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재 칼럼] '헥시트' 자본 붙잡아 서울로 끌고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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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칼럼] '헥시트' 자본 붙잡아 서울로 끌고오기
  •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
  • 승인 2020.08.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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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자본 탈출...서울로 오게할 방법 없을까 고민해야
현 우리여건은 규제와 감독, 노동시장 경직 고급인력 부족
금융산업 환경 바뀌기위한 대국민 설득부터 시작하자
박민재 변호사
박민재 변호사

[박민재 대륙아주 변호사] 아편전쟁에 패배한 청나라가 영국에 할양했던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여러 가지 우려와 방안이 제기됐다. 이데올로기에 갇히지 않고, 실리를 추구하던 덩샤오핑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홍콩이 자본주의를 계속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 홍콩에 대해 일국양제(一國兩制: One country, Two systems)를 제안했다. 

덩샤오핑의 뜻대로 중국은 홍콩기본법에 ‘홍콩은 사회주의 제도와 정책을 시행하지 아니하며, 원래의 자본주의 제도와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50년동안 변동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이로써 홍콩은 중국의 일부이지만 중국의 사회주의를 따르지 않게 됐다. 또한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  홍콩에 대해 관세,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 특별대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덕분에 홍콩은 1997년 중국 반환 이후 최근까지 ‘아시아 금융의 허브’라는 타이틀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2019년 5월 홍콩보안법을 제정, 홍콩 자치권을 인정하던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무너뜨려 버렸다. 이에 미국은 2019년 11월 홍콩인권법을 제정,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검증한 후 관세, 투자, 무역, 비자 발급에 대한 특별한 지위를 계속 부여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한을 가했다. 이렇게 홍콩의 정치·경제 상황이 급변하자, 낮은 세율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등 홍콩의 금융친화적 환경이 사라지고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장점이 퇴색하는 것을 우려한 자본과 인력이 대거 홍콩을 탈출하는 '헥시트(Hongkong + Exit)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일본, 베이징, 상하이, 서울 등 아시아의 주요 도시들은 홍콩 자본에 군침을 흘리고 있으나, 홍콩을 빠져나간 자본은 대체로 싱가포르로 몰리고 있다. 싱가포르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싱가포르 시내 중심가 전경. 사진= 연합뉴스
싱가포르 시내 중심가 전경. 사진= 연합뉴스

헥시트 빨아들이는 싱가포르의 매력은 

싱가포르는 영어를 사용하며 관세가 없고, 법인세율이 낮다. 각종 규제와 외국인 투자 관련 제도를 개선해 편리한 사회간접자본을 가진 친기업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교육 및 의료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으며, 정치적으로도 안정됐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에는 뉴욕, 런던과 함께 3대 국제 상품 선물거래소가 있으며 중계무역의 중심지이며, 아시아 태평양 '물류'의 허브이기도 하다.

싱가포르가 이렇게 압도적인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왜 다른 도시들도 경쟁적으로 헥시트를 붙잡으려고 하는 걸까? 금융산업은 고정투자비가 많이 들지 않은 반면, 그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여러 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효과, 즉 전방연관효과도 크다. 실제 금융허브를 통해 금융이 발전한 국가의 경우 금융과 실물경제가 상호견인차 역할을 해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발전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경제 선진국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러 도시들이 홍콩자본에 목메는 이유가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수출입중심의 경제구조로 경제성장을 이룩해왔다. 2018년 대외거래 비중이 30.2%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 제조업의 괄목할만한 성장,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 저하 등 전통적인 수출입중심의 경제구조로는 더 이상 '한강의 기적‘을 유지하기 어렵다. 스스로 몸집을 더 키우고 기본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기본체력은 어떻게 길러져야 할까?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부가가치율은 43.2%이나 금융산업은 59.4%다. 금융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로부터 유발되는 부가가치 비중을 나타내는 부가가치유발계수는 1.413(2018년 기준)으로 타 산업에 비해 높다. 

또 국산품 수요가 10억원 발생할 경우 전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전업 환산 임금 근로자 수를 나태내는 고용유발계수도 2018년에는 전 산업과 금융산업 모두 7.4이다. 금융산업은 침체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렇듯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금융산업이  우리나라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6.4%, 2013년 5.1%, 2014년 5.1%, 2015년 5.0%, 2016년 4.9%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8년 5.28%으로 상승했다. 이에 비해 2013년 기준, 싱가포르는 11.9%, 영국은 6.6%, 미국은 6.5%로  우리나라에 비해 높다.

헥시트를 붙잡아 금융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과거 홍콩이 가졌던 특·장점을 살펴보자.

