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요트원정대, 그들은 왜 바다로 나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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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요트원정대, 그들은 왜 바다로 나갔을까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19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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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원정대, 연예인들이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간다는 새로운 시도
그들이 왜 요트를 타고 바다를 항해했을까가 의문으로 남는 첫 방송
대중이 왜 시청해야 할지 그 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휴머니즘적 태도를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겠다는 의도입니다. 제작자의 뜻과 다른 '오진'같은 비평일 때도 있을 것이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연예인들의 체험 프로그램이 신기했던 시절이 있다. 화면으로만 볼 수 있었던 스타가 세상에 내려와서는 일반인처럼 일하고 돈도 버는 그런 프로그램 말이다. 이후에는 연예인의 생활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싱글 라이프를 보여준다거나 현실 육아를 보여주는 프로그램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연예인일 때 모습과는 다른 현실 생활인의 모습이 대중에게 눈길을 끌었다. 그런 방송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어 인기를 끈 연예인들도 생겼다. 그래서 진정성 논란과 설정 논란이 있곤 했다. 평소 모습이 아닌 의도된 모습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눈은 점점 날카로워진다. 그들은 설정과 연출의 틈을 항상 발견했고 그런 연예인과 프로그램은 비난의 후폭풍을 받곤 했다. 이제 대중은 화면이건 현실이건 진정성 있는 연예인과 그런 연예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그 지점에서 방송국은 접점을 발견한다. 아예 대놓고 상황을 만들어 주고 리얼리티를 연출하는 것이다. 연예인들을 섬이나 외진 곳에 가둬서 생활하게 하는 그런 프로그램처럼. 대중은 연출된 무대 안에서 연예인들이 난관을 헤쳐가는 모습에 빠져든다. 그들의 작은 성공, 물고기를 잡는다든지 혹은 채소를 수확한다든지, 그래서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한다든지 하는 소소한 성취를 보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송들이 시즌을 거듭하며 자기 복제와도 같은 설정과 연출이 반복되자 대중의 관심은 식어간다. 방송국은 새로운 걸 시도해서 대중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덕분에 눈에 확 띄는, 적어도 내게는, 그런 프로그램이 생겼다.

요트원정대 사진=MBC every1
요트원정대 사진=MBC every1

요트원정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MBC every1의 ‘요트원정대’가 그것이다. 모험을 꿈꿔왔던 네 남자가 요트를 타고 태평양 항해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식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지난 8월 17일(월) 첫 방송에서 멤버 구성과 항해 준비 등을 다뤘다. 참여하는 네 명의 남자 연예인들은, 그중 한 명은 연예인이 아니고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다. 하나 같이 예전에 하지 못한 경험을 해보는 것에 대해 동경이 있는 듯했다. 그들은 요트와 바다에 대한 ‘로망’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들이 방송이 아니라면 실제 요트를 타고 태평양에 가는 꿈을 꿀 수 있었을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미덕은 화면에 나오는 저 연예인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줄 때 발휘된다. 조금이라도 따라 해볼 가능성이 있으면 더 좋다. 그런데 일반인 중에서 거의 한 달 동안 요트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것도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나라 항구에 기항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커다란 지원선의 보호까지 받으면서.

대체 이 방송은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첫 회 방송에서 알 수 있었던 건 이 항해를 다큐멘터리로 담을 것이고 목표는 태평양에 가서 남십자성을 보는 것이라는 거였다. 출연진들과 제작진들은 그런 영상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뻥 뚫어줄 거라고 믿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자 내게는 항해 자체보다 방송이 더 드러나 보였다. 다큐멘터리를 연기하는 연예인들을 촬영하는 그런 방송. 특히 연습 삼아 요트 승선 체험을 했을 때 바다의 위력에 놀란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실제 항해에서 만난 태풍 영상을 보여줄 때는 제작진의 의도가 보였다. 다소 비장한 음악과 자막으로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시청자들에게 주입하고 싶어 했다.

요트원정대 첫 방송을 보고 얼마 전 우연히 접한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방영한 인도 여자 해군 장교들의 요트 세계 일주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거기엔 요트 세계 일주를 위해서 수년간 훈련하고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대양을 항해하는 모습이 담겼다. 참가자들이 굳이 인도 해군의 역량이나 여성의 역할 확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몸으로 보여주었다.

그 다큐멘터리에는 6개월이 넘는 항해 기간에 만난 여러 태풍과 요트 고장으로 표류한 모습도 나온다. 그 난관을 승선원들은 오로지 자기네 힘으로만 극복한다. 요트원정대처럼 촬영 스태프들이 탑승해서 역동적인 모습을 담지 않았어도 충분히 감동이 있는 영상을 담아냈다. 진정성 충만한 영상이었다.

tvN 여름방학 사진=tvN
tvN 여름방학 사진=tvN

리얼리티 프로그램, 대중이 공감하지 않으면 외면받는다

요트원정대 첫 방송을 시청해 보니 출연진들과 제작진들이 앞으로 찍을 영상 혹은 보여줄 영상을 걱정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재미있는 영상을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출연진들은 특히 자기들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승선원들은 3주의 촬영 기간에 직접 항해 과정에 참여하며 각자 맡은 역할에도 충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로 풀어내느냐는 제작진의 몫이다.

tvN의 ‘여름방학’도 비슷한 궤다. 예쁜 집에서 한 달간 여름방학을 보내는 연예인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배경에 대한 왜색 논란과 일본 게임 표절 논란을 떠나서 프로그램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하는 그런 논란이 더 크다. 출연진처럼 한 달 동안 아무 걱정 없이 휴가를, 먹고 자고 쉬고 취미 생활하며 보낼 수 있는 대중이 얼마나 될까.

멋진 곳을 배경으로 멋진 사람이 나오기만 하면 대중이 좋아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대중이 하지 못하는 체험을 한다 하더라도 그걸 왜 굳이 봐야 하느냐는 질문의 답을 주지 못한다면 대중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건 제작진의 몫인데 그동안은 그 짐을 연예인들에게 맡겨 놓았다. 대중과 접점을 가지는 건 연예인들이었으니까. 출연료 받고 출연한, 연출자의 의도에 맞춰 연기한 연예인들의 숙명이기도 했다.

요트원정대 첫 회 마지막 장면은 다음 회 예고편이 장식했다. 예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태풍을 만난 원정대의 고난이 펼쳐질 예정이다. 그런 낚시에 걸려들 대중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앞으로 방영될 이 프로그램의 예고편 중에는 어쩌면 승선원 간의 마찰 혹은 갈등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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