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예의 일본연구] 형사고발된 아베, '건강문제' 때문에 사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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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예의 일본연구] 형사고발된 아베, '건강문제' 때문에 사퇴했을까
  •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30 18: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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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벚꽃놀이문제로 검찰에 고발
지인 특혜제공 의혹 '모리모토∙가케가학원문제'도 대기 중
자민당, 금권선거 개입 의혹도
차기 총리, 아베 측근 Vs. 반 아베 이시바 간사장 대결로 압축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 지난 28일 아베 총리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임의 공식 이유는 ‘건강 이상설’로,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건강 악화가 중요한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사임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급작스러운 사임으로 인한 여론의 비난은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으며, "사임 결정은 지난 24일 홀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역대 최장 총리 기록을 세웠다.  그는 지난 2012년 12월에 제2차 정권 발족 이후 현재까지 약 7년 8개월 동안 재임해 왔다. 자민당 총재로서 본래 재임 기간은 2021년 9월 말까지다. 약 1년을 남겨두고 중도사임의사를 밝혔다. 

공식적으로 사퇴이유는 '건강이상' 때문이지만 일본내 일각에서도 아베의 중도 사임 시점이 아베를 둘려 싼 의혹들과 미묘한 관계에 얽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베는 사임 공식 기자회견 때, 외교∙국가안보∙헌법개정 등 여러 질문에는 답하였으나, 자신을 둘러싼 중요한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끝까지 애매한 태도를 취하였다.

일본 역사상 7년8개월 최장수 기록을 세운 아베 총리가 지난 28일 임기 1년여를 앞두고 전격 사퇴의사를 밝혔다. 사퇴 기자회견으 마친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역사상 7년8개월간 최장수 총리 재임기록을 세운 아베 총리가 지난 28일 임기 1년여를 앞두고 전격 사퇴의사를 밝혔다.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 아베를 둘러싼 의혹… '모리모토∙가케가학원문제' 

아베를 둘러싼 의혹 중 대표적인 것은 모리모토∙가케가학원문제(森友・加計学園の問題)」다. 

'모리모토∙가케가학원문제(森友・加計学園の問題)'는 '모리모토학원문제'∙'가케가학원문제'로 나눌 수 있다. '모리모토 학원문제'는 긴키재무국(近畿財務局)의 토지 매입 가격 문제다. '가케가 학원문제'는 수의학부 신설 인가 문제다.

지난 2016년 6월, 학교법인 모리모토학원에선 오사카에 있는 국유지(國有地)를 상식 이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 토지의 감정가격은 9억 5600만 엔(약 101억원)이었다. 그러나 모리모토학원은 이 국유지를 1억 3,400만 엔(약 11억2000만원)에 구입했다.  8억 2200만 엔(약 90억원)이나 저렴하게 구입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오래전 부터 거액의 가격 인하는에는 아베 총리 부부의 영향력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모리모토학원 이사장 부부와 아베 총리 부인이 친분이 있기 때문이다.

'가케가학원 문제'는 이렇다.  지난 2017년 1월, 학교법인 가케가학원 소속 오카야마 이과대학(岡山理科大, 에히메현에 위치)에 수의학부가 신설되고, ‘국가전략특구(国家戦略特区)’로 선정됐다.

‘국가전략특구’란 세계에서 제일 비즈니스 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규제 완화나 세금 우대를 해주는 규제 개혁 제도다.

일본 정부는 과도한 수의사 증원을 막기 위해, 52년간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카야마 이과대학은 52년만에 수의학부 신설과 더불어 ‘국가전략특구’로 선정되면서 아베 총리가 편의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가케가학원 이사장과 아베 총리는 오랜 친구다. 그리고 수의학부 신설에 관하여 에히메현 직원이 작성한 비망록에 '본건은 수상 안건(本件は首相案件)'이라고 적혀있었다.

또 에히메현에서 제출한 문서에도 지난 2015년 2월 가케가학원 이사장이 수의학부 구상에 관해 이야기했을 때, 아베 총리가 ‘괜찮네(いいね)’라고 한내용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2. 아베를 둘러싼 의혹…벚꽃 놀이 모임 문제
 
현재 실질적으로 아베 총리의 신변에 위협 가하고 있는 것은 '벚꽃 놀이 모임 문제(桜を見る会の問題)'다. 지난 5월 아베 총리는 '벚꽃 놀이 모임'을 둘러싼 ‘공직 선거권 위반’ 등의 문제로 형사 고발된 상태다.

