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수 없는 너의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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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수 없는 너의 귀여움
  • 지예
  • 승인 2015.12.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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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당신의 '귀여움'을 연구해 보라

 

어릴 적 나를 떠올려보자면- 절로 아찔해진다. 그럴 수 밖에 없는 날카롭고 어지러운 기억들. 그렇게 만들었던 건 어쩌면 아찔했던 옷차림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생김새가 어떠한 지, 어떤 향기가 잘 어울리는 지, 내 말투가 남들에게 어때 보이는 지… 모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나는 섹시해 보이고 싶었다. 섹시함은 강력한 무기였다.

그 어떤 아름다움보다도 시선을 끌기에 좋았으며 인상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아찔한 옷차림을 즐겨하고 그것이 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된데에는 약간의 이유가 있었다. 원래 타인의 주목을 받기 좋아하는 관심병 DNA를 타고났기도 했지만, 또 하나는 어릴 적 내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 유난히 키가 작은 데다가 너무 마른 편이었기에 늘 가족들의 걱정을 샀다. 그 뿐인가, 2차 성징도 남들보다 아주 늦게 찾아왔었다. 그래서 여중에 다닐 시절, 나는 아이들이 체육 시간마다 겪는다는 그 생리통의 아픔이 무엇인지가 세상에서 제일 궁금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나는 빠르게 여자로 변해갔다. 내가 진학했던 고등학교는 남녀공학이었다. 나는 이전까지 받아보지 못한 관심을 받았다. 학교의 선배 오빠들, 넘어서 동네의 몇몇 오빠들에게 내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미니홈피 평균 방문자수가 300-500을 넘나들었다. 또래의 친구들도 아닌, 나보다 ‘어른’인 사람들이 날 여자로 본다는 건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다!

난 그래서 어쩌면 더 섹시해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성으로부터 받은 첫 관심이 단지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만은 아니었음을 깨달았으므로. 지금의 나는 20대 중후반이 되었다. 한달이 지나면 후반이 된다.

지금의 나는 섹시해보이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드러나야만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저 향기가 없이 즉흥적으로 보여지기만 하는 섹시함은 마치 총알과 같다.

그것은 분명 파괴력이 있으며 누군가의 이성을 흐트려버릴 수 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아주 적막하게, 그러나 힘있게 묻어나는 섹시함은 총알 한 방이 아닌, 잘 짜여진 군대와 같은 것이다. 그것의지속력은 굉장하다! 누군가의 이성을 흐트려버리는 것 이상이다.

그런데 섹시함을 넘어서는 아주 굉장한 매력은 사실 다른 것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그 저력에 대해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매력, 그것은 바로 귀여움이다!

딱 요지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섹시한 남자(혹은 여자)는 한번 잠자리를 가지면 그에 대한 환상이 시들해질 수 있으며, 예쁜(혹은 잘생긴) 여자(혹은 남자)는 내가 소유했다는 생각이 들면 어느 순간 소홀해질 수 있으나, 귀여운 남자(혹은 여자)는 지속적으로 사랑을 주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귀여움이란, 곧 사랑스러운 매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가장 본능적인 욕구이기도 하다!

인간은 누구나 모성애 혹은 부성애를 가진다. 종족 번식에 대한 욕구를 가진 우리 인간들 몸 속 유전자에 당연히 지니고 나오는 게 바로 ‘2세’, ‘종족’, 또는 ‘새끼’에 대한 연민이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이 감정을 온전히 ‘자식’에게만 느끼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 누군가는 귀여운 연하남에게 끌리고, 강인하다가도 어느 순간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남자에게도 그러한 연민을,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부성애가 많아져서 어린 여자에게 끌려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종족 번식을 하지 못할 만큼 늙은 후에도 이러한 연민은 당연히 발동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러한 종족 번식 욕구에 작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음, 그건 알겠다만 그래도 왜 귀여움이 최고냐고? 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매력들(돈 많음, 나이 어림, 힘 셈, 공부 잘함 등)중에 ‘아름다움’과 ‘섹시함’두 가지만 예를 들어 비교해보자. 아름다움이나 섹시함은 약간 위험해서 잘못 사용하다가는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다. 아름다움이나 섹시함은 어쨌든 상대방에게 환상을 심어주어야 한다. 어릴적 내 친구는 어떤 미녀 연예인에 대해 화장실도 안갈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세기의 유혹자 중에 한 명인 클레오파트라는(대단한 절세 미녀는 아니라하지만 어쨌든) 상대방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기술로 마치 자신을 여신인 듯 느끼게 만들었다. 그러니 섹시하거나 아름다운 여인에게 있어서 약간의 실수나 단점은 조금 위험한 것일 지도. 물론 이렇듯 완벽한 여인에게 그런 실수나 단점은 때로는 약간의 빈틈으로 비춰져서 그녀를 상당히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하기도 한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녀(혹은 그)에게 파고들어갈 수 있게 공간을 내어준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 소설가 박범신 선생님은 관능이란 빈틈이 있어야 한다고 하신 적도 있다. 하지만 이게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실수일 경우는 그 신비로운 매력이 반감되기도 한다. 그러니 치밀한 사람이 아니라면 아름다움과 섹시함은 내세우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게다가 그것들은 초반부터 너무 몰아치는 매력들이라 앞으로 그이상 무엇을 보여줄 지 고민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귀여움은 어떠한가? 실수를 해도 그게 귀엽다. 상대방이 귀여워한다고 해서 당신이 주도권을 뺏기거나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받는 것이다. 그(혹은 그녀)는 당신에게 무언가를 더욱 해주고만 싶어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시작이다!

