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월가 유리천장 깬 제인 프레이저..씨티그룹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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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월가 유리천장 깬 제인 프레이저..씨티그룹 이끈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9.11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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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뱃 현 CEO 후임으로 제인 프레이저 씨티 글로벌 소비자금융 대표 선임
미 10대 은행 중 최초 여성 CEO
월가는 환호 "남성이 쌓은 마지막 요새도 무너진다"
씨티그룹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여성인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글로벌 소비자금융 대표가 선임된다. 사진은 제인 프레이저 대표. 사진=연합뉴스
씨티그룹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여성인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글로벌 소비자금융 대표가 선임된다. 사진은 제인 프레이저 대표.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씨티그룹 새 최고경영자(CEO)로 제인 프레이저(53) 씨티그룹 글로벌 소비자금융 대표가 선임된다.

씨티그룹은 10일(현지시간) 내년 2월 마이크 코뱃 현 CEO가 은퇴하고, 그 자리를 프레이저 대표가 이어받는다"고 밝혔다. 

미국 대형은행 수장 자리에 여성이 발탁되면서 '월가의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남성이 쌓아올린 마지막 요새 무너지기 시작"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수십년 동안 호황과 불황, 신용사기와 패닉 등이 월가를 여러 면에서 변화시켰지만 유독 한가지만은 고집스럽게 유지됐다"며 "최고의 수장이 항상 남성에게 돌아간다는 그 마지막 요새가 이제는 무너지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남성들이 쌓아올린 마지막 요새가 무너지는 일로 비유될 정도로 월가 은행가에서 여성 수장이 탄생하는 것은 '혁신적'이면서도 놀라운 일이다. 

카탈리스트에 따르면 S&P500의 500대 기업 중 여성이 수장 자리에 오른 기업은 31개사 뿐이다. 이 중 은행업계는 단 한 곳도 없다. 미국은 수십년동안 다방면에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동등하게 자리잡아왔으나 유독 월가, 그 중에서도 월가의 은행업계는 남성들 중심의 사회가 이뤄졌다.

지난해 4월 있었던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의 청문회는 월가에서도 종종 회자되는 이야기다.

NYT에 따르면 당시 한 하원 의원이 씨티그룹의 마이클 코뱃 CEO를 비롯해 JP모건체이스, 뱅크 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뉴욕멜론은행,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 등 7명의 경영진에게 "여성이나, 유색 인종 인사가 차기 CEO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손을 들어달라"고 요청하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월가의 은행은 백인 남성들의 영역으로 여겨졌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일화다.  

남성 중심의 미국 10대 은행 수장 자리에 여성이 발탁된 것에 대해 모두가 놀라운 변화라고 입을 모으지만, 프레이저 대표를 잘 아는 이들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마이클 메이요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그녀가 여성이기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탁월한 능력으로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미 예상된 여성 CEO

애널리스트의 평가처럼 프레이저 대표는 이미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왔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이수한 프레이저 대표는 골드만삭스와 맥킨지&컴퍼니를 거쳐 2004년 씨티그룹에 입사했다.

다양한 부서를 경험한 후 2009년 씨티 프라이빗뱅크의 최고경영자로 올라선 프레이저 대표는 매년 적자를 내던 사업부를 흑자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2013년에는 씨티 모기지 CEO를, 2015년부터는 씨티라틴아메리카 CEO를 역임하며 중남미 지역의 재무실적을 개선시키기도 했다.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일찌감치 월가에서 주목을 받아온 것이다.

지난해 웰스파고 이사회는 프레이저 대표를 차기 CEO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씨티그룹은 지난해 10월 프레이저를 은행장 겸 소매금융 대표로 승진시켰다. 이미 월가에서는 그 시점에서 코뱃 CEO를 잇는 차기 CEO로 프레이저 대표를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이저 대표가 차기 씨티그룹 CEO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월가 역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물러난 키코프의 베스 무니 전 CEO는 "제가 퇴직할 시기에 다른 여성 CEO가 등장하길 항상 바랐다"며 "오늘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랑스러운 날"이라고 언급했다. 여성인 베스 무니 전 CEO는 미국의 20위권 은행인 키코프의 수장직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해 웰스파고의 최고 경영자로 유력하게 거론된 캐시 베산트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운영책임자(COO) 또한 "회사와, 그리고 모든 여성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환호했다. 

월가는 프레이저 대표를 선임한 씨티그룹의 결정이 다른 은행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이미 제이미 다이먼 현 CEO의 후임자 후보에 여성인 마리안 레이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제니퍼 피엡스작 CFO를 포함시켰다. 

블룸버그통신은 "씨티그룹이 제인 프레이저를 CEO로 발탁한 후 월가의 여성들은 '다음은 누구인가'를 묻고 있다"며 "씨티그룹이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지만, 월가의 진정한 양성 평등을 위해서는 더 깊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 속 성장 동력 찾는 것은 과제

당초 코뱃 CEO는 2022년까지 CEO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돼왔으나, 예상보다 빠른 내년 2월 프레이저 대표에게 수장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37년간 씨티그룹에 몸을 담았고 지난 2012년부터 씨티그룹의 최고 경영자를 역임해 온 코뱃 CEO는 금융위기 이후 씨티그룹을 잘 일으켜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근에는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는 프레이저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씨티그룹은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각지로 자금을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기업 중 하나지만, 코로나19가 이 움직임을 둔화시켰다"며 "이와 동시에 경쟁사보다 중소형 소비은행이 약하다는 점 또한 과제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한 잠재적인 대출손실 충당금 적립으로 인해 지난 2분기 이익이 73% 급감한 바 있다. 

올 들어 씨티그룹 주가는 36% 하락했으며, 코뱃 CEO가 수장으로 올라선 2012년 이후 주가 상승률도 40%에 그친다. 이는 JP모건체이스(140%)나 뱅크오브아메리카(150%)에 비하면 크게 못미치는 움직임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은행들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씨티그룹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프레이저 대표에게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메이요 애널리스트는 "현 CEO의 성과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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