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거품을 조장하는 정책은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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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거품을 조장하는 정책은 毒
  • 한용주 컬럼니스트
  • 승인 2015.12.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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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전매 허용 정책은 투기수요를 유발해 국민에게 고통을 전가할 뿐

 

 

한용주 경제칼럼니스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양적 완화정책이 "판을 바꿀 수 있는 패(a game-changing tool)"는 아니라며 양적 완화가 만병통치약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대침체'(Great Recession)를 해결하기에는 양적 완화보다는 확장 재정정책이 나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연준의 양적완화를 두고 '별로'(Meh)라고 표현했다.

 

7년이 지난 지금에야 와서 그는 “응? 이 산이 아닌가 벼~” 라고 말한다.

 

이는 과거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양적 완화 결정을 두고 '행동하는 용기'라고 평가했었고 일본의 아베노믹스 양적완화를 유럽에서도 본 받아야 한다고도 이야기했던 사람으로서 확연히 달라진 태도변화이다. 미국 벤 버냉키 전 FRB의장이 돈을 천문학적으로 찍어 내는 정책 지휘자였다면 폴 크루그먼은 버냉키를 이론적으로 후원하고 지지했던 대표적인 통화팽창 주의자이다.

 

그는 정부와 월가로부터 인기가 높다. 왜냐하면 정부는 지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월가는 이자가 거의 없는 막대한 자금을 굴릴 수 있는 혜택을 얻기 때문이다. 월가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후원자에게 그 대가로 돈 대포를 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려 7년간 세계 각 국가들은 금리를 낮추고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다. 이렇게 찍어낸 천문학적인 돈이 투자 붐을 일으켰고 투기 열풍을 만들어 냈다. 투기 열풍과 함께 거대한 자산 가격거품이 만들어 졌다.

 

자산 가격거품은 공급을 늘리는 원인이 된다.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하면 수익을 노리고 공급자가 공급을 늘리는 것은 시장의 원리이다. 과잉투자와 투기열풍으로 인해 가격거품이 오랫동안 유지되었고 공급과잉 또한 크게 늘어났다.

 

당연히 투자 붐과 함께 부채가 쌓여갔다. 정부와 기업·가계 모두 막대한 부채를 늘려왔다. 통화팽창 정책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가격거품과 공급과잉 그리고 막대한 부채이다.

 

최근 중국 리커창 총리가 언급한 것처럼 지금 중국경제는 시장에 충분한 돈이 풀려 있지만 실물 경제로 제대로 돈이 돌지 않는다.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마찬가지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통화승수 지표가 계속 낮아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면 돈을 풀어도 실물경제로 돈이 돌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미 부채가 많아 더 이상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진 점이다. 나머지 하나는 공급과잉이 만연되어 투자해서 수익을 얻을 만한 곳이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세계경제는 지금 과도한 부채와 지나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인간 육체에 비교하면 공급과잉은 영양과잉이고 가격거품은 과도한 몸무게이다. 영양과잉이 지속되면 비만과 함께 질병이 찾아 오듯이 공급과잉이 지속되면 실물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신용경색이 찾아 온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살을 빼듯이 건강한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거품을 빼야 한다. 살을 빼지 않으면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결국 가격거품이 빠지면 순자산은 사라지고 부채만 덩 그라니 남게 된다. 금융자산은 쪼그라들고 부동산 경매 물건이 넘치며 깡통전세와 하우스푸어가 양산된다.

 

부동산 가격은 거품발생 기간이 가급적 짧고 바닥권 가격에 오래 머물수록 좋다. 그래야 낮은 가격에서 대출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민의 재정 건전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만약 거품발생 기간이 길면 국민의 대출금액은 커지고 재정적인 압박도 커진다.

 

따라서 한번 발생한 가격거품이 떨어지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통화팽창 정책으로 부양하는 정책은 비만 유지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왜 이런 정책을 채택했을까?

 

첫째, 정책을 실행하기가 손쉽기 때문이다. 통화팽창 정책은 야당의 사전동의가 필요가 없고 정부와 중앙은행이 결정하기만 하면 될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경기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둘째, 인기가 좋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국민과 기업들은 대출금리부담을 줄일 수 있고, 특히 건설업은 미래 주택수요가 앞당겨져서 당장 공급물량을 늘릴 수 있어 반긴다.

 

미국과 일본이 모두 통화팽창 정책을 썼지만 성과는 달랐다. 그 성과는 성장정책이 갈랐다. 제조업 부흥 전략이 미국에선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못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보다 성장정책이 더 중요하다. 각 국가는 차별화된 자국만의 성장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적절한 시점에 단기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산시장의 가격하락을 두려워하여 통화팽창 정책을 쓰는 것은 살을 빼지 않고 비만인 채로 사는 것과 같다. 당장은 가격하락을 방어할 수 있지만 과도한 부채와 공급과잉이라는 질병은 깊어간다. 가격거품을 조장하는 정책은 국가경제에 독이 된다. 특히, 우리 정부가 주택분양권 전매를 허용하여 투기수요를 유발하고 가격거품을 조장한 것은 국민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나쁜 정책이다.

   

한용주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삼성증권 투자권유대행인 ▲삼성생명 종합금융컨설턴트
010-8993-7058 jameshan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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