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반도체 업계, 멈추지않는 '투자확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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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반도체 업계, 멈추지않는 '투자확대' 까닭은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8.24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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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코로나19 특수 누렸던 반도체 시장
공급 과잉으로 하반기 수요·가격 하락세
비중 큰 스마트폰 회복세 돌아서는 연말부터 반등
반도체 업체들은 선제적 투자로 대응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하반기 반도체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이 생각보다 짙을 것이란 전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상반기 급증했던 '비대면 수요'가 하반기에는 꺾이겠지만 낙폭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화웨이 갈등이 더해지며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4분기부터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되면 침체된 반도체 시장도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반도체 업체들은 투자의 고삐를 더욱더 당기는 모양새다.

하반기 반도체 시장은 수요와 가격 하락으로 먹구름이 짙게 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반도체 웨이퍼. 사진=삼성전자 제공
하반기 반도체 시장은 수요와 가격 하락으로 먹구름이 짙게 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반도체 웨이퍼. 사진=삼성전자 제공

◆ 상반기 공급 과잉, 반도체 재고 쌓였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 되면서 수많은 산업들이 난관을 겪었지만 반도체 시장은 달랐다. 온라인 교육이나 재택 근무, 게임과 콘텐트 산업 등 비대면 환경에 의한 수요가 늘면서 서버와 PC용 반도체 주문이 크게 늘었다.

클라우드 산업이 활성화 되면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공룡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증설했다. 덩달아 다른 산업의 공장들이 가동 중단되는 상황을 지켜본 IT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재고를 쌓아두느라 바빴다.

이에 따라 지난 2분기 글로벌 서버 반도체 출하량은 1분기보다 9.7% 상승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이같은 호황을 다시 보기 어려울 듯하다. IT 기업들의 서버용, PC용 반도체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버 제조 업체들의 현재 재고 수준이 7∼8주분이다. 1분기 당시 평균 5주보다 많다. 때문에 하반기 반도체 출하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서버용 반도체 출하량은 2분기에 비해 4.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미국의 화웨이 제재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 상무부는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의 경우 화웨이와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는 3번째 제재안을 발표했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반도체 회사가 해당하는 초고강도 제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IT업체들이 쌓아둔 게 많아 급할게 없다보니 시장이 매수자 우위로 전환 중"이라며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큰 수요처 하나가 없어질 지경이다보니 생산·공급업체 입장에서는 더욱 난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B2B 거래가인 고정가격은 지난달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7월 가격은 3.13달러로 전월보다 5.44% 줄었다. 고정가격의 선행지표이자 단기 시황을 보여주는 현물가는 올해 최고점이었던 4월 3.64달러에서 이달 2.54달러로 30% 가량 하락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메모리 가격 약세 흐름은 예상했다"라며 "그런데 하락의 깊이와 폭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층 커질 수도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달을 포함한 3분기 하락세는 가속화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 모바일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3∼8%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3분기 실적 전망을 당초보다 하향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공급사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이 발표한 3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시장 예상치인 44억 달러를 하회하는 38억 달러다.

미국의 D램 업체 마이크론은 당초 9∼11월 매출 예상치를 55억 달러로 잡았다가 최근 진행한 투자행사에서 이를 밑돌 것이라고 고백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의 7월 매출역시 화웨이의 거래 물량 감소로 전월 대비 12.3% 줄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스마트폰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4분기부터 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스마트폰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4분기부터 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 연말께 반등 예상, 선제적 대응 투자 나서는 반도체 업체들

다만 4분기 후반에서 내년 1분기 쯤부터 다시 회복세로 돌아간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비중은 스마트폰이 34%를 차지할 만큼 가장 크다. 그런데 상반기 침체됐던 스마트폰 수요가 4분기쯤부터 살아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최근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갤럭시노트20 울트라'가 출시됐다. 또 가을 쯤에는 애플이 첫 5G폰인 아이폰12를 내놓는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5G폰 시장 규모는 2억 3440만대로 전년 대비 12배 커진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15% 수준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업체들의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면서 하반기 모바일D램 수요는 증가세로 전환될 것"이라며 "전체 D램 수요 반등은 4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장 눈 앞에선 반도체 가격 하락이 벌어지고 있지만, 미래 수요 확대 가능성으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시장이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선제적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14조 7000억원을 투자했던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9월부터 평택에 신규 반도체 공장(P3) 착공에 돌입, 최첨단 공정인 EUV(극자외선) 라인을 갖출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를 혼용으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9월부터 경기도 평택에 신규반도체 공장(P3) 착공에 돌입한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9월부터 경기도 평택에 신규반도체 공장(P3) 착공에 돌입한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또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장비업체에 대한 투자도 집행한다. 반도체 제조과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의 원재료인 블랭크 마스크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에스앤에스텍에 659억원, 반도체 검사 장비 제조업체 와이아이케이에 473억원을 투자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근 행보 중 절반 가량이 반도체와 관련돼 있다"면서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대외에 공개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의 M16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연내나 내년 초부터는 클린룸(천장과 바닥에 필터를 설치하고 미세입자를 제거하는 공간)을 구축하고 장비 반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메모리반도체 10나노 초반대 D램이 생산될 예정이다.

대만의 TSMC는 5G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채용 규모를 2배 수준으로 늘린 8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상반기에만 지난해와 비슷한 5000명 가량을 고용한 상황이다. 또 TSMC는 1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5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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