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日차기총리, 스가 장관 급부상...'막전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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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日차기총리, 스가 장관 급부상...'막전 막후'
  • 라미 일본 통신원
  • 승인 2020.09.11 10:54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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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달 만에 스가장관 지지율 44%포인트 올라
아베 총리와 자민당 내 파벌들의 발 빠른 손익 계산
스가 정권은 아베의 재등장을 위한 징검다리?
밀실 정치와 패거리 정치의 부산물인 스가 대망론 
라미 일본 통신원.
라미 일본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라미 일본 통신원] 일본 자민당의 최대 파벌의 지지를 얻어 차기 유력 총리 후보로 떠오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5일과 6일 일본의 민영방송인 TBS에서 실시한 차기 총리 지지율 조사에서 지지율 48%로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줄곧 1위를 고수해온 이시바 전 자민당 간사장을 누른 것은 물론  불과 한달전 조사에서 스가 장관의 지지율이 4%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44%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이는 일본 정계에선 계파정치가 인정되고, 심하게 표현하면 패거리 정치가 용인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개인의 능력과 지지율보다 집권당의 최대 계파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면  민심도 따라간 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당내에서도 유력 총리로 낙점된 스가 장관은 아베 정권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면서도 자신이 어느 계파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파벌’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또 다른 파벌의 입김에 연연하지 않는 정책과 인물 기용을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장기정권을 목표로 한 발언도 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기반이 약한 스가 씨가 차기 유력 총리 후보가 된 것은 어디까지나 아베 총리와 자민당 유력 파벌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지난 4일과 5일에 걸쳐 실시된 차기 총리 지지율 조사 결과를 전하는 TBS “히루오비” 방송화면. 이 조사에서 스가 관방장관의 지지율은 불과 한 달만에 44%포인트 치솟아 1위에 올랐다. 사진=TBS 화면 캡처.
지난 4일과 5일에 걸쳐 실시된 차기 총리 지지율 조사 결과를 전하는 TBS “히루오비” 방송화면. 이 조사에서 스가 관방장관의 지지율은 불과 한 달만에 44%포인트 치솟아 1위에 올랐다. 사진=TBS 화면 캡처.

차기 총리 스가장관, 계파충돌 피한 최선의 선택?   

현지언론의 보도내용을 종합해보면 아베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이후 스가 관방장관이 차기 총리로 급부상하기까지 총리관저와 자민당 내 분위기는 하루하루가 반전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29일 니시니혼신문에 따르면 아소 부총리는 그동안 아베 총리가 사임을 지속적으로 반대하며 적극적으로 만류해왔었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달 15일 총리관저를 방문해 “(아베 총리가) 지병으로 인해 쉰다고 해도 문제는 없다”며 “쉬는 동안 자신이 직무를 대신할 테니 그만두지 않기를 원한다”고 아베 총리를 설득했다고 현지언론은 보도했다. 그러나 8월28일, 아베 총리는 사임 발표를 강행했다. 

이런 가운데 포스트 아베에 관해서 지난달 29일 데일리 신쵸의 보도에 의하면 그동안 아베 총리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을 강하게 밀어왔는데, 문제는 기시다 의원의 지명도와 인기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고 당내에서도 기시다 의원은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인물로 여겨져 고민이 컸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63세인 기시다 의원이 자민당 총재가 되면 78살인 아소 부총리와 81살인 니카이 간사장에게는 세대교체를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실질적인 자민당 넘버 2인 아소 부총리와 니카이 간사장으로부터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을 피하면서 코로나19라는 국난에서 정책의 계속성이 필요하다는 명분도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인물이 스가 장관이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지지통신의 지난달 31일 아베 총리가 사임 사흘 후 복수의 당내 고위관계자에게 스가 장관이 적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일본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타하라 소이치로 씨에게는 이미 지난 4월에 차기 총리는 스가 장관이라고 확실히 말했었다고 한다.

