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 칼럼] 전월세 전환율, 낮추는 게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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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진 칼럼] 전월세 전환율, 낮추는 게 정답일까?
  •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 승인 2020.08.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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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픽스 금리, MB때 급조...시장금리와 괴리돼 '유명무실'
전월세 전환율, 정부는 최고율만 높게 정하고 당사자 자율에 맡겨야
다만, 법적 처벌 강화해 최고율 어길 경우 엄벌해야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잣대는 코픽스(COFIX, cost of fund index)다. 코픽스는 CD, 금융채, 표지어음, 정기예금과 환매조건부채권 매매거래(RP)의 금리를 종합한, 은행들의 ‘평균 조달금리(평균비용)’다.

시장금리와 따로 노는 '코픽스' 

올해 들어 코픽스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소폭 인상했다. 코픽스와 대출금리가 다르게 움직인 것이 이상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잘못되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역설적으로 코픽스는, 지금처럼 대출의 기준잣대와 실제 대출금리가 따로 노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코픽스는 실패작이다. 10년 전 회사채 등 시장금리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도 당시 대출의 기준잣대였던 CD 금리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때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을 낮춰주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불호령에 따라 CD금리를 대체하기 위해 급조된 것이 코픽스다. 한동안은 코픽스가 잘 작동하는 듯 했다.

그러나 코픽스는 엉터리 잣대다.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평균비용(원가)이 아닌 한계비용(시장가격)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고시하는 외환매매율을 보라. 시시각각 변하는 외환매매율은 해당 은행의 평균 매입환율(원가)과는 무관하다. 현재의 시장환율에 민감하게 연동되어 움직인다.

대출금리도 마찬가지다. 대출금리를 결정할 때는 임대료나 인건비 등의 조달비용이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한계비용 즉, 현재의 시장금리 수준에 연동되는 것이 상식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활용되는 LIBOR나 EURIBOR 등이 바로 그런 예다.

결국 2010년 2월 이명박 정부가 탄생시킨 코픽스는 경제학의 기본과 외국의 사례를 무시한, 대한민국 공무원의 실수이자 폭거다. 제대로 된 은행이라면, 대출금리를 정할 때 코픽스를 잊어야 한다. 코픽스와 대출금리가 따로 노는 것은, 이상한 일도, 잘못된 일도 아닌, 당연한 일이다(코픽스가 경제학의 ABC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지적한 국내 경제학자가 없는데, 그것이야말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한국감정원과 서울시는 매달 전월세전환율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전월세전환율을 현행 4%에서 2.5%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감정원과 서울시는 매달 전월세전환율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전월세전환율을 현행 4%에서 2.5%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월세 전환율, 안지키면 어떻게 할건가

비슷한 일이 지금 재발하고 있다. 전셋값 안정대책의 하나로서 정부는 전월세 전환율을 4%에서 2.5%로 인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법정 전월세 전환율이라는 기준잣대와 현실이 따로 노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자명하다. 있으나마나한, 엉터리 관급품이 늘어나는 것이다.

임대인에 비해서 임차인은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고, 국가는 임차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전월세 전환율은 그 보호 장치의 하나다. 그런데 전월세 전환율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법정 최고금리나 법정 최저임금처럼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자제한법(제8조)에는 “최고이자율을 초과하여 이자를 받은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다. 최저임금법(제28조)에도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을 낮춘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벌금형에 징역형까지 추가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벌칙이다.

거기에 비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제7조의2)에는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 단위의 차임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전월세 전환율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는 선언적 규정 밖에 없다. 벌칙은 없다. 지금까지 전월세 전환율의 상한선인 4%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정부가 법정 상한선을 설정해 놓고, 문제가 생기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민사소송으로 해결토록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가 임차인 보호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여당 일각에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태료는 형벌이 아니다. 법정 최고이자율을 위반한 경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솜방망이다.

그렇다고 처벌만 강화할 수도 없다. 무턱대고 처벌을 강화하면, 전과자만 늘어난다. 결국 전월세 전환율의 최고 상한을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거기부터 경제학자들의 역할이 시작된다.

법정 최고이자율이 시장금리 아니듯, 전월세 전환율도 시장 전환율 아냐

법정 최고이자율은 시장금리가 아니다. 그보다는 상당히 높다. 법정 전월세 전환율도 마찬가지다. 현존하는 평균 전환율보다는 상당히 높아야 한다. 또한 정부가 법정 전월세 전환율로써 모든 임대차 계약을 구속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법정 최고이자율로써 시장금리를 조절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법정 최고이자율만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초까지는 정부가 금융기관별, 만기별 여수신 최고금리까지 정했다(Regulation Q). 그래서 원소주기율표와 같이 복잡하고 큼직한 금리표가 있었다. 거기에는 부작용이 컸다. 채권유통시장이 존재하지 않고, 사채시장만 있었다. 사람들이 제도권 금융시장을 뛰쳐나간 것이다.

그 부작용을 깨닫고 취한 조치가 바로 김영삼 정부의 금리자유화다. 지금은 복잡한 금리표를 철폐하고, 법정 최고이자율 하나만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훨씬 잘 돌아간다.

전월세 전환율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최고 수준만 정해 두고, 지역별, 층별, 주택 형태별 전월세 전환율은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법정 최고수준이 현재의 4%보다는 충분히 더 높아야 할 것이다.

코픽스는 정부의 주도로 만들어졌지만, 은행의 대출 금리는 이와 따로 움직인다. 전월세 전환율도 그런 엉터리 관급품으로 만들 것인가?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정부 주도로 법정 전월세 전환율을 낮췄는데, 현실이 이와 따로 움직인다면 모두의 불행이다.

요컨대, 전월세 전환율의 법정 최고한도는 높이되, 벌칙은 강화하는 것이 정답이다.

<사족>
서양에서는 이자제한법을 피에타법(Pieta Act)이라고 불렀다. ‘가난한(불쌍한) 사람을 위한 법’이라는 뜻이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피에타)을 보호하겠다는 그 법이, 최고이자율은 시장금리보다 훨씬 높게 정하고 있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한, 불가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전월세 전환율도 마찬가지다. 이 땅의 피에타 즉, 임차인을 보호하는 현실적인 전환율이 모색되어야 한다. 현직 국회의원까지 “나는 임차인입니다”고 호소하는 세상 아닌가!

●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은 한국은행에서 36년째 근무하고 있는 금융전문가다. 한국은행 조사부, 자금부, 금융시장국 등 정책관련 부서를 거쳤고 워싱턴사무소장, 인재개발원장, 금융결제국장, 부산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비서실과 미주개발은행(IDB) 등에서도 근무했다. '애고니스트의 중앙은행론', '숫자 없는 경제학', '금융오디세이', '중앙은행 별곡', '법으로 본 한국은행'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금융 에세이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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