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칼럼] 위기를 건너가는 방법
상태바
[최남수 칼럼] 위기를 건너가는 방법
  •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YTN사장
  • 승인 2020.09.02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방역 전선 무너뜨리는 무모함 '개탄'
'방역'이라는 공동선 훼손하는 것이 현대판 불의(不義)
통합과 협치 통해 국가 운영의 새 틀 만들자
최남수 서정대 교수
최남수 서정대 교수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 YTN 대표이사]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한국과 미국 등 14개국을 상대로 한 코로나19 관련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예상과 다른 내용이 하나 눈에 띄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한국이 81%로 제일 높았다.

14개 나라 중간값인 58%는 물론 강력한 봉쇄조치가 실시됐던 이탈리아(56%)와 상황이 여전히 심각한 미국(67%)보다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최악인 나라보다는 그래도 나은 편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퓨리서치센터는 별다른 해설을 해놓지 않았다. 짐작해보면, 실제 사정과는 별도로 주관적 위기의식이 그만큼 커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이번 조사 결과는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 국민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뀌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의 돌출 행동이 사회 전반에 큰 해악을 가져왔다는 데 있다. 그것도 종교의 이름으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집회 허가에 대한 논란은 부차적이다. 엄중한 시기에 대규모 군중 집회를 한 무모함이 문제의 본질이다.

사망자 당초 우려보다 적은 건 '방역' 덕분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250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84만 명에 이른다.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코비드19의 미래 파도 막기’라는 보고서에서 이런 평가를 했다. 수백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오류였음이 밝혀졌으며 이는 바이러스가 덜 치명적이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는 등 행동을 변화시킨 덕분이라고 진단했다. 행동의 변화! 광화문 집회 등 일부의 일탈은 바로 이에 역행한 것이다.

맥킨지 보고서 얘기를 좀 더 해보려 한다.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이해하고 잘 실행하는 것이 재확산을 막는 핵심임을 강조한다. 맥킨지는 특히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 같이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규제하는 게 첫 번째이다. 다음으로 레스토랑과 노래방 등 집단 감염이 가능한 곳의 수용인원 제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뉴욕 지하철이 한 것처럼 대중교통과 사무실, 교실 등의 공기필터를 고급 제품으로 교체해 공기의 질 관리를 하는 것이다.

2019년의 마지막 달에 시작돼 2020년을 온통 뒤흔들어 놓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이 위기의 터널의 어느 정도 위치를 지나고 있는지, 터널 끝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치료제가 있다고 해도 이는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이지 감염을 막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두말할 나위 없이 백신. 초고속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좋은 백신이 언제 나올지 그리고 모두가 언제 접종을 받을 수 있을지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번 위기를 건너가는 방법에 대해 긴 호흡으로 짚어봐야 한다.

2019년말에 시작된 코로나 19감염 사태는 전세계 2500만명의 확진자와 만명의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19년말에 시작된 코로나 19감염 사태는 전세계 2500만명의 확진자와 84만명의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위기를 건너가는 방법 세가지

첫째,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단기간에 종료되지 않는다. 일상과 경제가 정상화되는 데 적지 않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경제만 해도 2022년이 돼야 2019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감염 수치가 호전되면 조심스럽게 모였다가 나빠지면 다시 흩어지는 일을 되풀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급해하지 않아야 한다.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이뤄질 때까지는 ‘승리’를 선언하거나 긴장을 이완시키는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

대공황 시절 경제가 좋아지는 듯하니까 섣불리 금리를 올려 경기를 악화시킨 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돼야 한다. 재정이나 통화 정책도 과감하게 위기 대응을 해나가되 사태가 길어질 경우에 대비해 ‘총알’을 아끼거나 비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둘째, 개인이든 집단이든 이기적 동기를 자제해야 한다. 사회 전체의 유익을 위한 이타적 시선으로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 마이클 센델 하버드대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샌델의 정의를 적용하면 방역이라는 공동선을 훼손하는 행위는 불의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대변동’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각 개인이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가 먼저 행동하고, 내가 먼저 변화하라’는 것이다. 두 석학의 의견을 종합하면, 공동선을 위해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방역 협조는 물론 정의로운 행위이다.

다음으로 위기에 대한 무감각을 경계해야 한다. 바로 ‘감각의 순응’ 문제이다. 우리는 같은 자극을 계속 받으면 더 큰 자극이 오기 전에는 느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위기가 오래갈수록 불감증에 빠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바이러스 폭풍’의 저자 네이선 울프는 대중이 팬데믹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고 적합하게 해석할 수 있는 ‘위험 판단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무엇보다 대중이 침착성을 유지하며 지침을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정치갈등 자제하고 '경제 구하기' 힘 모아야

현재 우리는 코로나19를 전례 없는 위기라고 얘기하고 있다. 전에 보지 못했던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있는 만큼 대응도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영 간 대립에서 통합과 협치로 국가 운영의 틀을 전환해야 한다.

외환위기라는 국난 앞에 국민과 정치권이 하나가 되었던 것처럼 휴전이든 정전이든 지나친 갈등을 자제하고 ‘국민과 경제 구하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에리히 프롬은 “불건전한 사회는 상호 간에 적의와 불신감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적의가 아니라 통합에 바탕을 둔 사회적 응집력이고 이게 ‘건전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위기를 넘어가기 위한 큰 리더십을 기대해본다.

● 최남수 서정대학교 교수는 한국경제신문, 서울경제신문, SBS 등 언론사에서 경제 전문기자로 일한 뒤 머니투데이방송 대표이사, YTN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SK증권 사외이사, 보험연구원 보험발전분과위원장, 유튜버(‘행복한 100세’) 등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 경제 딱 한 번의 기회가 있다’, ‘교실 밖의 경제학’ 등 저서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