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보다 걱정되는 신흥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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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인상보다 걱정되는 신흥국 위기
  • 김인영
  • 승인 2015.12.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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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금 흐름이 역전되면 신흥국에 자금 빈혈 상태 우려

 

미국이 7년만에 금리를 올렸지만,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당장에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내년에 2~3차례 금리를 더 올릴 경우 신흥국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신흥국 경제가 붕괴될 경우 그 파장이 한국 경제에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미국 금리 인상이 금융시장에 줄 부정적 영향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하고,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해왔기 때문에 예상했던 것이고,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간다고 했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의 견해가 맞다고 본다.

첫째, 미국 금리 인상은 세계 경제의 견인차인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가 휘청이면, 중국과 유럽은 더 어렵다. 지금 중국과 유럽 경제가 어렵지만, 미국 경제가 회복기조에 있는 사실은 글로벌 경제에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세계 경제의 가장 든든한 축이 버팀목이 되어 준다면 다른 축이 흔들려도 상황은 반전되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걱정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원화 환율이 올라가고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올들어 수출이 위축되고 있는 마당에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다. 우리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 사태때 환율이 폭등하는 바람에 수출이 살아나고, 다른 나라의 경우보다 빨리 회복된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그래서 산업의 활기가 약해지고 있는 점이다. 신수종 사업을 개발하자, 창조경제를 하자고, 말들은 많지만, 중장기적인 비전이고, 당장의 경기 회복은 수출을 살리는 길이다. 그것은 환율 상승이 즉효약이다.

셋째, 재닛 옐렌 연준 의장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누누이 밝혔다는 점이다. 내년에도 미국 경기상황을 보아가며 금융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금리 수단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미국 금리인상에 급격한 충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의 측면에서 보면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미국 경제가 파산 위기로 몰리면서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제로금리로 끌어내리고 공적 분야의 돈을 대량으로 풀어냈다.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버냉키 의장은 헬기로 달러를 뿌리듯 해서 미국 금융시장을 파산 직전에서 건져냈다. 덕분에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됐지만, 유럽은 아직도 리먼 사태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금리인상은 미국이 리먼사태의 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신흥국들이다. 리먼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의 값싼 자금이 신흥국으로 몰려갔고, 신흥국들은 그 외부에서 들어오는 돈 맛에 취해 흥청망청 써댔다.

신흥국의 민간 부채 비율은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50%였지만, 최근엔 195%로 껑충 뛰었다. 기업 부채도 이 기간에 GDP의 50%에서 75%로 상승했다. 중국의 부채비율은 지난 4년동안 GDP의 50% 포인트 상승했다. 아시아인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흘러들어온 돈을 써댔다. 부동산과 주식을 사고, 그 자산의 거품이 꺼지면서 이번엔 명화, 명품, 귀금속으로 번져갔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금리인상을 계기로 자금 흐름의 방향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아비트리지(arbitrage) 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이 이문이 높은 미국 금융자산을 선택할 것이고, 그러면 신흥국 중에서 약한 고리가 끊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더 이상 달러가 값싼 돈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는 올들어 강세를 지속하고, 신흥국에 흘러들어갔던 글로벌 머니가 미국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을 비롯해 신흥국의 붐도 끝나 가고 있다. 중국의 저성장, 상품 가격 하락은 신흥국을 어렵게 하고,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으로 더 이상 값싼 자금을 해외에서 끌어오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신흥국들은 빚으로 잔치를 벌였던 호황은 끝나고, 이젠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돈줄이 마르면 대출자는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데 급급하고, 남의 돈으로 흥청거렸던 차입쟈들은 소비를 멈추게 된다. 서브프라임 위기나, 유럽의 위기에서 보듯, 이제 신흥국들에겐 금융위기나 경기침체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위기를 피하더라도 고성장의 시대를 보내고,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투자은행 JP 모건이 IMF와 BIS의 자료를 토대로 한 분석한 통계에서 민간분야 부채비율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가장 높고 한국과 중국은 GDP의 200%대로 상위권에 속해있다.

 

신흥국 가운데서도 경상 수지가 적자이거나 달러화 표시 부채가 과도한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콜롬비아 등이 특히 위험하다는 경고가 국제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 각종 경제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을 크게 받을 신흥국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말레이시아 통화인 링깃화 가치는 올들어 20% 넘게 추락하고, 주가지수(KLCI)는 8% 가까이 하락했다. 외화보유액은 지난 7월 말 968억 달러로 1천억 달러가 무너진 후 11월 말 현재 946억 달러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지난 2013년 총선을 앞두고 중동 국부펀드의 스위스 은행 계좌 등을 통해 나집 총리 계좌에 의문의 26억 링깃(7천300여억 원)이 입금된 것과 관련,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가 나집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정치 상황도 불안하다.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든든한 외화보유액을 확보하고 있어 외부의 충격을 완충시킬 여지는 있지만,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여건이다. 이런 가운데 신흥국 경제가 도미노식으로 무너질 경우 한국경제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는데다 2008년 리먼 사태에 따른 불황을 겪었기 때문에 외부 충격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큰 파장을 미치는지를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외부 충격에 대한 방어책을 준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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