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해외는] ⑤ 프랑스, 헌법에 '주거 권리' 명시...공공주택 25%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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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해외는] ⑤ 프랑스, 헌법에 '주거 권리' 명시...공공주택 25% 목표
  • 김환훈 파리 통신원
  • 승인 2020.08.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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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헌법에 국민의 '주거권 보장' 명시
2025년까지 공공주택 전체의 25%로 상향 목표
임대료 지급 능력 보되, 임대보증금 부담 크지 않아
소득 증빙 안될 경우 임대보증금 임대인 아닌 은행이 관리
전월세 관련 3法 도입에 대해 찬반 여론이 뜨겁다. 정부는 임대계약 기간을 제한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은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월세 3法이 집주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실제 주요 선진국들은 임대차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또 이들의 이해를 어떻게 조정하고 있을까. '오피니언 뉴스'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호주, 홍콩 등 선진국 통신원 들을 가동해 선진국의 임대차 등 주택 정책을 비교 점검해봤다. [편집자 주]    
김환훈 파리 통신원.
김환훈 파리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김환훈 파리 통신원] 2차 세계대전이 종식한 후, 프랑스 제 4공화국 당시 개정된 1946년 10월 27일 헌법전문에 따르면 ‘개인과 가정에 자신을 개발하는 것에 필요한 조건들을 보장하여야한다’라고 돼있다.  

주거권이라는 직접적인 용어가 사용되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해당 규정을 주거권의 근거규정으로 해석한다. 이에 따라 모든 국민의 주거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임대아파트(HLM·아쉬엘엠) 공급 ▲사회보장법 상에서 규정하는 주택임대료 보조금(CAF, Caisse d'Allocation Familiales· 각 가정 할당 지급, 알로까시옹 로즈망)이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는 한국과 달리 국민의 ‘주거권’이 헌법상에 보장돼 있다. 

그런데 파리를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프랑스에대해 놀랐을 수 있다. 노숙자(SDF·Sans Domicile Fixe,집없는 사람)들을 시내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평등·박애를 국가 지표로 삼고 있는 프랑스에선 일찍이 집을 가질 수 있는 권리 ‘주거권’이 법으로 보장됐지만, 주어진 권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람들에겐 더 이상 지원을 해주지 않는 제도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도시인 파리의 집값은 비싸다. 그런데 서울 집값과 비교하면 결코 비싸지만은 않다. 평균 매매가격이 3억원 수준이다. 

파리는 서울의 6분의1밖에 안 되는 크기에, 특유의 오스만 건축양식으로 인해 6층을 넘어가는 건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은 서울 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 고가 수준이다. 

프랑스 정부가 운영 중인 주택보조금 신청 사무소, CAF. 프랑스에는 각 구 및 지방 지역단체 곳곳에 CAF가 설치돼 있다. 사진=김환훈 파리 통신원.
프랑스 정부가 운영 중인 주택보조금 신청 사무소, CAF. 프랑스에는 각 구 및 지방 지역단체 곳곳에 CAF가 설치돼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주택임대, 보증금 부담적지만...월세낼 능력이 중요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에서 세입자로 들어가려는 경우, 프랑스 전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모인 입주희망자들과 면접을 봐야한다. 면접 경쟁은 대개 세입자가 안정적으로 월세를 지불할 수 있는지 여부로 판가름 나는데, 월세 지불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임대하고자 하는 주택 월세의 3배 이상에 해당하는 월급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월세 지불이 불가능해질 경우 대신하여 월세를 지불할 보증인(garant)의 월급 명세서까지 제출해야한다. 파리의 경우 부모님은 물론 조부모와 삼촌, 고모 등 온 가족의 월급명세서를 동시에 떼서 집주인에게 제출한다. 법적으로는 보증인 한 명의 월급명세서를 제출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이처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안정적인 월세 지불능력을 보증해야 집주인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이때 대기업이나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소득층 보증인이 선호되지만, 집주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보증인 유형은 공무원이다.

프랑스에도 임대 보증금은 있다. 임대 보증금은 지난 2007년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 월세 지불능력 증빙서류가 있을 경우 월세 한 달치로 개정했다. 다만 임차인이 증빙서류를 내지 못할 경우에는 1년치 월세를 은행에 맡겨 놓게하는 은행보증(코숑 방케르·Caution Bancaire)을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요구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보편적인 프랑스의 임대 보증금인데, 한국과 차이점도 발견된다. 프랑스는 월세 보증으로 임차인의 월세를 낼 수 있는 능력과 친지나 지인의 월급 명세서를 볼 뿐이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현찰 보증금을 요구하지 않고 법으로도 요구할 수 없게 돼있다. 

