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반도체 숨통 끊는다‘···극단적 수준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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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반도체 숨통 끊는다‘···극단적 수준 제재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0.08.19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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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의 '5G 첨병'인 화웨이(華爲)의 '반도체 숨통'을 반드시 끊어버리겠다는 기세로 제재 수위를 극단적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사진=연합
미국이 중국의 '5G 첨병'인 화웨이(華爲)의 '반도체 숨통'을 반드시 끊어버리겠다는 기세로 제재 수위를 극단적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사진=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미국이 중국의 '5G 첨병'인 화웨이(華爲)의 '반도체 숨통'을 반드시 끊어버리겠다는 기세로 제재 수위를 극단적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미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전 세계 21개국의 38개 화웨이 계열사를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2019년 5월 미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 제재 대상에 추가된 화웨이 계열사는 모두 152개로 늘어났다.

제재 대상에는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태국, 영국 등 21개국에 있는 계열사가 포함됐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화웨이와 계열사들은 3자를 통해 미국의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이익을 훼손했다"며 "우리의 다면적 조치는 화웨이가 그렇게 하는 것을 지속해서 막으려는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의 이번 제재는 지난 5월 내놓았던 제재를 보완하는 형식이다. 지난 5월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가 독자적으로 설계해 TSMC에 맡겨 생산하는 반도체 칩 거래를 막는 데 제재 초점을 맞췄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화웨이 제재는 사실상 세계의 모든 반도체 제조사가 화웨이와 거래할 수 없게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화웨이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타이완(臺灣) TSMC와 거래가 끊어지자 대안으로 찾은 타이완 미디어텍과도 거래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게 업계 관측이다.

1년여 전인 작년 5월 미국은 퀄컴과 인텔 같은 자국 반도체 회사들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기 어렵게 하는 제재를 시작했다.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독자 설계한 반도체 칩을 TSMC에 맡겨 만드는 우회로를 미국이 막았다.

이에 화웨이는 스마트폰용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기성품' 칩을 타이완 미디어텍에서 대량 구매하는 우회로를 또 찾아냈다.

미국은 다시 이번 제재에서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라는 조건을 빼 버림으로써 사실상 세계의 전 반도체 부품으로 화웨이 제재 범위를 확대하면서 미디어텍과의 거래도 차단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망을 와해하려는 미국과 어떻게든 살길을 찾으려는 화웨이 간 '숨바꼭질'이 이어지면서 제재 수위가 극한적 수위까지 치달은 셈이다.

미국 정부의 제재는 표면적으로는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로 생산된 반도체 칩'을 제재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에서부터 생산 장비에 이르기까지 미국 회사들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반도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전면적인 반도체 제재 공세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과 통신장비 사업에 모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화웨이로서는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제재가 극한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비축한 대량의 부품으로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이미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자체적으로 설계해 조달하던 치린(麒麟·기린) 계열의 반도체 '절멸'을 선언한 상태다. 경쟁 업체들의 기술력이 계속 발전하는 가운데 화웨이가 첨단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에서부터 이념 문제에 이르기까지 미중 갈등이 신냉전 수준으로 격화한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몰아붙였다. 세계적인 5G 기업인 화웨이를 향한 압박 수위는 가장 높다고 평가된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과 긴밀한 관계인 화웨이가 미래 사회의 핵심 인프라인 5G망을 장악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면서 세계 각국이 5G 네트워크 건설 과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행동이 근거 없는 주장을 바탕으로 한다고 반발했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 역시 화웨이 등 자국의 선도 기술기업을 향한 미국의 공세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 태도를 보인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의도적으로 탄압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은 중국에 대한 비방과 중국 기업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미국에 촉구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로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자국 기업을 향한 제재 문제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요시하는 1단계 무역 합의 유지와 연동시키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화웨이 추가 제재가 미국 대선을 불과 3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미중 관계를 극단적 갈등으로 몰고 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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