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배터리데이' 앞둔 테슬라, 또 한번 도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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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배터리데이' 앞둔 테슬라, 또 한번 도약할까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8.27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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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러너 프로젝트' 예상, 배터리 용량 50%↑
내연기관차와 가격 비슷해지는 터닝포인트
100만마일 배터리, 재료 아끼고 에너지 밀도 높여서 가능
기존 음극재 흑연보다 10배 성능 좋은 실리콘
실리콘 나노와이어 기술 가진 앰프리우스와의 협업 예상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가 다음달 22일 '배터리 데이'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일론 머스크 CEO는 차세대 배터리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가 다음달 22일 '배터리 데이'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일론 머스크 CEO는 차세대 배터리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의 목표는 명확하다. 값은 싸면서도 오래가는 고성능 배터리를 대량 양산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셀을 자사 전기차에 탑재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4월 'Autonomy Investor Day'를 개최하고 로보택시, FSD자율주행 칩 등을 선보였다. 그러면서 '100만마일 배터리'를 언급했다. 행사 전후로 배터리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집행하거나 패키징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는 배터리와 파워트레인 투자자의 날을 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마침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가 다음달 22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다. 투자자들만 온라인으로 참여한다.

◆ 로드러너 프로젝트, kWh당 100달러 가능해지나

배터리데이를 앞두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 CEO는 2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아마 3~4년 후 현재보다 50% 더 많은 충전 용량을 갖는 400kWh급 배터리가 출시될 것"이라며 "에너지 밀도를 한층 높인 신형 배터리 개발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테슬라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모델3에 탑재된 260kWh급 배터리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46km 수준이다. 만약 400kWh급 배터리를 장착할 경우에는 주행가능거리가 669km로 크게 늘어난다.

테슬라는 배터리데이에서 '로드러너 프로젝트'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낮은 가격, 긴 주행거리, 향상된 내구도를 갖춘 2차전지 기술에 관련된 프로젝트로 추측된다.

전기차의 가격은 약 4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에 달렸다.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2010년 KWh당 1160달러에서 지난해 156달러로 연평균 18%씩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여전히 내연기관차에 비해 비싸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KWh당 100달러가 돼야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비슷해질 것으로 계산한다. 그 시점이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배터리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의 재료비가 60%를 차지한다. 최근 테슬라는 중국 CATL과 협업을 발표했는데, 비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LFP배터리는 국내 업체들이 주력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폭발 위험이 없어 안전성도 뛰어나다. 테슬라는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오래 탈 수 있는 '100만 마일 배터리'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다소 부족한 주행 성능은 셀 패키징 기술로 최대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LFP배터리는 NCM에 비해 더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큰 공간을 차지하는 단점이 있다. 에너지밀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은 소재, 공정기술, 배합기술 등의 발전으로 가능하다

지난해 5월 테슬라는 미국 배터리 생산업체 맥스웰 테크놀로지를 2억1800만 달러(약2450억 원)에 인수, 배터리 셀 실험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자체 개발 및 생산을 추진해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맥스웰이 가진 '건식 전극 코팅'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기존 습식 방식에 비해 에너지 밀도를 200~250Wh/kg에서 300Wh/kg 까지 더 높일 수 있으며, 또 수명도 2배 정도 늘어난다. 더불어 'Solvent(용매) free' 공정을 통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원가 절감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식 전극 코팅 기술을 2차전지 생산에 적용할 시 생산원가는 10~20%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형 배터리 업계의 평균 가격은 kWh당 156달러였지만, 테슬라의 경우 kWh당 127달러로 추정된다. 만약 건식 전극 코팅 기술이 적용된다면 테슬라는 업계 최초로 kWh당 100달러도 가능해진다는 계산이다. 

한 트위터 유저가 일론 머스크에게 '앰프리우스'라는 기업이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 옆에 이사온 것을 질문했다. 사진=트위터 캡쳐
한 트위터 유저가 일론 머스크에게 '앰프리우스'라는 기업이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 옆에 이사온 것을 질문했다. 사진=트위터 캡쳐

◆ 테슬라 옆으로 이사 온 앰프리우스는 어떤 기업?

