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청약 열풍' 카카오게임즈, 이제 성과로 입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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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청약 열풍' 카카오게임즈, 이제 성과로 입증해야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0.09.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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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게임업계에서 올해 최대 관심을 끈 기업은 업계 수위를 다투는 넥슨도, 넷마블도 아닌 카카오게임즈였다.

2년만에 IPO(기업공개) 재도전에 나선다고 할 때부터 카카오게임즈는 투자자들의 많은 기대를 받았다. 2018년 불리한 시장 여건과 회계 감리 문제로 상장을 자진 철회한 카카오게임즈가 언제 상장을 추진하는지에 대한 전망 보도가 올 초부터 잇따랐다. 

기대는 과열로 이어졌다. 카카오게임즈가 공모주 청약을 받은 첫날 16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들었으며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경쟁률은 최종 1524.8대 1의 기록을 수립했다. 웬만한 방송사 오디션 경쟁률을 손쉽게 넘어서는 숫자다. 청약을 통해 모인 증거금만 58조 5500억이 넘는다. 공모주 청약과 관련된 모든 신기록을 수립했다. 

특이한 것은 온라인 게임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20대보다 거액의 청약금은 모두 고령층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공동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에서 70대 이상 투자자의 1인당 청약금액은 3억7000만~3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공모주 청약을 위해 대출 등을 통해 카카오게임즈에 올인한 투자자도 대다수라고 한다.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기대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사실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기업가치가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은 올 초부터 거론됐다. 지난 6월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직접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출연해 회사의 비전과 문화를 설명했을 때 분당 최고 시청률은 6%를 넘어섰고 투자자와 취업준비생들의 호평이 각종 포털에 쏟아졌다. 언택트 시대 최고의 기업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개발에 주력하는 엔씨소프트, 인수합병에 포커스를 둔 넥슨과 달리 퍼블리싱 능력으로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점이 이색적이다. 퍼블리싱을 쉽게 이해하려면 영화의 배급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퍼블리싱은 개발사의 게임 판권을 확보해 게임 런칭과 관련 마케팅, 다양한 연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의미한다. 

당연히 퍼블리싱 능력이 뛰어나려면 게임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탄탄해야 한다. 카카오게임즈의 강점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플랫폼과 DAUM이라는 PC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기에 배틀그라운드, 검은 사막, 가디언테일즈 등의 게임을 제공, 안정적인 매출을 그간 유지해오며 게임업계에서 톱 5를 오르내리는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묻지 마' 기대를 하는 이유는 바로 카카오라는 브랜드 경쟁력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일상에 파고든 카카오톡의 브랜드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카카오게임즈에 대해 20대부터 70대 이상 투자자까지 확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처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달 초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는 58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게임즈 경쟁력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콘텐츠 개발력에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공모주 청약이 또 다른 관심을 받는 이유는 창업자 방시혁 의장이 제작한 BTS라는 글로벌 콘텐츠 개발력이 빅히트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아직까지 독자적으로 개발해서 업계를 평정한 게임을 만들지 못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지향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은 아직까지 카카오게임즈의 플랫폼에서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자체 개발한 게임의 경쟁력이 부족하면 브랜드 경쟁력, 투자자들의 기대는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를 감안한 듯 카카오게임즈는 확보한 자금으로 적극적인 M&A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인수합병이 게임 개발력의 역량을 키우는 핵심 수단은 아니다.

이번 공모주 청약 광풍은 카카오라는 브랜드에 의지한 막연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탓이 크다. 실제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매출액 3910억원, 영업이익 350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전년 대비 모두 줄어든 수치이며 게임업계에서 톱6에 들지 못하는 실적이다. 이제는 카카오게임즈가 말하는 게이미피케이션의 방향성과 역량이 무엇인지 명확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  

퍼블리싱 역량이 강하다는 건 게임 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자사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함께 존재하는 양날의 칼이다.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강력한 플랫폼을 갖췄지만 게임 분야에서 독특한 혁신이나 역량을 카카오게임즈가 선보인 적은 없다. 공모주 청약이 광풍이 아닌 진품임을 카카오게임즈는 이제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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