지난달 31일에 방송된 아사히TV의 와이드 스크램블에 출연한 스마트 뉴스 미디어 연구소의 소장인 세오 마사루 씨는 아베 총리가 사임 표명을 한 직후 교도통신이 실시한 긴급 여론 조사에서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20% 정도 올랐다는 결과가 자민당 안에서 나돌았다고 전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아베가 지병으로 물러난 것에 대한 동정심이 모였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아베 정권의 노선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그렇다면 아베 정권의 노선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따라서 아베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스가 장관을 차기 총리로 해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 사임 발표 직후의 자민당 내 분위기를 전하는 아사히TV “와이드 스크램블” 방송화면. 사진=아사히TV 화면 캡처.
아베 총리 사임 발표 직후의 자민당 내 분위기를 전하는 아사히TV “와이드 스크램블” 방송화면. 사진=아사히TV 화면 캡처.

내년 총선이후...또 아베 총리?   

이런 가운데 석간 후지의 지난 8일 보도에 의하면 이번 아베 총리의 사임으로 세 번째 아베 정권 출범의 가능성은 오히려 커졌을지도 모른다며, 아베 총리의 임기가 1년이 남은 상황에서 임기에 집착하지 않고 깨끗하게 사임을 결정한 것은 틀림없이 “다음으로 연결되는” 행위라고 언급했다. 그와 함께 성급한 판단일지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아베 총리 재집권의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임기 중 사퇴한 아베 총리를 대신해 스가 장관이 총리에 오른 후 내년 총선에서 자민당이 집권할 경우 사퇴한 아베 총리가 다시 총리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다소 허황된 보도로도 보이지만, 석간 후지의 경우, 아베 총리가 코로나 대응에 실패한 이후 일본 대부분의 우익 성향 언론 매체가 아베 총리에게 비판적인 논조로 돌아섰을 때도 석간 후지는 꿋꿋하게(?) 아베를 지지했으며 평소 아베 정권의 의향을 충실히 전달해 온 친아베 언론이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결국 현재 스가 관방 장관이 차기 유력 총리 후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아베 정권을 중심으로 자민당 내 거대 파벌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인 것이다.

지난달 31일 아사히TV의 하토리 신이치의 모닝쇼에 출연한 아베 응원단으로도 유명한 정치 저널리스트인 타자키 시로 씨가 “이시바 시게루 의원은 지방에서는 인기가 있는데 왜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선 인기가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파벌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대답을 했다.

그는 “쉽게 말하면 다른 파벌 의원들과 회식을 갖는 수가 적다. 그리고 자기 파벌의 젊은 의원들이 다른 파벌의 젊은 의원들과의 회식 자리를 주선해도 꼰대(?) 같은 모습을 보여줘서 대화가 좀처럼 달아 오르지 않는다는 평판이 있다. 반면 아베 총리와 스가 관방장관은 이것을 잘한다는 느낌이다 ”라고 평했다.  

아베 총리의 사임설이 흘러 나왔을 때부터, 자민당 내 장관 대기조들은 안절부절 못했다고 한다. 그동안 아베 정권에서의 장관들은 각 부처 관련 전문가가 아닌 자민당 내 연공서열에 의해 배분돼 온 경향이 강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때 일본의 도장, 인장을 지키는 의원 모임의 회장이 IT 장관에 임명된 것이다.

이렇듯 일본의 정치, 특히 아베 정권과 자민당은 정책과 의원들의 능력을 중심으로 국정을 이끄는 것보다 소위 패거리 정치의 논리에 의해 국정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부산물이 차기 유력 총리 후보가 된 스가 관방장관 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가 정권이 아베의 재집권을 위한 징검 다리 역할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파벌들의 입김을 잘 제어해 또 다른 장기정권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라미 일본 통신원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 현재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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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hoya 2020-09-11 12:35:32
역시 보이는것이 다가 아니군요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jive.ek 2020-09-11 12:18:05
그럴수도 있겠네요 스가가 아베 징검다리 역할을 할거라는 걸 생각못했네요 조작은폐의 대가 아베를 깜빡 잊고 있었네요...

Arvo 2020-09-11 20:52:28
예리하게 분석한 기사 잘 읽었습니다.

김지연 2020-09-11 17:13:40
기사 감사합니다

lucky lee 2020-09-11 23:01:17
오늘 여기저기 다른뉴스 보면 동아시아 유일한 민주주의국가로 한국 하나만 소개하던데요.
일본은 중국공산당과 많이 흡사하다고, 자민당 일당독재와 차기 총리가 선출되는양상이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고 고발하고 있더군요. 하긴 부여받아 어쩔수없이 이루어진 민주주의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