홍콩은 영어 사용, 인적 자원 , 정보이용의 자유, 효율적인 인프라, 착한 정부 역할(good government), 경제적 자유, 사회의 안정성, 법치주의, 낮은 세율과 낮은 수준의 규제(light –touch regulation), 외국기관의 내국민 대우 원칙, 국제적 결제 및 거래시스템과의 연계 구축이라는 장점(“Hong Kong’s Dimming Light Poses an Urgent Question” Bloomberg, 2019년 12월2일자 보도)등을 가지고 오랫동안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서울은 왜 아시아 금융허브가 못되나

다음으로 우리나라, 서울의 현주소를 확인해보자.

2019년 WEF(World Economic Forum:: 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종합순위에서는 평가대상 141개국 중 13위로 2018년 대비 2단계 상승했다. 1위는 싱가포르이고 미국, 홍콩, 네덜란드가 2, 3, 4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위 스위스, 일본, 독일, 스웨덴, 영국, 덴마크, 대만등이 잇고있다. 각 부문별로 보면, 우리나라는 생산물 시장서 59위, 노동시장 51위, 금융시스템은 18위이다. 정리해고비용, 고용 및 해고관행, 노사관계에 있어서의 협력, 외국인노동자의 고용 용이성, 은행의 규제자본 비율은 141개국 중 100위권 밖에 있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자료=기획재정부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자료=기획재정부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자료= 기획재정부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자료= 기획재정부


또한 영국컨설팅 그룹 지옌이 올해 3월 발표한 세계 각 도시의 금융경쟁력 순위(GFCI, 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에서도 서울은  33위다. 1위는 뉴욕, 2위는 런던, 3위는 도쿄이고 상하이와 싱가포르, 홍콩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2003년부터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 그리고 2008년부터 추진해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을 추진해온 성적표치고는 초라하다.

한국은 첨단 인터넷, 고학력의 노동력, 편리한 교통, 기본적인 인프라, 그리고 문화· 체육계에서 시작된 한류열풍 등 장점을 갖고 있는 나라다. 그러나 규제와 감독은 경직되고 중복되어 있다.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은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 노동시장도 경직되어 있다.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지 못하고, 금융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법인세 및 소득세도 높은 편이다. 홍콩 자본의 눈길을 끌 매력이 전혀 없다.

금융산업의 기업환경부터 바꿔보자

GFCI의 세부지표 평가기준은 기업환경(Business Environment), 인적 자본(Human Capital), 인프라(Infrastructure), 금융부문의 발전(Financial Sector Development), 평판(Reputational& General) 등인데, 단기간에 비교적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분야는 기업환경이다.

금융규제 및 감독체계를 글로벌화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되어 있고 업종별로 구분된 현행 감독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외국환 거래 자유화 확대 및 원화의 국제화도 함께 해야 한다. 금융부문 및 금융중심지에 대한 조세 인센티브도 적극 추진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OECD국가들은 법인세 인하로 국내기업의 해외이탈을 막고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인해 경제성장을 꾀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이러한 추세에 역행, 2017년말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 OECD 평균(21.9%)보다 높아졌고, OECD 35개국 중 8번째로 세율이 높은 나라가 되었다. 우리의 잠재적 경쟁자인 대만은 17%, 싱가포르 17%, 홍콩 16.5%, 태국 20%, 일본 23.2%, 중국 25%이다. 대부분 우리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한 OECD 대부분의 국가들은 단일세율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법인세의 과세표준 구간을 2단계로 유지하다가 2013년 3단계, 2018년 4단계(3천억원 초과)로 확대했다. 2단계의 세율구조를 가진 국가들 대부분은 중소기업 등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 위해 구간을 추가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기 위해 구간을 추가한 것이다. 홍콩 기업을 불러들이기는커녕, 오히려 국내 기업이 떠날 판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는 관련정책에 홍콩 기업을 유인할 수 있는 조세 인센티브나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기업을 위해 해고를 어렵게 하는 노동법도 개정하겠다고 나선 독일의 결단을 본받을 수 없을까? 우리의 경쟁자인 싱가포르 수준으로 법인세를 낮출 수는 없을까? 콩 한 쪽에 대한 내 몫을 확보하기 위해 여기 저기 규제의 압정을 박기보다는, 모두 다 같이 힘을 합쳐 콩 한알 그대로 뻥튀기하면 안될까?

파이를 키워서 배분하면 정부를 비롯한 경제 주체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규제의 장벽 앞에서 불가능하다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국민, 기업, 근로자, 국회에 진지하게 설명하고 높은 장벽을 조금씩 낮추는 노력을 진행해보자.

“금융기업에 대한 특혜다”라는 식의 추상적인 단문으로 날카로운 감정을 자극하는 대신, 체계적인 논리와 구체적인 설명으로 국민들의 합리적인 이성에 호소해보자. 헥시트 자본을 붙잡아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만들려면 먼저 우리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외국 사람, 외국자본도 설득할 수 있지 않겠는가.

● 박민재 변호사는 외환은행 행원과 중앙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등을 역임하고, ㈜강원랜드의 준법지원인 겸 법무실장으로 재직한 뒤,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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