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김명윤 도쿄 통신원] 한국은 물벼락이지만 이곳 일본은 지금 ‘불벼락’ 중이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확산추세인 일본에 이번엔 열사병으로 인한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보다 습하고 더욱 더운 날씨를 보이는 일본에서 열사병은 사망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이로 인해 여름이 올 때면 열사병을 방지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인다.
그러나 이번 여름에는 코로나로 인해 더욱 힘든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도쿄에서 만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열사병으로 9명이 사망했다고 12일 NHK는 보도했다.
코로나가 재 확산되면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열사병 경보까지 발동되며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NHK에 따르면 열사병 증세로 11일 현재 200명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이 중에는 상태가 위중한 환자도 포함돼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도쿄 하치오지(八王子) 시는 한낮 기온이 39.3도까지 치솟으며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또한 도쿄 도심부에서도 정오를 전후로 올해 최고 기온인 36.8도를 기록하는 등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일본 기상청은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위험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도쿄를 비롯한 간토(関東) 지방 전역에 '열사병 경보'를 발령했다.
이런 불볕 더위가 지속되고 있지만, 일본에선 어떤 경우에도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이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초기와 달리 어떤 상황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하는 일본인들이 불볕 더위에 쓰러지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아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일본 방송에선 캠페인처럼 아나운서들이 뉴스 마지막에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 뒤에는 마스크를 벗자고 말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불안과 동시에 마스크로 인해 숨을 쉴 수 없는 ‘진퇴양난’ 속에서 시민들의 불안은 더더욱 커지고 있다.
끊이지 않는 코로나 확진자
한편 일본 릿쇼(立正) 대학 쇼난(淞南) 고등학교에서는 96명의 코로나 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가운데 학교 측이 코로나 19 증상을 열사병으로 착각해 초동 대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쇼난(淞南) 고등학교 측은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감염이 퍼진 축구부 기숙사에서 식사나 목욕 때 이른바 '3 밀'(밀폐·밀집·밀접)을 피하도록 지도했으나 대응이 불충분 했다"고 사과했다.
이 학교의 가미가와 신지(上川慎二) 교감은 지난 6일, 축구부원 19명이 발열 등의 증상을 처음 보였을 때 곧바로 보건소에 알리지 않은 데 대해 "솔직히 열사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좀 더 상황을 지켜보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 열사병은 자칫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큰 병인데도 학교 이름이 언론에 오르락 내리락하기 불편해 안일한 대처를 한 결과 집단 감염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 시마네(島根)현 마쓰이(松江)시에 있는 이 축구 특성화 고등학교에선 현재까지 학생 89명과 교원 7명 등 모두 9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합숙을 강행한 결과 ‘열사병’ 일지도 모른다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학생들을 위험에 몰아세운 학교 측에 대해 일본 전국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오피니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