100만마일(160만Km)은 사실 일반적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라는 생각이 든다. 통상적으로 차량 구입 후 많이 타면 20만Km 정도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특히 테슬라의 경우 초기 배터리 성능의 80%를 기준으로 하면 최대 80만Km까지는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100만마일 배터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연말부터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로보 택시 서비스'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자동차들은 주행시간보다 주차시간이 훨씬 길다. 테슬라는 여기에 착안했다. 테슬라 차량 소유자가 네트워크에 자신의 차량을 상업용(로보택시)로 등록, 자율주행 기술로 이를 공유해 수입을 올린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100만마일 배터리를 실현하기 위해서 삼성SDI가 최근 발표한 전고체 배터리 같은 차세대 배터리가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되기 위해서는 10년 정도는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그 동안은 리튬 배터리가 여전히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간에 리튬 이온이 이동하며 화학에너지를 변환해 전기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장치다. 충전시 양극에서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 음극은 이 리튬이온을 저장·보관 한다. 그리고 방전시 산화된 리튬이온이 외부 회로를 통해 전류를 흐르게 하며 양극으로 돌아간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는 분리막이 있어 양극과 음극의 물리적 접촉을 막고 폭발을 방지한다. 동시에 작은 구멍으로 리튬이온을 오가게 만든다. 그리고 전해액은 리튬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다.

여기서 잠깐 앞서 말한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그가 말한 400kWh급 배터리는 어느 트위터 유저가 "당신은 과거에 400kW/kg 배터리를 만들면 전기 비행기가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한 것의 대답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상용 전기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400kW/kg 이상이 돼야 한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트위터 유저는 '앰프리우스'라는 기업이 본사를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의 건너편으로 이사했다는 것을 언급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인 앰프리우스는 '실리콘 나노와이어' 기술 특허를 보유한 회사로, 이는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최대 50%의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은 일반적으로 흑연으로 만들어진다. 양극에서 만들어진 리튬이온이 흑연층 사이에 저장되는데, 이때 흑연이 조금씩 팽창되면서 미세하게 부피가 늘어난다. 이게 반복되면 구조에 변화가 생겨 배터리 수명이 감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흑연 음극재의 뒤를 잇는 것이 실리콘이다. 흑연을 이루는 탄소는 6개의 원자에 1개의 리튬이온을 확보하지만 실리콘은 5개 원자에서 리튬이온 22개를 확보할 수 있어 훨씬 효율적이다. 기존 흑연보다 10배 이상의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고 500kWh까지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실리콘은 친환경적이면서도 풍부한 물질로 탄소를 대체할 음극재로 주목 받는다.

실리콘은 리튬이온을 많이 품는 만큼 부피 팽창도 크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많은 배터리 회사들이 흑연 90~95%, 실리콘 5%~10%로 음극을 구성하고 있다.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홈페이지 이미지. 네티즌들은 앰프리우스의 '나노와이어 구조화' 기술을 형상화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런 식으로 힌트를 주는 방식을 종종 사용한다. 사진=홈페이지 캡쳐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홈페이지 이미지. 네티즌들은 앰프리우스의 '나노와이어 구조화' 기술을 형상화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런 식으로 힌트를 주는 방식을 종종 사용한다. 사진=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앰프리우스는 '나노와이어 구조화' 기술을 통해 기존 실리콘 음극재가 갖는 부피 팽창 문제를 해결했다. 심지어 100% 실리콘 음극재다. 주요 항공·우주 회사들이 실사용 중이다. 이런 회사가 테슬라 공장 근처로 이사왔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테슬라-앰프리우스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 트위터 유저의 질문에 호응했지만 협업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접속 홈페이지 배경이 바뀌었다. 많은 네티즌들은 그 배경 이미지가 '실리콘 나노와이어'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정우 연구원은 "테슬라는 로드러너 프로젝트에서 신규 실리콘계 음극재 등 기술을 적용한 'Long-lasting(긴 수명)' 2차전지 기술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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