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공급과잉發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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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공급과잉發 치킨게임
  • 한용주
  • 승인 2015.12.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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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급과잉 해소 아직 멀었다 ... 국제유가 급락도 공급과잉 탓

한용주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세계경제는 지금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증가 속도가 떨어지고 고용이 없는 경제성장으로 수요증가는 소폭에 그치는 반면 인구대국들의 산업화로 상품 공급이 넘쳐나고 있다. 더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막대한 통화팽창 정책으로 투자를 늘려온 결과 전세계는 공급과잉이 만연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은 과도한 투자로 세계경제를 공급과잉으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투자비중이 46%에 이른다. 한국의 투자비중이 29%인 점을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다. 과도한 투자가 공급과잉을 점점 악화시키고 있다. 공급과잉 악화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고 수많은 기업들이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세계는 지금 강자만 살아 남는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12월 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 감축에 합의하지 못하고 기존 상한선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란이 경제 제재 이전 수준으로 산유량이 회복될 때까지 감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OPEC간 점유율 경쟁으로 인해 수요에 비해 산유량이 하루 200만배럴 가량 많은 상태다. 선진국들의 원유 비축량도 약 30억배럴에 이르고 있다.

 

올해 미국 셰일가스 업체의 구조조정이 시작되었지만 생산량이 거의 줄지 않고 있다. 이번 OPEC의 산유량 동결에 따라 미국 셰일가스 업체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공급과잉이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셰일가스 특성상 짧은 기간 내 생산량을 다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철강업계가 20년래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올해 전세계 철강 공급은 총수요보다 약 40% 초과하는 21억 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철강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중국이 국내에 남아도는 철강을 싼값에 해외로 수출하는 바람에 철강가격이 25% 하락했다. 시장가격이 10년래 최저치를 밑돌면서 철강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호주의 세계적 광산업체인 리오 틴토가 국제석탄 가격의 약세가 최소 5년은 더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전용 석탄은 경우 가격은 현재 t당 51 달러 수준으로 최고가를 기록하던 2011년의 150 달러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상태다.

 

호주 ANZ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에슬레이크는 지난 10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광업·자원회의에서 광물자원 가격 하락이 최악에 이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의 호황이 미래에 다시 반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지난 12년간 누려온 호주의 광물자원 붐이 인류 역사상 마지막 광산 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구리생산업체들이 내년 생산량을 35만톤 줄이기로 했다. 수요는 둔화하는 데 공급은 과잉상태가 지속하면서 구리 값이 폭락하자 생산량 감축에 돌입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니켈 생산업자도 내년 생산량을 20% 줄이기로 했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이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중국 내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20% 이상 늘어난 5000만대에 이르는 반면 중국 시장에서 신차 판매는 지난해보다 7% 늘어난 25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중국 내 자동차 회사들의 설비 가동률이 60%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12월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사 빅3는 지난달까지 올해 수주 목표 금액의 평균 54% 달성에 그쳤다. 또한 수주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해양플랜트 발주 감소 영향과 해운시장 공급과잉에 따른 영향으로 조선업계의 수요부진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

 

12월3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중국 최대 LCD 패널 업체인 BOE은 10.5세대 패널 공장을 세우고 향후 3년간 2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BOE는 대량 생산으로 생산비용을 줄여 샤프와 LG디스플레이 등 일본과 한국의 경쟁 업체들을 따라잡고 세계 정상의 LCD 업체로 목표를 세웠다.

 

미국 리서치 회사인 IHS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55인치 패널의 가격은 약 40%, 5인치 고화질 패널 가격은 70%가량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OE의 왕둥성(王東升)회장은 그러나 투자를 늘리는데 주저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베이징시 산하 국유자산관리위원회가 BOE의 최대 주주로 돼 있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6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4억3000만대로 지난해보다 9.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IDC는 아시아 태평양, 라틴아메리카, 서유럽 등 지역의 성장세가 둔화된 원인으로 분석했다. 2019년까지 향후 4년간 연 평균 성장률 역시 7.4%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 둔화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 폰 시장도 공급과잉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발(發) 반도체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이 11조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직접 짓겠다고 6일 발표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은 이날 600억위안(약 10조8000억원)을 메모리 반도체 공장 설립에 투자하고,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에도 162억1000만위안(약 2조9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모두 800억위안(약 14조3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칭화대가 설립한 칭화홀딩스의 자회사로 사실상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 기업이다. 지난 10월에는 칭화유니그룹이 최대 주주로 있는 하드디스크(HDD) 업체 웨스턴디지털이 미국의 낸드플래시 업체인 샌디스크를 인수하고 불과 1개월 만에 직접 대규모 메모리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것이다.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선 공급을 줄어야 한다. 그리고 공급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각 국가들이 적극적인 구조조정보다는 M&A와 신규투자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부분적인 구조조정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최소화하려는 각 국가간의 경쟁심리가 세계경제 공급과잉 해소를 어렵게 하고 있다.

 

세계경제는 치킨게임 중이며 공급과잉 해소는 아직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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