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은 상호 의존성 함정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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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은 상호 의존성 함정에서 벗어나야"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12.1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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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로치, 책 'G2 불균형'서 현상 분석·해법 제시

 

21세기의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양대 강국은 당연히 미국과 중국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G2인 것이다. 이념적 경쟁국이었던 이들 나라는 1970년대부터 경제를 바탕삼아 협력해왔다. 이를테면 경쟁적 협력자가 된 것.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스티븐 로치는 두 나라가 현재 상호의존성이라는 함정에 빠져 자국뿐 아니라 세계경제를 불안케 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저서 'G2 불균형'을 통해서다. 그러면서 상호 불균형의 함정에서 벗어나 균형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시급히 찾으라고 주문한다. 최근 나타나기 시작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제 불안은 이미 예고된 사건일 뿐이라는 얘기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1970년대 말부터 세계적 '생산자'와 '소비자'로서 '의존성의 함정'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세계경제의 '가짜 호황'을 만들어왔다. 한 마디로 중국의 수출품으로 미국이 소비 파티를 벌였던 것.

한동안 이 같은 의존성은 경제성장에 집착했던 두 나라로선 상생의 묘약인 듯했다. 성장이 중국에 문화대혁명 이후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면, 미국에는 기존의 정치·경제적 패권을 유지하는 첩경이었다.

미국은 중국의 수출 주도형 생산 모형이 가능하도록 세계 최대의 수요 시장을 만들어줬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중국은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미국 소비자에게 값싼 제품을 대량 제공했다. 그리고 자신의 잉여자본은 저축이 부족한 미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한다.

중국이 이처럼 잉여자본을 미국에 투자했던 데는 그 나름의 속내가 있었다. 잉여자본이 국내에 유입되면 위안화(인민폐) 가치가 상승하면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 자국 통화가치의 급속한 상승을 막기 위해 축적된 외환을 달러로 표시된 자산에 재투자한 것이다.

양국의 불균형 의존성은 치유하기 힘든 불치의 병리 현상으로 굳어지고 만다. 자국 내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상실한 채 극단적 생산과 소비라는 병폐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소비 모형을 과도하게 밀고 나갔고, 그나마 있던 저축금마저 자산과 신용 거품으로 날려버린다. 그래도 중국의 저비용 생산 플랫폼과 값싼 잉여 자본 덕분에 미국은 불안정한 성장 모형을 계속 지탱해나갈 수 있었다. 중국 또한 수출 주도형 성장 모형을 줄기차게 밀어붙인다.

이로 인해 국내 경제에 극심한 불균형이 가속화했고, 막대한 국제수지 흑자로 무역 관련한 국제적 갈등이 심화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 마침내 이 불균형은 2008~2009년에 금융위기와 대침체로 곪아터졌다. 더욱 안타깝게 위기 후에도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만성적 경기 침체로 굳어져가는 추세다.

저자는 지금야말로 그동안의 불균형을 균형화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G2 경제는 자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병리적 의존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중국은 과도한 잉여 저축, 수출과 투자 주도형 성장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내수를 살리는 경제 전략, 즉 세계의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것.

소비자 중심의 경제 구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개인 소득을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늘어난 소득을 중국인이 저축보다는 소비를 많이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발달 단계에 있는 서비스 부문을 발달시키면서 일자리 창출을 모색해야 하며, 퇴직연금과 의료보장 등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여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줄이고 저축보다는 소비를 늘리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은 중국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야 한다. 저축을 장려하는 한편으로 과잉 소비를 근절하고 막대한 재정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 생산자 중심의 경제 전략을 취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수출 증대와 수입 감축이 필수다.

수출 증대에서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경쟁력 강화라고 할 수 있다. 낡은 인프라의 청산과 더불어 교육 수준이 높은 인적 자원의 확보가 절실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 더불어 연방 정부의 예산 적자와 저축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행히도 중국은 최근 지속 불가능한 '제조업 주도 수출 모형'에서 벗어나 '내수 진작과 서비스업 주도의 성장 모형'을 골자로 기초 경제를 안정화하는 새 전략을 채택했다. 성장 모형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이제껏 간과해왔던 질적 성장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 불균형 해소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방향을 새롭게 잡아가고 있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소비 주도형 성장이라는 케케묵은 카드를 움켜쥐고 여전히 헤매고 있다고 저자는 한숨을 짓는다. 중국의 방향 전환은 미국의 성장 모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저축 부족에 시달리는 미국은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전락할 것이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국발 압력이 서서히 미국의 목을 죄고 있다.

 

따라서 미국도 중국처럼 수명이 다한 낡아빠진 성장 논리를 하루바삐 폐기처분하라고 저자는 강력히 권고한다. 저축을 늘리고 자본적 지출과 수출 기반의 경제구조로 전환함으로써 경제 불균형을 해소한다면 지속 가능한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이상 '소비 파티'에 의존할 수는 없다. 허울뿐이던 수출 산업의 내실을 다지고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도 역시 높여야 한다.

 

두 나라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당면 과제를 원만하게 풀려면 자국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미국 정부의 오랜 습성도 타파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또 다른 주문. 한마디로 익숙해진 '책임 회피'에 더이상 매달리지 말라는 뜻이다. 미국 당국은 사상 최악의 실업률과 저조한 저축률 등 자국을 괴롭히는 골칫거리의 원인을 외부에서, 다시 말해 중국에서 찾곤 했는데 이런 자세에서 벗어나야 양국이 건강하고 균형적인 관계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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