'벚꽃 놀이 모임'은 지난 1952년부터 일본 내각총리대신이 주최하는 공적 모임이다. 왕족과 각국 대사, 국회의원, 각계의 대표자들이 초청된다. 초대자는 각 부처(省庁)로부터 추천받아 내각부에서 선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아베 총리는 세금으로 실시되는 공적 행사(벚꽃 놀이 모임)를 사유화한 것이 문제가 됐으며, 이에 더하여 공직 선거권 위반이 논란되고 있다. '벚꽃 놀이 모임'에 대해선 증폭되고 있는 ‘의혹’을 3가지 포인트로 정리하면 ▲초대자 선정에 있어서 아베 총리가 관여했나? ▲전야제 비용은 기부행위로 적법한가?(공직선거법’에서는 기부행위 금지 조항이 있어 후보자나 의원은, 자신의 선거구의 유권자에게 금전이나 물건을 건네주거나 해서는 안 된다) ▲자격이 없는 부적절한 사람들이 초대되진 않았는가? (아베 정부는 현재 초청명단이 분쇄기로 파쇄했다고 주장하며, 백업 데이터도 복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등이다. 

#3. 아베를 둘러싼 의혹…금권선거 개입? 

현재 전 법무부 장관이자 중의원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씨와 그의 아내이자 참의원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가 총선당시 ‘금권 선거’ 혐의로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4~6월 자민당은 가와이 부부에게 합계 1억 5,000만 엔(약 11억2000만원)을 제공했고, 이 돈이 금권 선거의 밑천이 됐다는 혐의다. 파격적인 자금 제공을 지시한 수뇌부에 대해서도 검찰 측은 조사 예정인데, 칼 끝은 아베 총리를 겨누고 있다. 

검찰청 장관(한국의 검찰총장)임명 문제로 아베 총리의 뒷이야기도 무성하다. 현재 일본의 검찰청 장관은 마쓰모토 미쓰히로(松本光弘)다. 그는 지난 1월에 새로 임명된 인물로 정치색이 없는 중립파로 알려져 있다. 정치적으로 중립파이다보니 고발건과 금권선거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아베 총리에게는 껄끄러운 검찰청 총수인 셈이다. 일본의 검찰청 장관의 임기는 2년이다. 아베 총리는 마쓰모토 장관을 도쿄 올림픽 경비∙테러 총책임자로 임명한 후, 임기가 보장된 검찰청 장관 교체 카드를 만지작 거렸다. 올림픽 개최는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밀어 붙일 생각이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차기 검찰청 장관으로 낙점한 인물은 측근인 나가무라 이타루(中村格)였다. 그러나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검찰청 장관 교체 명분이 사라졌다. 

아베 총리는 검찰 조사 압박이 점점 거세지자, 검찰청 장관 교체를 마지막까지 고심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이상 카드를 꺼내 총리직에서 사퇴하면서 건강이 악화됐음을 전 국민에게 알려 검찰 수사 압박을 조기에 차단하려 한다는 현지 중소 언론과 일본내 1인 미디어의 주장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총리, 친한파(?) 이시바 간사장 가능성은 

아베 총리 사퇴이후 새로운 총리 지명은 내달 중순이 될 전망이다.  29일을 기점으로 현재 3명의 후보자가 포스트 아베(아베 총리의 후임)로 거론되고 있다. 3명의 후보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무조사 회장 등이다. 

아베 총리시절 한일 관계는 '위안부 사죄 문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악화된 상태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인이 납득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을 비판한 인물이다. 하지만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한일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래도 이시바 전 간사장이 총리에 오른다면 한일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총리에 낙마했을때 보단 높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자민당 주류인 아베 총리 세력이 반(反) 아베 세력으로 분류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을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스가 씨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친한파로 알려져 왔다. 일본 정부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고자 할 때 반대한 인물이다. 그러나 아베 사죄상이라 불리는 ‘영원한 속죄’ 동상 건설과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아베 총리를 겨냥한 동상이라면) 국제의례상 용서할 수 없다’, ‘(강제징용 배상 건으로 신일본제철 주식이) 현금화가 실시될 시에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여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스가 장관이 총리에 오르면 현재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한일간 과거 역사 문제 실마리 해결에는 큰 도움이 안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기시다 전 정무 회장은 아베 총리와 정치적 입장이 비슷한 인물이다. 기시다 씨가 정권을 잡는다면 아마도 지금의 한일 관계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아바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보예 일본 칼럼니스트는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박사학위 논문을 집필하면서 일본어 번역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 한일관계와 관련한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 인문학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며, 대중들과 소통해 나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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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2020-08-31 23:17:08
아베가 장염으로 사퇴한 줄 알았는데 법을 위반한 뒷 배경이 있어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