얼마 전, 어느 티비 프로그램에 개그우먼 안영미 씨가 나왔다. 출연진들은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의 한 마디에 여자 방청객들은 부러운듯한 야유를 보냈다.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 말은 정말로 사랑이었다!

물론, 아름다운 여인이 귀여울 경우는 금상첨화다. 귀여움은 소유욕까지 동반하게 한다. 때때로 귀여움은 상대방의 평범한 외모를 빛나보이게 까지 한다. 이것이야말로 대단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만일 이러한 귀여운 사람이 무언가 잘못을 했을 때, 사람들은 그들만의 주관적인 잣대로 사람을 평가한다. (특히 연예인들의 경우에.) 귀여움은 용서를 구하기 쉽다. 귀여움은 사람을 녹아내리게 만든다. 게다가 이 귀여운 매력은 다른 어떤 매력을 보태기도 정말 쉽다. 마치 커피와 같아서 처음에는 그 매력이 지나고 지나야 알게 되며, 여러가지 음료와도 잘 어울려진다. 우유면 우유, 아이스크림이면 아이스크림, 때로는 위스키와도. 부성애와 모성애를 자극하는 귀여움이 아니던가! ‘내 사람’, ‘내 것’이라는 소유욕을 자극하는 것이 귀여움이니, 당연히 다른 그 어떠한 사람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귀여운 누군가를 위하여, 행동하고 움직이게 만든다. 귀여움이야말로 최고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을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으로 분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람은 과연 그 사람이 매력이 있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으면 지루한 사람인가 하는 것으로 분류해야 하는 것이다.” - 오스카 와일드

작년 크리스마스를 방콕에서 남자친구와 보냈다. 방콕 시내 어느 클럽에 있는데, 어떤 서양 모델 남자가 내 남자친구에게 담뱃불을 빌리며 영어로 하소연을 했다.

“얘네들이 나보고 귀엽다는 데 어떻게 생각해?”

그 남자에게는 동료로 보이는 여자 모델들 무리가 있었다. 내 남자친구는 담뱃불을 붙여주며 말했다.

“남자에게 귀엽다는 말은 그다지 칭찬이 아니지.”

그러자 그의 여자 모델 무리들이 나에게 동의하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그녀들의 말에 편을 들어주었다.

“영어에서 남자에게 ‘cute’라는 표현은 여러가지 좋은 의미를 가지지! 잘생기거나 섹시하거나 쿨하거나 귀엽거나 혹은 그것 모두이거나!”

여자 모델들은 그 남자 모델에게 ‘봤지?’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그 남자 모델에게 한 마디 덧붙였다.

“So, You are so Cute!”

▲ (어린 시절의 맥컬리 컬킨 / 영화 <나홀로 집에(1990)> 중에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당신이 가진 ‘귀여움’에 대하여 잘 연구해보길 바란다. 물론 현재의 당신은 귀여움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일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이 귀여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탓일지도. 귀여움에도 꽤나 많은 종류가 있다. 사악한 귀여움, 천진난만한 귀여움, 뻔뻔한 귀여움, 아저씨 같은 귀여움, 내성적인 귀여움, 곰같은 귀여움 등… 누구에게나 귀여웠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받아야 할 지금, 그 기억들을 꺼내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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