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이어 유럽까지...디플레 공포에 떠는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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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이어 유럽까지...디플레 공포에 떠는 국가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9.03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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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8월 CPI -0.2%...4년3개월만에 마이너스 영역 진입
부채 비율 높은 이탈리아·스페인에는 '치명적'
달러 약세 따른 유로화 강세 예상에 디플레 압력도 커질 듯
중동국가들도 디플레이션 직면
유로존 8월 CPI 상승률이 -0.2%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됐다. 사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건물. 사진=연합뉴스
유로존 8월 CPI 상승률이 -0.2%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됐다. 사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동 지역에 이어 유럽에서도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도래하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U, 8월 CPI -0.2%...4년3개월만에 마이너스 전환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0.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0.4% 수준이던 물가 상승률은 한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는 지난 2016년 5월 이후 4년3개월만에 마이너스로 접어든 것이다. 

일반적으로 CPI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디플레이션으로 정의한다.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가 임박했거나, 혹은 어려운 경제 상황의 도래가 머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물건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느낄 때, 즉 나중에는 더 적은 돈으로 같은 물건을 살 수 있다고 느낄 때 구매를 지연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이같은 소비 감소는 생산자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져 실업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일반적으로 디플레이션은 더 심각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며 "대부분의 미국의 역사에서 디플레이션 시기는 대개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디플레이션은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들에 있어서는 더 치명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올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경제는 각각 12.5%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이들 국가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이탈리아의 경우 150% 이상, 스페인의 경우 120% 이상으로 매년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더 힐은 "미국 경제학자인 어빙 피셔는 부채가 많은 나라일수록 디플레이션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려줬다"며 "이탈리아와 스페인과  같은 나라들에게는 더욱 가슴 아픈 사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민들은 소비를 늦추고, 이는 한 나라의 명목 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로 연결되는데, 이로 인해 국가의 세금 징수 능력이 떨어지면서 정부의 부채 상환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들의 경우 채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긴축 정책에 나서야 하지만, 이는 디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유로존, 당분간 디플레이션 지속 불가피"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디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을 이끈 원인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독일의 부가가치세 인하, 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 등의 여름 할인행사 연기, 유로화 강세 등을 꼽았다. 

특히 유로화 강세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로화의 강세는 수입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유로화 강세가 가능했던 것은 달러 약세 흐름이 가장 큰 배경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하면서 장기적인 저금리 시대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만큼 달러 약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이에 따른 유로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유럽지역의 디플레이션 또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진 프리다 PIMCO 전략가는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유로화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유로화 강세가 지속되면 디플레이션 흐름의 변화를 예상하기는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적인 완화정책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니얼라 오르도네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지수가 계속 하락한다면 ECB는 유럽 경제를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ECB는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연말까지 1조3500억 유로 규모의 유로존 국채 매입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베렌버그의 플로리안 헨제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ECB는 12월에 자산매입 프로그램 연장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도이체방크 역시 같은 전망을 내놨다.

문제는 유로존의 경제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이미 유로지역 금리는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해있고,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더힐은 "더 나쁜 상황은 유로존이 지난 90년 동안 최악의 경제 불황을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중동 국가들도 디플레이션 직면

중동 지역 또한 디플레이션에 직면한 상황이다.

블룸버그의 글로벌이코노미워치(GEW)에 따르면, 80개국의 물가를 비교한 결과 카타르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의 물가 하락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중동 국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급격한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며 "중동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주택가격 침체 등으로 인해 디플레이션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경우 유가 하락 및 주택시장 침체와 더불어 소비자 수요가 크게 떨어진 상황.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들은 "코로나19는 디플레이션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중동 지역의 물가가 올해 플러스 영역으로 돌아갈 조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히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경우 주택 가격이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 이전까지는 물가지수의 상승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S&P글로벌레이팅스는 "두바이 지역은 주택가격 하락이 2021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디플레이션 해소에 대한 전망은 우호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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