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해외는] ⑥ 홍콩, 턱없이 부족한 공급...'토지공개념'이 집값 인상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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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해외는] ⑥ 홍콩, 턱없이 부족한 공급...'토지공개념'이 집값 인상요인?
  • 박신희 중국 통신원
  • 승인 2020.08.1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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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절반으로 5평 아파트 월세사는 홍콩인들
6평 아파트 한화 10억 넘어
서민들, 닭장방이라 불리는 좁은 원룸으로 내몰려
정부, 2023년까지 10만호 임대주택 건설 추진
전월세 관련 3法 도입에 대해 찬반 여론이 뜨겁다. 정부는 임대계약 기간을 제한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은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월세 3法이 집주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실제 주요 선진국들은 임대차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또 이들의 이해를 어떻게 조정하고 있을까. '오피니언 뉴스'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호주, 홍콩 등 선진국 통신원 들을 가동해 선진국의 임대차 등 주택 정책을 비교 점검해봤다. [편집자 주]    

 

박신희 중국 통신원.
박신희 중국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중국 통신원] 서울 면적의 약 1.8배의 크기에 인구 750만 명 정도인 아시아의 작은 섬 홍콩은 세계 최고 수준의 주택가격과 임대료로 유명하다. 

부동산 안정화는 홍콩 정부의 중요한 정책 방향 중 하나다. 지난 2017년 7월 1일 취임한 캐리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그 해 10월 11일 첫 정책 연설에서 고공행진 하는 홍콩의 주택 가격 문제 해결을 위해, ▲토지 공급 확대 ▲가계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주택 정책 도입 ▲저렴한 공공 임대 주택 거주자격을 갖추지 못한 가계를 지원하기 위한 생애 첫 주택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안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홍콩 집값은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미 홍콩은 3.3㎡(1평)당 1억 원이 넘는 아파트가 즐비하다. 홍콩 주요 지역의 132㎡(40평)형 고급주택의 거래금액은 80억원을 훌쩍 넘었다. 홍콩의 한 매체에 따르면 폭푸람 지역에 지은 19.83㎡(6평)대의 초미니 아파트가 무려 10억 원이 넘는 가격에 매매되기도 했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 2018년 발간한 '글로벌 부동산 버블 위험 진단 및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기준 홍콩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9.4였다. 서울(11.2), 베이징(17.1), 상하이(16.4), 시드니(12.9), 밴쿠버(12.6), 런던(8.5), 뉴욕(5.7), 도쿄(4.8)보다 높은 수치다. 홍콩의 PIR이 19.4라는 의미는 홍콩에서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중간 소득자가 취직 후 번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서 집을 사기까지 대략 19.4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홍콩의 부동산에 전면에 붙어있는 매매 및 임대 부동산 광고 게시물. 사진출처=유튜브화면 캡쳐.
홍콩의 부동산에 전면에 붙어있는 매매 및 임대 부동산 광고 게시물. 사진출처=유튜브화면 캡쳐.

홍콩 통계청이 2018년에 발표한 홍콩의 중위임금을 한화로 환산하면 약 270만원이고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홍콩의 사회 초년생들이 받는 급여 수준은 대략 150~200만 원이다. 홍콩의 중위임금인 27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30년을 모아야 겨우 홍콩에서 33.05㎡(10평)전후의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할 수 있다.

'닭장방' 등 열악한 임대 형태 많아

홍콩은 전세제도가 없어서 자가 아니면 월세다. 서민 대부분은 높은 가격의 집을 구매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월세로 생활한다. 홍콩의 집값이 높다 보니 월세 또한 높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5평 아파트의 월세는 300만 원이 넘고 10평 규모의 아파트도 250만 원 정도다.

홍콩섬에서 1980년도에 지어진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한화로 약 40억원 수준이고 99.17㎡(30평)정도 아파트에 거주하려면 월세는 6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홍콩에서 소위 닭장방이라고 일컫는 원룸 임대 스튜디오 모습. 사진=영국 BBC 화면 캡쳐.
홍콩에서 소위 닭장방이라고 일컫는 원룸 임대 스튜디오 모습. 사진=영국 BBC 화면 캡쳐.

월세에는 전기세, 수도비, 가스비는 별도다. 보증금은 2달치를 내고 부동산 복비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반반씩 낸다. 만약 같은 지역에서 새로 지은 아파트에 월세로 입주하려면 월세 비용은 약 50% 정도 상승한다. 그러나 홍콩섬 외곽으로 나갈 경우에는 월세 비용은 20~40% 정도 낮아진다. 임대 계약은 2년 단위를 기본으로 한다. 

월세 가격이 높다 보니 홍콩 서민의 주거방식 중 하나로 등장한 것이 홍콩에서 닭장방이라 불리는 좁은 원룸이다. 한국의 고시원 중에서도 매우 좁은 방을 생각하면된다. 