만약 지불 능력이 검증안돼, 임대인이 1년치 월세 보증금을 요구할 경우에도 이 보증금은 은행에 맡겨두고 관리할 뿐 임대인의 통장에 입금되지 않는다. 이는 집을 소유한 임대인이 개인인만큼 임차인이 기지불한 1년치 보증금을 임대기간 종료시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기반한다. 이에 따라 월세 보증금은 은행이 맡았다가 임대·임차인간 분쟁발생시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도록 한것이고, 프랑스는 이를 제도화 해놨다.     

프랑스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인기가 많은 임대아파트 규모인 90㎡(약 27평)형 집을 기준으로, 파리 중심(6~8구, 14~17구)이나 고급 수도권지역(눼이·Neuilly)의 임대료는 월 3600유로(500만원) 수준이다. 이런 집을 임대하려면 앞서 설명한대로 임대료의 3개월치(1500만원)를 상회하는 월급명세서나 1년치(6000만원) 보증금이 필요하다. 이외의 지역은 대략 월 170만원에서 230만원(1200유로에서 1600유로)를 지불해야한다.

프랑스에서 임차인의 최단 임대 기간은 3년이며,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원하는 경우 3개월, 임대인이 계약 해지를 원하는 경우 6개월 이전에 상대방에게 등기우편으로 고지해야한다.
또한 임대료의 경우, 매년 해당 지역의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을 산정해서 이에 비례하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 제도를 두고 있다. 임대의 경우 공인중개사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는 월세 한달치다. 매매의 경우에는 매매 쌍방 합계 5~10%로 비싼 편이다. 

프랑스 파리는 서울의 6분의1밖에 안 되는 크기에, 특유의 오스만 건축양식으로 인해 6층을 넘어가는 건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사진은 파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프랑스 파리는 서울의 6분의1밖에 안 되는 크기에, 특유의 오스만 건축양식으로 인해 6층을 넘어가는 건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사진은 파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프랑스, 2025년까지 공공주택 비율 전체의 25% 목표 

반면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5% 금리의 공적융자(15~40년)에 25년간의 재산세 면제기간 등의 혜택이 있으며, 파리시 기준 평균 전용 면적 약 69㎡에 ㎡당 월 임대료 약 10유로, 즉 월 700유로의 월세만을 내는 것으로 거주 할 수 있다.

프랑스는 오는 2025년까지 전국의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을 전체 주택의 25%로까지 끌어올리는 부동산 정책을 가동 중이다. 2018년 기준 프랑스의 주택 점유 형태는 자가 소유율 57%, 민간임대 거주율 23%, 공공임대 거주율 17%이다 (기타 3%). 즉 2년전 17% 수준의 공공주택 비율을 오는 2025년까지 25%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비아제(Viaget)라고 하여 최소 65세 이상으로 나이 든 노인이 집을 내놓은 경우, 최초 주택 가격의 40%를 선금으로 내고, 잔금은 평균 기대수명까지 노인이 산다는 가정하에 매달 분납하는 방식의 거래 형태가 있다. 한국의 주택연금과 비슷하지만 다른점도 있다.

가령 10억짜리 집을 비아제로 구입한 경우, 선금으로 4억원을 지불한 다음, 매달 약 35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분납하는 식이다. 그런데 만약 매도자가 일찍 사망하는 경우, 더 이상 금액을 분납할 필요 없이 고스란히 집의 소유권을 이전받게 된다. 이러한 형태의 거래가 매년 프랑스 전체 부동산 계약 건수의 약 10%에 해당한다. 

한편 집을 매입하려는 경우, 부동산을 통해 원하는 집을 찾고, 부동산 중개인과 법무사(필수)를 통해 집의 상태를 함께 확인한 다음, 가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후 은행 대출의 승인 절차를 거치고 난 다음 법무사를 통해 매물 대금을 정산한다(법무사가 관리하는 정부 승인 계좌만을 이용). 이후 최종 계약서에 서명하면 절차가 완료되는데, 이 과정을 모두 합치는데 평균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프랑스 법무사 협회의 2019년 발표를 기준으로 일드프랑스(Ile de France·수도권)지역의 평균 주택 매매가격은 약 31만9000유로(4억 5000만원)로 기타 대도시 지역인 마르세유 33만유로(4억6000만원), 리옹 34만9900유로(4억9000만원), 보르도 33만6000유로(4억8000만원)인 것과 대비해 큰 차이가 없었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의 경우, 릴 19만3000유로(2억7000만원), 캉 21만 3500유로(3억원), 디종 22만6800유로(3억2000만원)로 집값은 한화 평균 약 3억원이다.

● 김환훈 파리 통신원은 서울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파리에선 한국문학에 매진 중인 자유기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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