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기아차 노조 대법서 승소…'신의칙 기준 마련해야'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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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기아차 노조 대법서 승소…'신의칙 기준 마련해야' 비판도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8.20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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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 결론
사측 '신의칙 위배'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아
아시아나·쌍용·GM의 통상임금 소송은 사측 인정
소송 중인 만도·현대중공업·금호타이어 등 촉각
20일 기아차 노조원들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연합뉴스
20일 기아차 노조원들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미지급 임금을 달라며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사측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이 9년 만에 노조 일부 승소로 결론이 났다.

사측은 회사 경영에 있어 중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기 때문에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앞서 비슷한 재판에서 법원이 사측의 손을 들어 준 바 있어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기준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현재 다른 기업들도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으로 마찬가지로 신의칙 적용 여부가 주요 쟁점이다. 때문에 이번 재판 결과에 재계의 많은 눈이 집중됐다.

20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기아차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근무시간 중 10~15분의 휴게시간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고, 토요일 근무 역시 휴일 근무가 맞다는 원심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일비, 중식비, 가족수당 등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1,2심의 판결도 재확인했다.

재판의 관건은 '신의칙(민법 2조 1항,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고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행동하여야 하며 형평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측은 노조의 주장대로 했을때 회사의 경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야기된다고 보지 않은 것이다.

이날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및 통상임금 신의칙 항변의 인용 여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청구로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당시에도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비용이 추가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해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한 바 있다.

2011년 10월 기아차 노동자 2만7400여 명은 연 700% 정도의 정기상여금, 중식비, 일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야간 및 휴일 근로수당, 연차수당, 퇴직금을 정해야한다며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한 금액은 임금 차액 6588억 원과 이자 4338억 원을 더한 1조926억원이다. 이는 소송을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임금 채권 청구 소멸 시효 전의 3년치 임금이다.

1심은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청구 금액 중 4223억 원(원금 3126억 원, 이자 1097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1심에서 중식비와 가족수당이 일률성이 없다며 통상임금은 아니라고 보고 원금에서 1억 원을 제한 금액으로 판결했다.

이후 노조와 사측은 합의 등을 통해 많은 원고들이 소를 취하했다. 당시 사측은 근로자 1인당 평균 1900만원을 지급했다. 이번 상고심에는 소를 취하하지 않은 약 3500명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노조에 지급해야할 금액은 500억원 중반대다.

이날 승소 후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2심 판결 당시 인용된 금액이 4200여 억원이었는데 1심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명백하게 인정했던 것"이라며 "휴게 시간이나 휴무일인 토요일을 (쉬는 시간이나 휴일로)인정하지 않는 회사가 많기 때문에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계는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현대중공업, 만도, 금호타이어 등이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신의칙 적용 여부가 주요 쟁점이기 때문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예측치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논평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쌍용자동차, 한국GM 통상임금 소송에서 경우 법원은 신의칙 원칙을 적용해 사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때문에 '기업 경영의 어려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마련돼야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회사를 경영하면서 리스크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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