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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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 김이나
  • 승인 2015.12.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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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변하기만 요구하지 말고, 함께 변하도록 노력해야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 중 대사라고 한다. 보고 싶고 안고 싶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이 “우리 이제 그만 만나.” 하고 등을 돌리면 영원한 사랑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나의 사랑만큼은 영원한 줄 믿었는데, 그런 확신이 있었고 그만큼 난 최선을 다했는데.

하지만 사랑을 하는 것도 사람이니, 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고들 하듯이 그 후로 겉으로는 “사랑”의 이름으로, 속으로는 “정”, “의리”, “연민”, ”우정” 같은 감정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커플들이 많은 것도 사실. 그 모양새가 바뀌어도 어쨌든 옆을 지켜주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며 서로 다독인다.

 

▲ 영화 "봄날은 간다" 스틸 컷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이라면 사랑 없이도 살을 맞대고 산다는 것에 흠칫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 같은 감정, 죽고 못 산다는 사생결단의 마음 없이도 부부는 살을 맞대고 살 수 있다. “함께” 라는 유대감이 사실 사랑만큼이나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는 닮는다고도 하고 같은 병에 걸린다고도 한다. 좀 억지 같지만 살다 보니 살아지는 것이다. 정말로.

지난 칼럼에서 이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그들의 한결같은 질문은 이렇게 상담을 여러 차례 받고 나면 과연 배우자가 바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실은 필자도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사실 사랑은 변하기 쉬워도 사람이 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의 성격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굵직굵직한 사건을 많이 경험한 사람들은 물론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하게 비교적 무난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크게 자신의 성격이 변할 계기가 없었을 것이다. 뭐 다들 말로는 “중 3때 그 책을 읽고 갑자기 인생의 목표가 바뀌었어.”, ”첫사랑에 실패한 후 여자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뀌었지.”, ”아버지 사업이 기울면서 인생의 쓴 맛을 봤지.” 하며 자신의 인생이 살면서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하지만 그건 삶에 대한 태도나 시선이 바뀌었을 뿐 성격이 변한 거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한 면이 강해지거나 약해졌을 뿐이다. 아님 어느 한 쪽에 예민해지거나 무뎌지거나.

성인으로 만나 사랑을 하고 혹은 호감을 가지고 결혼에 골인,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잘 살던 부부가 이런 저런 이유로 갈등을 겪으면서 상대 배우자가 좀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담 센터를 찾아온다. 갈등의 원인은 거짓말 좀 보태면 수 천, 수 만 가지이겠지만, 어쨌든 본인이 변하는 것보다는 상대가 좀 변하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 같다. 나는 예전 그대로인데,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열과 성을 다하는데 왜 저 사람은 연애 때, 신혼 초와 이렇게 다른가? 하며 울분을 토한다.

우선 상담을 통해 함께 변화해야 함을 강조한다.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앞으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한다. 그 후 갈등 해소를 위해서 양쪽 모두에게 현재의 모습에서 버려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앞으로 노력해야 할 것 등을 함께 써보고 실천할 것을 권한다. 상대가 변하기만을 요구하지 않고 함께 변화하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래, 이 시간 이후부터 나는 변할 것이다.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변하는 것, 바뀌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노력을 통해 되는 것이 있지만 힘든 것도 있다.

잘못된 언행, 한 순간의 실수, 제 3자가 개입된 갈등 (예를 들어 고부 갈등, 장서 갈등) 등은 고칠 수 있고 다시 저지르지 않을 수도 있고, 예방할 수 있지만 상대가 싫어하는 습관, 기호, 버릇 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내가 힘들면 상대도 힘든 법. 내가 버리기 힘들면 상대도 버리기 힘들다. 성인 군자와 사는 건 아니지 않은가. 뭐든지 참아주고 뭐든지 받아들여주고 한없이 품어주고 그러는 배우자가 흔한가. 그(그녀)도 평범한 사람인데.

상대의 흠이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사회에서 만나는 동료나 선후배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흠이 같이 사는 부부에겐 얼마나 더 자주 눈에 띄겠는가.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이 배려고 사랑이다. 노력마저 하지 않는다면 독선과 아집일 뿐이다.

흐르는 시냇물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흐름을 방해하는 큰 바위들을 치워 버릴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장애물들을 하나씩 없애고 냇가에 꽃도 심고 꾸며 나간다면 좀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이 유지되지 않을까? 혹 누가 알랴. 훗날 그 바위들이 멋진 징검다리가 될지.

 

김이나 디보싱 상담센터 양재점/ 이혼플래너  ▲서울대학교 대학원졸(불문학) jasmin_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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