사람 1명이 들어가 누우면 꽉찰 정도의 작은 방인데 월세가 워낙 높다 보니 이런 좁은 공간을 활용한 주거방식이 늘고 있다. 실제로 홍콩의 중위임금을 받는 직장인이 월급의 반 정도를 집세로 지불한다면 5평 전후의 조그만 공간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홍콩에서는 여러 명이 집 하나를 임대해서 월세를 공동 부담하며 함께 생활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MIP를 이용하면 LTV 90%까지 가능

홍콩에서는 서민들이 대출 없이 집을 마련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때문에 홍콩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모기지프로그램(MIP)를 통해 월소득이 안정적인 사람들에게 대출을 통해 집을 살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표=김명윤 통신원.
표=홍콩금융관리국(HKMA)홈페이지 자료 취합. 김명윤 통신원.

홍콩도 한국처럼 주택 안정화를 위해서 LTV 정책을 꾸준히 조정해 왔다. 현재 홍콩의 LTV 비율은 한국보다 높은 편이다. 특히 홍콩은 LTV와는 별도로 MIP를 이용하면 주택 구입자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LTV가 90%까지 가능하다. 홍콩 정부는 이 정책을 통해 서민들이 적은 계약금으로 장기 모기지를 받아서 주택 구입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택가격의 급등으로 MIP 혜택을 받아 살 수 있는 주택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신규 부동산담보대출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에는 한때 65%를 상회하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위기 이후 홍콩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난 2017년 6월에는 50%를 하회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주택가격 대비 40%로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LTV와 MIP를 활용해서 주택 가격의 80% 이상의 대출을 받더라도 이것을 이용해서 10평 규모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취득세를 포함하면 최소 약 2~5억원은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대출금액이 높다 보니 일정 수준의 월 소득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홍콩 주택 정책에 대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홍콩 젊은이들의 비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홍콩은 1인 1주택 구입시 기본 세율만 납부하면 된다. 그러나 2주택 이상인 경우 15% 세율이 매겨진다. 우리나라와의 차이는 1가구 1주택이 아닌 1인 1주택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결혼한 가구는 2개의 집을 추가세금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매수 후 3년 이내 되팔 경우 추가적인 세금이 부과된다. 외국인의 경우 집을 구입하는 세율이 내국인보다 높은 30% 수준이다.

홍콩식 토지공개념으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

홍콩의 토지제도를 일반적인 자본주의 국가와 같은 토지사유제로 이해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홍콩은 영국 식민지 시절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전체 토지를 홍콩 정부가 소유하고 장기 토지사용권을 개인 및 기업에 양도하는 토지공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홍콩의 집값이 비싼 이유로 토지 부족을 얘기하지만 홍콩 도시 개발 전문가들은 토지공개념에 따른 토지 개발 부족을 이유로 든다. 실제로 홍콩 정부의 토지 이용 자료에 따르면 홍콩의 토지 중 75%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도시 개발 전문가들은 홍콩의 토지 이용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거나 유지되고 있고 토지 관리가 잘못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값이 올랐다는 얘기한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모든 토지 중 약 4%만이 도시 주택을 위해 구획되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토지를 보유한 홍콩 정부는 소유하고 있는 모든 땅을 보통 최고 입찰자가 계약을 따내는 경매 과정을 통해 개발업자들에게 일정기간 동안 임대한다. 특히 수요가 많은 주택 용지는 경매를 통해 가장 비싼 가격에 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택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홍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전경. 사진=유튜브 캡쳐.
홍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전경. 사진=유튜브 캡쳐.

임대주택 10만호 공급에 홍콩보안법시행...집값 하락 모멘텀 될까 

코로나 사태와 홍콩국가보안법 등 일련의 사태로 인해 홍콩 부동산 가격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 6월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를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였고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밝혔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JLL의 홍콩법인장은 올해 홍콩의 고급 주택 가격이 20%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홍콩의 고층 빌딩이 광채를 잃었다며 홍콩 오피스 시장의 어두운 미래를 예상했다. 

홍콩의 빅토리아파크에서 바라본 시내 빌딩숲. 사진=연합뉴스.
홍콩의 빅토리아파크에서 바라본 시내 빌딩숲. 사진=연합뉴스.

홍콩 현지 상업용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도 올해 홍콩 프라임 오피스 임대료가 12~20%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홍콩이 혼란스러운 시기에도 부동산 시장에는 여전히 안전한 투자라고 여기는 매수자들이 몰리고 있다.

홍콩 부동산 매수자들은 홍콩의 주택 공급이 수요를 절대 따라잡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주택 시장이 악화되는 경기를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외국계 자본과 인력뿐만 아니라 홍콩 인력과 자본의 해외 이탈이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따라서 외국계 기업의 빈 자리를 중국 본토 기업들이 얼마나 채울 수 있느냐가 향후 홍콩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이다.

홍콩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중하위 소득자들에게 약 10만가구의 임대주택과 보조금 지급을 통한 아파트를 공급하기로 발표하는 등 매년 새로운 부동산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홍콩 도시 개발 전문가들은 홍콩 정부가 지속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홍콩 정부가 더 많은 땅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있게 하면서, 시장의 이익보다 주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과 지역구제 개혁 부족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박신희 중국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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