약 6개월분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미국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저가 대체 부품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는 만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의 국방안보연구소 수쩌윤 소장은 "화웨이가 저가 대체 부품을 찾을 수도 있지만, 그 경우 화웨이의 경쟁력이 훨씬 떨어질 것"이라며 "심지어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격화되면서 화웨이 내부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화웨이는 내부적으로 인재 이탈을 감수하고 있다"며 "이미 수백명의 직원을 경쟁사에게 잃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현지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 또한 "많은 화웨이 직원들은 앞으로는 더 많은 불확실성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웨이, 국내기업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을 비롯해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한국 및 일본, 타이완의 협력업체들이 영향을 받게 되는 매출 규모는 294억달러(약 34조8000억원)에 달한다. 

화웨이는 국내기업들에게도 큰 고객인 만큼 영향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판매중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화웨이는 애플에 이어 삼성의 반도체 부문 2위 고객으로 전체 매출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화웨이가 매출의 11.4%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1~7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중 대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 41.1%에 이른다. 금액 측면에서 보면 반도체 총 수출액 547억4000만달러 가운데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규모는 224억8900만 달러에 달한다. 중국에 이어 홍콩에 대한 수출비중(20.8%)이 두 번째로 높은데,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는 수출 물량도 상당한 만큼 대중국 수출 실제 규모는 수치보다도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을 비롯해 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이 미 상무부에 화웨이에 대한 수출 허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상무부가 이를 허가할지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기업들이 화웨이의 미국 제재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기업들이 화웨이의 미국 제재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웨이의 위기, 국내기업의 기회될까

위기에 직면한 화웨이의 빈자리를 국내기업들이 채우면서 얻게되는 반사이익이 있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제프 푸 GF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경우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2억4000만대에서 올해 1억9500만대, 내년에는 5000만대 수준으로 급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의 출하량이 급감한다면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생산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매출이 전체의 3.2%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도체 수출 감소의 영향은 제한적인 반면 스마트폰 수출 확대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수출 활로에 부심하고 있는 LG전자에게도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1.0%로 1위를, 애플과 화웨이가 각각 15.3%, 15.1%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제재로 인해 내년에는 화웨이의 점유율이 4.3%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21.5%로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SA는 "해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샤오미, 오포, 비보 등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화웨이는 유럽시장에서 4~6월 매출이 16% 감소한 반면 삼성전자는 전년대비 20% 매출이 증가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카날리스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화웨이의 미국 제재 문제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전세계 주요 업체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화웨이의 위기가 경쟁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미 스마트폰 분야에서 화웨이의 경쟁업체인 삼성전자가 신제품 출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갤럭시Z폴드2를 이날까지 사전예약을 거쳐 오는 18일부터 정식 출시한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부문의 가격 하락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화웨이의 수요가 줄어들 경우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회사의 이익 측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매출 감소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요가 줄어들고 공급이 유지된다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점"이라며 "가격이 하락하면 회사 영업이익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화웨이의 제재가 지속될 경우 그 물량을 다른 스마트폰 업체가 가져가면서 수급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화웨이의 제재가 완화된다면 수급은 당연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화웨이가 매출의 11.4%를 차지하는 등 화웨이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화웨이 매출 감소분을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해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반면, 업계에서는 이렇다할 반사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화웨이와 경쟁하는 스마트폰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경우 이들 업체들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함으로써 화웨이 매출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는 신규 고객 확보로 매출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애플과 오포, 비보, 샤오미 등으로 공급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화웨이 관련 매출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반도체 부문에 집중돼있다는 점은 반대로 다른 분야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도 된다"고 설명했다. 

5G 통신장비, 삼성전자 반사이익 기대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이동통신 매출 기준 세계 1위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 약 8조원(약 66억4000만달러)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버라이즌에 5G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5년간 공급하게 된다. 

라이트카운팅 마켓리서치의 스테판 테랄 애널리스트는 "통신장비시장의 28%를 점유하고 있는 화웨이가 더이상 매출을 지속할 수 없다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NEC, 후지쓰, 에릭슨, 노키아 등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일본 및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이미 많은 다른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그는 "삼성이 최근 버라이즌과 67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했다는 것은 삼성전자를 상위 공급사 범주에 올려놓게 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에도 캐나다 통신사 텔러스와 5G 장비 수주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텔러스는 기존에는 화웨이 장비만을 사용하다, 최근 화웨이 대신 삼성전자와 에릭슨 및 노키아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신장비 시장에서 3위인 노키아와 시장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고 화웨이의 미국 제재 상황을 감안하면,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통신장비 시장에서의 실적은 향후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전망을 상향조정하고 있는 점도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동원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부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언택트 확대에 따른 온라인 구매 증가도 더해져 3분기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KTB증권 김양재 애널리스트 또한 "화웨이 제재와 중국 및 인도 관계 악화에 따른 반사이익을 고려한다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3.8% 늘어난 9조6000억원으로 기존 추정치 대비 17.8% 상향조정했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당선되면 일부 미국 제재 완화 가능성 있어

한편 미국 대선 이후에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5G와 인공지능(AI) 등 기술분야에서의 미국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에 대해 미국 경제에 '파괴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서는 유연한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닛케이는 "많은 업계 관계자들과 내부 소식통들은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중국과의 대화의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국가안보와 관련이 적은 일부 가전제품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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